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염가 판매합니다 04

마음을 어디까지 비워야 할까.

by 하쿠나마타타

해외취업을 꿈꾸는 디자이너들 혹은 해외 디자인은 국내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4 다 버려라.(마음을 비워라)


좋아하는 것 하나를 얻기 위해 열개를 포기해야 한다 - 이외수



호주 생활에서 제일 힘든 것은 좋아하는 것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이 정도 각오도 안 하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일적으로 제안을 받고 온 것도 아녔으므로) 한국에서 30 평생 살아온 모든 습관을 내려놓기가 처음에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버리고 바꿔왔던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PF2019_AK_s_Page_01.jpg 나의 포트폴리오 표지. 나는 디자인과 아트의 중간단계를 좋아하고 아주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1. 포트폴리오

대기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름값을 했던 한국의 경험을 생각해서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절대로 안된다. 한국은 기업 밸류를 보고 나를 채용했을지 몰라도 호주는 철저한 포트폴리오 기반으로 사람을 뽑는다. 무슨 대학에 나왔는지 상관이 없고, 몇 년제 대학에 나왔는지도 상관없으며, 심지어는 학원출신 아니, 그 보다 더 한다면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데 독학으로 공부해도 상관없다.

포트폴리오는 나의 얼굴이다. 만약 입사지원을 했는데 연락이 잘 오지 않는다면,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살펴볼 것. 너무 한국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지... 우리가 배웠던 유럽, 미국, 영국식 스타일의 포트폴리오를 깔끔하고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봄이 어떨지..


thought-catalog-Nv-vx3kUR2A-unsplash.jpg 현재 상황을 업데이트 하자면 코로나로 인해 올해 3월부터 거희 대부분 오피스워커들은 자택근무를 권고받고 있는 상황이다.


2. 안정된 직장생활

한국은 주 5일제 혹은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었다면 호주는 세 가지 근무형태가 있다.

풀타임, 파트타임, 캐주얼.

풀타임은 말 그대로 주 5일제를 말하고 연차, 그리고 병가도 포함되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파트타임은 고용주가 원하는 며칠만 쓰는 형태로 단, 약속한 일수가 3일이면 매주 3일은 반드시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연차, 병가가 있다.

캐주얼은 고용주가 원할 때만 쓰는 형태로 고용안정이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대신 고액으로 사람을 쓰는 형태다. 연차와 병가는 없다.

조사에 따르면 호주는 60%가 풀타임이고 나머지는 파트타임이나 캐주얼 형태이다. 그러니 2 job, 3 job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는 풀타임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일을 적게 하고 수입이 낮아지면 항상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일을 찾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시작했던 웨이트리스 일을 생각하면서도 한국에서 정장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살았던 나의 생활이 그립기도 하고..... 이런 일 하려고 온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결국 이룰 것이고 이 생활 또한 금방 지나갈 것이다. 자연스러운 호주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3. 인간관계

인간관계가 의외로 참 힘들다. 한국에서는 사교의 여왕으로 날아다녔을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친구 한 명 사귀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한국인 네트워크로 알게 된 한국인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계속 일하는 환경이 외국인밖에 없다면, 영어로 한없이 위축된 마음이 더 작고 소심하게 만들어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한 명 사귀기가 어려워진다.

유학생에 관한 유튜브나 책을 통해서도 알게 되겠지만 의외로 이런 문제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확률이 60%나 된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억지로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외로워했었다. 너무 외롭다면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의 친구들은 교회에서 많이 인연을 만났는데 한국인끼리 타지에서 서로 돕고 살고자 하는 마음이 많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언젠가 좋은 인연이 닿아 친구를 만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4. 취미생활

나는 한국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참으로 좋아라 했다.

노래 부르는 네이버 카페 모임에 6년 동안이나 활동을 했었고 많은 인연들을 거기서 만들기도 했다. 인생의 정말 중요한 기쁨이었고, 삶의 낙이었다. 취미로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으니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것이다. 그 좋아하던 노래 부르는 것을 중단한다는 게 사실 너무 힘들었다.

물론, 호주에 있는 노래방에 가기 위해 예약을 해서 고가의 금액 (한화로 5만 원에서 8만 원 사이)을 지불하고, 원하는 곡 하나 없는 곳(영미권, 혹은 중국노래만 있다....)에서 노래를 부르러 갈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이크의 상태가 형편없으니 음질이 좋을 리 없고, 한국에서 시원하게 서비스를 주던 환경에서 한 시간만 부르고 나오는 것도 섭섭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술 때문에 흥이 오르면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게 정석인데 노래방에 가기 위해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등등 결국 젤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 이르렀다.

*참고로 최근에 코노가 생겼다고.. 그렇지만 노래를 부르면 방음이 1도 안돼서 빌딩 전체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markus-winkler-n-E0XNnGc-Q-unsplash.jpg 김떡순을 이제 포기하며 살아야 한다고! 세상에......


5. 향수병

무한도전을 사랑했던 나는 한국에서도 티브이를 안 봤지만 무도만큼은 꼭 챙겨봤다. 보통은 다운로드하여서 보았었는데 그 습관이 10년이나 되어서 호주에 와서도 그 사랑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계속 한국 예능을 챙겨보고 한국 책만 읽는 나를 보고 한심하게 생각했던 남자 친구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게 하면 영어 늘지 않아. 너도 어떤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호주의 티브이는 너무나도 재미없고 외국인 친구 하나 제대로 없는 나는 학생비자를 받은 후 학교에 갈 때마다 안 되는 영어와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까닭에 초반 2-3년은 너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남자 친구의 충고로 모든 한국어를 끊고(?) 나니 잠꼬대도 영어로 하는 판국은 되었지만, 그리운 고향 음식을 자주 못 먹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떡볶이 없이 한 달을 살아본 적이 있나요 다들?) 한국말을 들을 곳도 말할 곳도 없는 데다 영어로도 입이 트이지도 않게 되자 가슴속이 너무 답답해졌다. 급기야 알 수 없는 두통이 시작되었고, 두개골이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잠을 아얘 잘 수 없게 되었다. 병원에 가서야 향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한국말을 하면서 그리운 고향 친구나 가족과 통화를 하라는 조언을 받고서야 나의 병은 치료될 수 있었다. 역시 꾹꾹 참는 습관은 너무 안 좋다. 나 스스로 풀 수 있는 분출구 하나는 만들어야 된다.




모든 이방인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살아온 기반을 다 포기하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불타는 마음을 장착한들 어려움을 계속 겪고 나면 그 마음이 다치고 다쳐서 바닥으로 한없이 추락할 수 있다. 외국에서 아무 의지 없이 혼자서 살아남는 것은 정말 큰 각오를 다지고 와야 한다. 징징될 사람도, 내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도 없다.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그러니 잠깐의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고,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고 하기보다 처음엔 워킹홀리데이로 오기를 추천한다. 그 처음 1년 동안도 50% 사람들이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생활이 정말 지겨워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싶으면 나는 그냥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잘 쌓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여기서 생활하는 것은 다르다.


인생은 딱 한번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한번쯤은 올인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한 개를 얻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개는 포기할 각오를 다지고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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