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블루 선데이

by 채율립

이상하게 똑같은 얼굴인데 못생겨 보이고, 피부는 푸석해진 것 같으며 새로 한 머리도 마음에 안 드는 날이 있다. 나는 이런 날을 pms(premenstrual syndrome), 월경전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매달 월경을 하는데 비해 매달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 3~4개월에 한 번씩은 이렇게 pms가 찾아오는 듯하다. 나의 pms는 다양하게 발현되는데 주로 식욕 증가(특히 평소에 먹지도 않을 달달한 간식을 찾고 있다), 수면 증가(겨울잠에 돌입한 동물처럼 계속 잔다), 이번 경우처럼 우울감 발현(이유 없이 다 싫고 눈물이 난다) 등의 증상으로 온다.

이번 pms는 이상하리 만큼 얼굴이 마음에 안 들고, (몸무게는 똑같은데) 살은 너무 찐 것 같으며 피부도 푸석푸석한 외모에서 오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내게 찾아온 어떤 증상이 pms라고 인지하는 순간 pms는 미미해지는데, 이번에는 왜인지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남자 친구와 통화하면서 얼태기가 왔다고 했다. 얼태기는 얼굴과 권태기의 합성어라고 웃으며 설명해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물론 20대 초반에 비해 살이 많이 찐 것은 사실이다. 한 6kg 정도 붙었나. 20대 후반인 29살. 그동안 나를 관리하지 못한 결과물을 직면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물론 pms가 아니라면 그까짓 6kg 빼면 되지,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이번 pms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남자 친구와 통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남자 친구가 그와 처음 만난 20대 중반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을 보여준 요지는 내가 그만큼 예뻤다는 것이다. 살만 조금 빼면 더없이 예쁠 것이라는 말,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예쁘다는 말. 그가 하려던 위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니 더 마음이 슬퍼졌다. 이것도 pms. pms는 이토록 이성을 잃고 감성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평소에 나라면 그가 나를 예쁘게 보든 아니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중요할 텐데 pms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이렇게 우울한 일요일을 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일상적인 월요일. 일상적인 것에서 오는 평온함에 몸을 맡기고 또 한주를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꽃 블라우스를 고이 접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