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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Feb 12. 2024

무신론자가 겪고 있는 영성 신비체험

명상을 하니까 불교 쪽이어야 하는데 왜 하나님 쪽으로 느끼는 걸까?

작년 내내 나는 알 수 없는 신비체험 속에 있었다. 기독교나 천주교 쪽으로 말하면 영성 체험이고 불교 쪽으로 말하면 명상 신비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발단된 곳은 교회였다. 2023년 1월

그냥, 이상하게 성당에 가고 싶었다. 호주 10년 차 이렇게 오래 살면서 오래된 건물이나 미술작품 보는 건 좋아했지만 성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내가 살고 있는 멜버른의 건물은 보통 100년이 넘은 교회와 성당들이 많다. 아마 오래된 아름다운 건물이어도 종교 쪽이라 크게 끌리진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그 오래된 건물을 감상하고 싶었다. 웅장한 크기의 클래식한 조형물과 아름다운 스테인글라스, 마리아상과 예수님이 거룩하게 모셔져 있는 공기마저도 따뜻한 그 건물이.


성당 이곳저곳을 감상하고 자리에 앉아서 마리아상을 바라보는데 이상하다.

경미한 두통이 시작되었고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압도당하고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너무 어지러웠다. 진정하기 위해 10분은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큰 에너지에 동화되고 에너지장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눈물이 한줄기 또로로 떨어졌다.


'뭐야... 나 술 취한 거야?'


안 그래도 강변을 보면서 맥주를 한잔, 정말 한잔만 마시고 왔는데 이 엄청난 에너지는 뭐지? 취한 게 틀림없어. 보고 경험한 것만 믿는 무신론자라 나는 다음날 다시 성당에 왔다. 말짱한 맨 정신으로.


헌데 이상하다. 또 같은 느낌을 느낀다. 언제나 그 에너지장 안으로 들어갈 땐 경미한 두통이 느껴지고 어지럽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면 너무 큰 에너지에 압도당한다. 누군가 나를 바닥으로 쭉 당기는 기분마저도 든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 무신론자라고, 명상은 마음과의 대화를 위해 배우는 스킬, 불교 경전은 철학서라고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거지 그렇다고 종교를 믿는 거는 아니라고, 심지어 이건 천주교 성당인데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나의 호기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질문에 답을 찾아야 했다. 

남자친구와 호주에서 가장 큰 성당에 도착했다. 그 안에 성스러운 분위기는 내가 본 중 최고였다. 바티칸까지 다녀온 나였지만 그때만큼은 바티칸 보다 더 아름다웠다. 예수님이 태어난 탄생과정과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과정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묘사되어 있었고, 그 안에 공기는 스테인글라스에 빛을 타고 들어와 따뜻하게 감사고 있었다.

호주에서 가장 큰 성당

또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번 성당보다 더 심했다. 눈물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오열을 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란 엄청났다.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였다. 따뜻하고 성스럽고 부드러우며 매우 강력한 에너지였다. 그런데 나는 무신론자 아닌가?


'설마 나 악마가 씌어서 성당에 왔더니 정화하고 있는 거 아니겠지?'


펑펑 우는 나를 주체할 수 없어서 긴급하게 성당에서 나왔다. '나 악마인가?'라는 의심을 하던 찰나에 교회에 다녔던 남자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네가 느낀 건 성령 체험이야'


그 이후 나는 많은 교회에 다니는 분들에게, 종교를 믿고 있는 분들께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가 경험한 것은 성령님이 들어오셨다는 성령체험 같은 것이라고 했다.


너무 믿을 수가 없지만 경험을 한 이상 나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예전의 삶으로 살 수가 없었다. 

하필 의심 많은 나에게, 경험만 믿는 나에게, 무신론자인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이제 나는 어떻게 하지? 앞으로 뭘 해야 하는 걸까?

하나님의 자녀가 돼야 하는 걸까? 


그냥 이상하게 성당이 가고 싶었던 그 순간부터

나의 직관이 나를 거기로 끌고 간 순간부터 


모든 것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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