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직장 vs 한국 직장
해외취업을 꿈꾸는 디자이너들 혹은 해외 디자인은 국내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호주 직장과 한국 직장은 내가 느끼기에 많이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호주에서 작은 회사부터 시작해서 에이전씨까지 그래도 다 다른 환경에서 지내오니 호주 직장만의 공통점이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호주 회사_ 연차나 아파서 집에 갈 때: 그냥 쓰면 된다. 이유가 뭐가 필요 있으라, 아프면 직장에서 기침하고 병 옮기고 이런 게 더 민폐라고 생각한다. 사생활이 중요한 호주 회사는 연차 쓸 때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그냥 쓴다.
한국 회사_ 연차나 아파서 집에 갈 때: 버틴다. 죽어도 회사에서 진통제 먹고 버틴다. 죽어도 회사에서 죽는다. 감기 걸린다고 회사 안 나온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연차 쓸 때 사유서에 이유를 적는다. 눈치를 보면서 가족 핑계를 되며 꼭 빠져야 하는 이유까지 적는다.
호주 회사_ 회식문화: 회식문화 없다. 간혹 일 끝나고 직장동료들이 밥 같이 먹자고 할 때도 있지만 회식이 아님으로 거절할 수도 있고 먹다가 집에 갈 수도 있다.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기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한국 회사_회식문화: 부장님이 못 도망가도록 사원들의 가방을 전부 뺏는다. 회식도 일의 연장이다. 집에 도망가면 다음날 불이익이 있다. 술을 권유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술을 잘 먹으면 좋다. 회사생활이 편해진다. 노래방에서 트로트한곡 잘 부르면 그다음 날 인기스타. 그 대신 빨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
호주 회사_사무실 분위기: 맥주냉장고가 사무실에 있다. 탁구대도 여러 군대 있고 서서 일할 수 있는 곳과 미팅룸, 소파도 오픈이다. 일만 할 수 있으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다. 수요일부터 맥주를 한잔 들이켠다. 금요일 오후엔 일을 안 하는 분위기 모두가 맥주 한모 금하면서 일한다.(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 회사_사무실 분위기: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시간 꽉 채워서 일한다. 자리를 오래 비우면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쉬는 것도 눈치껏 쉬고 돌아와야 한다. 술? 미쳤어? 술은 회식할 때만 먹는 거다.
호주 회사_일하는 스타일: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사실 그 시간에 가지 않는다. 일이 많으면 더 할 수도 있지만 일이 적으면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집에 가도 된다. 자기 일만 하면 되는 것이라 눈치 안 보고 끝나면 집에 갈 수 있다. 그 대신 업무시간에 꽉 채워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야근을 하지 않는 게 목표다. 금요일엔 다들 일찍 집에 간다.
호주는 야. 근. 이. 없. 다.
한국 회사_일하는 스타일: 9시부터 6시까지 채운다. 일이 없어도 버티는 것도 일의 연장이다. 엉덩이로 일한다. 회사는 야근 많이 하는 회사, 야근 많이 안 하는 회사로 나눈다.
호주 회사_상사 스타일: 이건 의외로 케바케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 조직이 상하관계가 아님으로(나는 아직도 이게 고쳐지지 않는다) 상사가 시키는 일이라고 다 할 필요가 없다. 내 판단에 더 나은 게 있으면 더 잘하고 이야기하면 된다. 또한 인사팀의 힘이 센 편이라 부당하면 언제든지 아니라고 신고(?)도 할 수 있다. 신고가 많이 접수되면 그 상사는 더 큰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을 수 있음으로 직장 내 괴롭히 그나마 적은 편.
한국 회사_상사 스타일: 까라면 까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수직관계가 확실하고 보통 이름이 아닌 직급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나이가 어려도 직급이 높으면 따라야 하는 부분도 많고 부당하더라도 항상 주위에서 참으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직서 쓸 때나 할 수 있는 이야기.
호주 회사_디자인 멘토: '내가 가르쳐 주지만 아니면 아니라고 해도 돼. 네가 내 말을 다 따를 필요는 없어'라고 가르친다. 나의 의견도 존중해주고 좋은 것이 있으면 가르치려는 스타일. 나쁘게 보면 어떤 디자이너는 몇 년이 지나도 디자인이 안는다. 왜냐면 그런 디자이너는 너무 고집이 세고 멘토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받아들인다.
한국 회사_디자인 멘토: 디자인 선생님. 이쪽 분야의 경험이 많으면 선생님처럼 따르는 느낌이 많다. 나 또한 선생님한테 가르침 받듯이 일을 배웠다.
호주 회사_연봉: 이것저것 많이 할수록 연봉이 많이 오른다. 요즘 핫 한쪽인 디지털 디자인 UX/UI 디자인 쪽은 억대 연봉까지 받을 수 있다. 호주는 한 가지만 잘하는 디자이너는 없다.
한국 회사_연봉: 스타디자이너 이거나 세계 공모전 입상자로서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연봉에 한계가 있다. 보통 한 가지를 매우 잘하는 디자이너들이 보통이다.
호주 회사_옷차림: 야하게 입지 않는 선에선 자유복.
한국 회사_옷차림: 에이전씨 스타일과 회사 디자이너는 옷 스타일이 다르다.
내가 너무 한국 회사를 나쁘게 쓴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한국에선 회사 소속 디자이너였고 에이전씨를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어서 아마 그런 면이 더 비교가 심하고 나쁘게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생활이 중요하고, 가족주의가 있다 보니 회식문화가 없고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어렵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할까? 한국은 회식문화가 있을지언정 서로 정이 통하면 으쌰 으쌰 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이 나쁘게 생각되지 않는다. 결국엔 일도 사람과의 연결이니까. 참 그리고 나의 경험은 7년전 한국의 경험이니까... 라떼는 하는 아재 느낌일 수 있다. 이제는 좀 괜찮아 졌을려나.
내가 취업한 호주 에이전씨도 한껏 자유로움을 갖춘 정말 실리콘밸리에서 볼법한 그런 곳이었다.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술을 마시는 옆에 앉은 직장동료를 보며 입이 떡 벌어지는 그 순간 '앨리스(내 영어 이름), 너는 에이전씨 스타일을 몰라서 그래' 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들.
그나저나 이제 코로나가 터졌다.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이제 자택 근무하면 된다. 호주는 자택 근무를 상황에 따라 자율근무제처럼 많이 해왔으므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다. Zoom이나 Google로 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많은 회사들이 줄줄이 마케팅 플랜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나의 일도 점차 줄게 된 것이다. 휴... 나는 이제 뭐 먹고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