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송 Nov 07. 2019

돈이 아닌 것을 위한 선택

주말 오전 카페에 앉다


일하는 주말에 익숙해지다


대학생활 동안 나에게 주말의 반은 일하는 시간이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금요일에 늦게 잠이 들어도, 전날 늦게까지 술을 진탕 마셔도 다음날 오전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3시에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3시 반. 잠깐 쉬다가 잠에 들기라도 하면 주말이 그냥 허무하게 지나갔다. 그래서 되도록 저녁에 약속을 잡았다. 그래야 밖에 나와서 뭐라도 하게 되니까.   

 

오전 6시 50분쯤 매장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커피 한잔을 내려 마셨다. 사장님이 좋은 분이셔서 커피는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7시부터는 바로 일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포장되어 들어온 제품들과 소보루 빵부터 차례차례 나오는 빵들을 진열했다.


오전 9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꽤 들어왔다. 그중 매주 주말 오전에 혼자서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있었다. 한 번은 일하다 말고 잠시 그 손님을 바라본 적이 있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책을 읽는 모습. 소소하지만 너무 부러운 모습이었다. 나에겐 그런 여유가 없었다. 쉴 수 있는 오전이라는 시간도 없었다. 그 뒤로 나에게 시간이 생긴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주말 오전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일.  

           

한 번은 대학 동기들이 주말에 불꽃축제에 가자고 했다. 사실 몇 주 전에만 일찍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대타를 구하면 쉴 수도 있었는데, 고민하다 축제에 가지 않기로 했다. 하루 치라도 용돈을 더 버는 것을 택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선택을 후회했다. 하루 더 벌면 얼마나 더 벌겠다고, 경험과 추억을 택하지 않았을까. 이유 없이 내가 싫어졌다. 그래서 그 뒤로는 돈과 사람들과의 만남 중에 만남을 선택했다.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돈보다는 사람과의 추억이니.     


시간이 흘러 대학교를 졸업하고 힘든 취준 기간을 지나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어서도 주말은 한가롭지 않았다. 일이 많이 바쁠 때는 종종 주말에 출근을 하였고, 비교적 바쁘지 않을 때에는 주말에 어학 학원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돈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


직장 생활 6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갖은 스트레스로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 이제 더 이상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선택했다. 이번 일은 안정주의적 인간인 내가 해왔던 선택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당장의 돈보다 지금 이 순간  건강과 행복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결정은 고군분투하던 직장에서는 벗어나게 했지만 이제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 막막함과 마주하게 하였다.


일을 그만두고 그토록 원했던 주말 오전 카페에 앉았다. 이젠 주말이 아닌 평일 오전에도 카페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 때문일까. 왜 그런 것일지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는 머릿속에서라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쉬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나에게 생각지 못하게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이 휴식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렵게 찾아온 이 시간을 ‘잘’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편안함을 느끼는지.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시간이 있다고 해서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그 시간을 즐길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여유를 찾으려 한다. 카페에 앉아있을 시간이 생겼으니, 커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