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염가 판매합니다 09

면접 보는 법

by 하쿠나마타타

해외취업을 꿈꾸는 디자이너들 혹은 해외 디자인은 국내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9 뭘 잘할 수 있어요?


나는 다시 백수 상태로 돌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인턴십 기간을 채우고 나가지 않고 사람을 자르는 경우는 한 달치 월급을 더 준다. 거기에 세금 환급까지 받으니까 천만 원이 내 통장에 찍혀 있었다.

응? 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당분간 건강을 돌보면서 몸상태와 공황장애를 잘 다스려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며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때 친구가 만들어준 김떡순이 얼마나 고맙던지.

Screen Shot 2021-10-12 at 11.41.53 am.png 한국인의 마음의 양식이여.. 소울푸드여...

나는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으며 프리랜서로 일단 일을 받기 시작했다.

앞에서 아는 바와 같이 이사님 간간히 나에게 일을 주셨고 정말로 다행히도 중간중간 디자인을 하면서 일자리를 알아봤다. 그 와중에 한국인을 상대로 한국 대사관에서 채용박람회가 열렸고 나는 거기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호주에서 영주권까지 가지고 있고 15년 살아서 영어도 잘하지만 도무지 일자리를 어떻게 구하는지 모르겠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도 있었고 한국에서 내가 이렇게 잘 나갔는데 내가 왜 이렇게 일을 못 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뽕이 잔뜩 들어간 친구들도 있었다. 그가 한 이야기를 들으면 이력서 두세 개 뿌리고 내가 이렇게 잘하는 애인데 왜 나를 취업시키지 않느냐는 태도였다. 참으로 그땐 예전에 나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한국에서 잘 나갔는데 왜 호주에서 안 알아봐 주지 않냐고.

나는 그냥 미소만 지었다.

디자인 멘토로 오신 한국인 분은 한국에서 아주 잘 나가는 광고회사를 다니고 여기서도 아주 큰 디자인 에이전씨에 다니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대학도 나오시고 내 이야기를 쭉 듣고 내 포트폴리오도 보셨지만 내가 왜 취업할 수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주 큰 성과는 이루지 못한 체 나는 한동안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풀타임 취업준비를 했다.


그래도 예전과 다른 건 서류 통과가 될 기회가 많다 보니 면접 볼 기회도 훨씬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많이 떨어져도 여기에도 노하우(?)가 생겼다.

miguel-bruna-TzVN0xQhWaQ-unsplash.jpg

면접 예상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자기소개

자기소개라고 해서 아주 거창하게 자기소개를 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식으로 어디에서 태어났고 막내딸이고 이런 식의 자기소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몇 년 차 디자이너고 무슨 경력이 있고 뭐가 강점이고 이런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2. 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는가?

너무도 당연히 회사를 지원할 때는 회사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내가 지원한 직군이 나한테 얼마나 잘 맞는지도 알아야 한다.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이 직군이 왜 나랑 잘 맞을 거 같은지 설명한다.


3.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만약 분야가 패션분야면 패션 트렌드 정도는 알아야 하고 코스메틱 분야면 코스메틱에 대해 관심이 좀 있어야 한다.


4.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인가?

이 질문을 의외로 많이 받는다. 나는 사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없고 다 화가들이다. 어느 곳에서 영감을 받는지 아니면 왜 좋아하는지 잘 대답하면 된다.


5.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한다.

이것은 백 퍼센트 면접을 볼 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데 팀워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 혼자서 한 것인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왜인지. 아니면 면접관이 지목하는 디자인을 설명한다던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아주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6. 디자인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지?

호주는 그래픽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는 없다.

나는 그래픽 디자인(프린트 기반)에 웹 디자인을 할 줄 아는데 UI 디자인 경력이 있고 모션 그래픽을 조금 할 줄 알고 인테리어 그래픽도 할 줄 알며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디자이너다.

정말 어떤 분야에 완전히 스페셜한 게 아니라면 한 가지로 취업하기가 어렵다.

내가 갔던 어떤 에이전씨는 최종 라운드에 나와 다른 디자이너를 두고 한참을 고민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나는 디자인을 잘하는 거 같은데 다른 디자이너는 카피라이팅을 할 줄 안다고.

디자이너를 고용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의외의 다른 장점이 있으니 너무 고민된다고.

결국 그 회사는 최종 라운드에서 다른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호주에서 취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


7. 가끔 장점과 단점을 묻는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묻지만 단점을 말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8. 취미나 특기

호주는 업무 이외에도 개인에 대해서 소중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취미나 특기를 묻는 곳도 있다.


면접을 볼 때는 자신이 다 잘할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면접 보기 전에 연습 또 연습. 나는 면접 보기 전에 연습도 많이 했지만 나의 모습을 녹화해 두고 내가 제대로 말을 전달하는지, 발음엔 문제가 없는지, 표정에서 자신감이 있는지도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완벽한 영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가끔 최종라운드까지 올라갔는데 호주의 큰 회사들은 디자인 테스트까지 거친다. 세계 최대 요거트 기업 초바니에서도 최종면접까지 5라운드가 주어졌는데 3차례의 인터뷰와 4차 프레젠테이션, 5차 디자인 테스트까지 했으니 연습만이 곧 살길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디자인 테스트에서 최종 심사를 두고 떨어졌다) 초바니는 이후에 다시 디자이너를 고용할 때 나에게 따로 연로 연락이 와서 최종 면접 때 같이 면접해볼 생각이 없냐고 면접 제의가 다시 왔었다.


모든 예상 질문을 연습해두면 조금은 더 도움이 될 거고 긴장감도 줄어둘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와중에 나는 에이전씨에 캐주얼 디자이너로 취업하게 되었다.

캐주얼은 시급이 센 대신에 필요할 때만 써서 고용하는 형태로 고용안정의 불안감이 있지만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에이전씨 모계 회사가 아주 거대한 글로벌 광고회사라는 건 알았지만.


다음엔 호주 회사와 한국 회사의 차이점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이전 08화열정을 염가 판매합니다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