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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Nov 08. 2019

너 참 편하게 사는구나

우린 각자 주어진 게 다르다


편하게 사는 언니


한동네 살던 오랜 중학교 동창이 있다. 가끔 친구와 만나면 친구의 친언니 얘기가 나오곤 한다. 소위 말하는 '편하게 사는데 일이 술술 풀리는 삶'을 살고 있는 언니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무원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진 끝에 합격하게 된 친구에 비해, 언니는 모든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하고 싶은  다 하고 연애도 하며 공부를 했다. 그런데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쉽게 패스했다. 결혼할 때에도 집에서 지원을 다 해주셨고 아기도 부모님이 봐주신다.


그래서 내 친구는 '세상 제일 부러운 사람이 우리 언니야'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정말 부러워진다. 여러 방면으로 보았을 때(직장, 가정, 경제 등) 가장 부러운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런데, 최근에 알았다. 언니 몸의 한쪽 부위가 아프다고. 그래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때 알았다. 누구에게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편하게 사는 후배


첫 직장에 입사를 하고, 같은 사업장에 여자 후배가 들어왔다. 그리고 당시 그 후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성격이 밝은 건 좋지만, 너무 밝아 천방지축에 가까웠다. 말과 행동도 마음대로 하고, 술을 먹고 실수도 자주 했다. 그 뒤처리를 해준 적도 많이 있다.


항상 그 후배를 보며, 편하게 산다는 생각을 했다. 수십 번 면접에 떨어졌던 나와 달리, 단 한번 면접을 보고 회사에 붙었던 것도.


몇 년이 지나고 따로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알았다. 어렸을 적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들게 지냈음에도 밝게 살아왔던 걸. 대학교 때 학원을 같이 다니며 일찍 취업 준비를 해왔던 걸.


입으로 내뱉은 적은 없었지만, 편하게 산다고 생각했던 지난날 나의 경솔함에 너무 미안했다.



너 참 편하게 산다


내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어떤 이는 내게 편하게 산다고 한다. 우린 주변 사람들의 단면만 보고 판단한다. 특히 일이 잘 풀리거나 편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는 눈은 더 그렇다. 그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운이 좋았다느니 쉽게 이루었다느니 평가하는 것도 무척이나 교만하고 경솔한 태도다. 우리는 상대방을 평가할 만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 없고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으며 각자가 가진 복도 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모든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고난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닫는다.


결국, 남 볼 필요 없이 스스로의 삶을 잘 살면 된다. 남의 행복과도 불행과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 남이 나를 평가하는 것에도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결국은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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