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스트레스의 해소처로 삼는 오빠에게 계속되는 코로나19는 해외여행을 시도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이러다간 정말 북한으로 탈북이라도 할 지경이라는 말에 우스갯소리로 "날래 가시라우"라고 말했지만,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오빠가 내심 안타까웠다. 사는 게 재미 없어졌다니.
그런 그에게 새로운 자극이 생겼다. 평소 손으로 꼬물꼬물 만드는 걸 좋아해 베이킹, 콤부차, 면 등 가릴 거 없이 장비를 세팅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그였다. 8월의 마지막 통화에서는 새로운 걸 도전해봐야겠다는 목소리에 왠지 힘이 실려 있어 반가웠다.
그의 2020년 하반기 도전은 '수제 맥주 만들기'. 9월 1일에 필요한 책을 사고, 수제 맥주 만드는 법을 유튜브로 배우며 한 스텝 나아간다. "i'm gonna be a brewmaster."이라는 카톡에 웃으며 "you can do this."라 답했다. 어벤저스에서 악을 물리치러 떠날 때 동료에게나 할 법한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9월이 되며 새로이 다짐한 게 있다. 평소 엽서북을 좋아해 쟁이지만 막상 아끼다 똥이 되는 병적 수집. 그 수집을 고치기 위한 방안이자 새로운 엽서북을 사기 위한 스텝으로 20대 초반에 한번 했던 프로젝트. 연말에는 감사한 사람들에게 카드를 쓰기로 했다. 연말까지 코로나가 심각하다면 이 계획은 어려워질 수도 있을 테지만, 구실 삼아 새로운 엽서북도 구매했다.
이렇게 2020년 하반기 오빠와 나의 소소한 프로젝트를 동력 삼아 이 코로나19를 건강하게 잘 물리치고, 다시 웃으며 함께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출국할 날을 고대하기로 했다. 그때쯤이면 난 새로운 여행지에서 예쁜 엽서북을 다시 살 수 있을 테고, 오빠는 수제 맥주를 마스터한 해태 or 이무기 브루어리의 마스터가 되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