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봐요, 비즈의 숲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구슬을 뀁니다

by 채율립

코로나19로 강제 집콕을 선물 받은 나름의 슈퍼 외향형 인간인 나. 온종일 집에서 잠을 자며 재충전을 하겠다던 날에도 꼭 1~2시간씩 카페에 가서 뭐라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성격인 나에게 요 몇 달은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심심해도 너무 심심한 게 첫째였고, 면역력을 지키겠다며 건강한 돼지, 확찐자가 되어버렸다.

친구들은 내게 같이 동물의 숲을 하자며 계속해서 구매 링크와 동물의 숲의 매력을 피력했지만, 왜인지 동물의 숲도 슈퍼코리안처럼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고 끝내버릴 것 같았다. (나를 잘 아는 편) 이미 프린세스메이커, 바람의 나라 등 한번 로그인하면 끝장을 내버리는 성격이라 오래오래 재밌게 즐길 취미가 필요했다.

올해 29살 안티에이징으로 선택한 즐거운 취미인 줌바는 코로나19로 대역죄인 반열에 올랐다. 기약 없는 줌바를 기다릴 수 없어 요즘 핫하다는 비즈 반지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침 여름이 오고 있었고, 동백이 반지를 사려니 터무니없이 비쌌다. 나만의 갬성으로 내가 좋아하는 컬러로 비즈를 꿰는 취미, 바로 내가 찾던 취미였다! 유레카!

연차를 쓰고 동대문에 가서 필요한 재료와 좋아하는 색의 비즈를 사 왔다. 꽃반지를 만들기 위한 나름의 강의도 듣고 왔다. 내 비즈 반지 컬렉션을 위한 이름도 지었다. 동물의 숲 대신에 선택했기에 '비즈의 숲'. 친구들은 내 비즈의 숲을 즐거워해 줬고, 덕분에 내 손에도 알알이 구슬이 주는 행복이 가득했고, 내 주변도 꽃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 특히 회사에서의 업무 중에 꽃반지를 낀 손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잠깐 꽃향기가 나는 것 같이 환기된달까. 그 즐거움을, 잠깐의 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 같아 기뻤다. 또 누군가를 떠올리며 꽃반지를 만들어 선물하는 즐거움은 어떤 취미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구슬을 꿰고 있을 때는 오로지 구슬과 나뿐인 세상이라 감히 세상 근심이 낄 자리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울적할 때나 기쁠 때나 심심할 때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도 구슬을 꿴다. 또 자랑스럽게도 은근히 인기가 있어서 나름의 용돈 벌이도 하고 있으니 두 배의 성취감을 주는 기특한 취미다. 아직 코로나19로 못 만난 사람들이 많으니 앞으로 내 주변에는 꽃향기가 더욱 짙어질 것 같다. 후후. (주변에 비즈의 숲을 전하고 싶다면, 아래 인스타에서 만나보세요. @forest_of_b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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