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시간을 남기는 일

파파파파라치 파파라치

by 채율립


동료 k와 나는 여름이 되면서 탕비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유독 늘어났다. 그만큼 k와 나의 사이가 돈독해졌음도 있고, 무엇보다도 아이스커피를 먹어야 하는 공정이 꽤 늘어났기 때문이다. 꽝꽝 얼은 얼음틀에 달라붙은 얼음을 힘을 줘 비틀고, 그도 안되면 약간의 물을 묻혀 다시 비틀고, 무의 상태가 된 얼음틀에 다시 물을 채워 넣는 일련의 과정. 아이스커피를 먹기 위한 우리의 소소하지만 번거롭고, 또 해내야만 하는 하루의 일과 중 하나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k는 탕비실에서 얼음틀을 비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달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사진이거나 기록용이라고 생각했는데, k는 뜻밖에 회사 송년회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의 송년회, 9월에 입사한 k와 10월에 입사한 나는 회사 송년회를 첫 번째 경험한 동기였다. 회사의 송년회 식순 내내 1년간 회사 동료들이 서로의 모습을 담아준 사진이 흘렀었다. 그때 자기 사진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날 k의 모습을 찍어주면서 생각했다. 벌써 6개월이나 흘렀지만 동료의 모습을, k의 모습을 성심껏 담아주는 동료가 되겠다고. 그럼 그렇게 반년을 지나고 맞이하는 두 번째 송년회가 조금 더 의미 있어질 거고, 우리가 그냥 스쳐 지나간 하루하루가 그날만큼은 의미 있고 값지게 빛날 테니까, 그 기록은 2020년도 잘 살아냈다고 나를 다정히 다독일 수 있는 도구도 될 테다. 그렇게 나는 그날 이후로 다른 동료들의 사진도 열심히 담는 찍사가 되기로 했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서. 일단은 동료들과 함께 먹은 특식 사진을 찍는 일로 소소한 나만의 업무를 시작한다. 파파파파라치 파파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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