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코로나 4월

코로나가 내게 준 것

by 채율립

코로나19는 슈퍼 외향형인 내게 강제 집콕을 선물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후의 몇 달은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심심해도 너무 심심했다. 친구들은 3월 말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동물의 숲을 같이 하자며 계속해서 구매 링크와 동물의 숲의 매력을 피력했지만, 나는 나를 잘 아는 편이라 동물의 숲도 슈퍼 코리안처럼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고 끝내버릴 것 같았다. 프린세스 메이커나 바람의 나라 등 한번 로그인하면 끝장을 내버리는 성격을 잘 알기에 오래오래 즐길 취미가 필요했다.

올해 29살 안티에이징으로 선택한 즐거운 취미인 줌바는 코로나19로 대역죄인 반열에 올랐다. 기약 없는 줌바를 기다릴 수 없어 핫하디핫한 비즈 반지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침 여름이 오고 있었고, 일명 동백이 반지라 불리는 반지를 사려니 터무니없이 비쌌다. 비즈 반지일 뿐인데, 이렇게 비쌀 리가 없었다. 나만의 갬성과 좋아하는 색감으로 비즈 반지를 만드는 것, 바로 내가 찾던 취미였다! 유레카!

4월 1일, 연차를 쓰고 동대문에서 필요한 재료와 형형색색의 비즈를 왕창 사 왔다. 동대문 아주머니에게 꽃반지 제작 강의도 들었고, 비즈 브랜드를 위한 이름도 지었다. 동물의 숲 대신에 선택했기에 ‘비즈의 숲’, 글로벌하게 영어로는 ‘forest of beads’. 동물의 숲의 카피처럼 ‘모여 봐요, 비즈의 숲’이라는 카피도 준비했다. 나름의 재미 요소가 있어서인지 지인은 비즈의 숲을 무척 즐거워해 줬다. 덕분에 내 손에도 알알이 구슬이 주는 행복이 가득했다. 주변 사람들과 즐기는 생산적인 취미생활이 된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 특히 회사에서의 업무 중에 꽃반지를 낀 손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잠깐 어디서 꽃향기가 불어오는 것처럼 환기가 된달까. 그 즐거움과 잠깐의 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 같아 무척 기뻤다. 또 누군가를 떠올리며 떠오르는 색깔로 꽃반지를 만들어 선물하는 즐거움은 어떤 취미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비즈를 꿰고 있으면 오로지 비즈와 나, 단 둘 뿐인 세상이라 감히 세상 근심이 낄 자리가 없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두둑한 덤이다. 또 자랑스럽게도 은근히 인기가 있어서 나름의 용돈 벌이도 하고 있으니 두 배의 성취감을 주는 기특한 취미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2020년 10월, 비즈의 숲은 반지를 넘어, 팔찌, 목걸이, 힙스터의 필수품 비즈 마스크 목걸이까지 만드는 명실상부 다품종 소량 생산의 브랜드가 됐다. ‘코로나 덕분에’ 작지만 하나의 비즈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코로나가 집콕을 선물하지 않았다면, 다른 것들로 채워졌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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