돌산의 큰 바위 같은

석명을 하사 하노라

by 채율립

7월, 거의 한 달 가까이 '단단해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일과 연애 가정에서 두루 단단해진다는 것, 그러다 우연히 tvn에서 <잘 모르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봤다. 내 태초의 캐릭터는 한예리 분에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내 지향은 어느새 추자현이 연기하는 역할에 가까워졌다. 일과 사랑, 가정에서 꽉 막힌 단단한 사람. 마치 돌산의 큰 바위 같아서 바람에 깎이긴 하지만 쉬이 무너지거나 세밀하게 깎여 데굴데굴 굴러가지 않는 상태. 그 단단함을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

그렇게 단단해진다는 것을 한 달 가까이 매일 생각하고 주문처럼 외다 보니, 그 전보다는 물렁했던 내 마음에 단단한 굳은살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그렇게 나에게 마치 선조들의 호처럼 돌이 들어간 이름을 하사했다. 채지석. 지돌이나 영어 단어인 스톤을 붙이는 귀엽고 세련된 이름도 있겠지만, 이게 딱 내 지향에 맞는 것 같아 그리 지었다.

함께 단단해지고 싶은 사람 몇 명과도 이 이름을 나누며 그들에게도 '돌'이 연상되는 이름을 지어줬다. 귀여운 친구에게는 만돌이라는 이름을, 세련되고 어여쁜 친구에게는 지스톤,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야무진 친구에게는 몽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몇 명에게 안부와 지향을 물으며 응원의 호를 지어줬다.

물론 부작용도 꽤 있다. 내 삶에 단단함을 채우다 보니 그 전의 물렁한 감성이, 또 타인을 생각하는 부드러운 마음과 진심의 늪이 조금 얕아졌다고 해야 할까. 29, 30을 바라보는 나이 앞에 나의 단단함을 틈날 때마다 외다 보니, 타인의 인생에 조금은 무던해져 간다.

20대 초반 한참 꿀벌 아이스크림이 유명했을 때 함께 지은 지향의 이름이었던 '소프트선'이라는 이름으로 부드러움을 지향했던 20대 초중반을 지나, 다시 단단함을 꿈꾼다.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지만 나의 29살에 필요한 건 단단함인가 보다. 다시 말랑한 감성이 필요할 땐 다시 지향의 이름을 지으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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