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친구들과 랜선모임을 했다.
때는 2022년 12월 27일. -13℃의 매서운 추위, 한파주의보가 떨어졌다. 요 근래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어느덧 한 해가 또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해 나의 다짐과 목표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소박하지만 원대했던 나의 하반기 목표들은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수많은 그저 말 뿐인 말들만 되어갔다.
언제 한번 보자는, 그저 그런 격식만 차린 인사치레들로 가득 채운 연말의 인사 속에서도 유난히 그리워지는 이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올 한 해는 유난히 낭만적인 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랬나. 그리고 한때의 영웅들에 Last dance는 충분히 낭만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가장 따뜻하고 가장 편한 그들이 생각났나 보다. 모두가 떠나버린 그 협곡에서. 우리가 다시 같이 게임을 한다면 나도 낭만적이게 올해의 마침표를 무사히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어딜 가든 사는 이야기들로 바쁘다. 친구들을 만나도, 부모님을 만나도 나는 항상 내가 처한 상황들에 대해 말해야 하고 그들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렇게 유쾌함보다는 무거움만이 남아버리는 잔혹하도록 현실적인 대화만 하다 헤어지는 것만 같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냥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분명 그들은 편했는데, 편했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했다. 친구들과 옛날처럼. 그냥 사는 얘기 1도 없이, 단순히 게임의 승패를 위해서. 이번엔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그런 것 없이 채워지는 오디오는 오로지 농담을 치기 위한 드립의 향연. 건설적임이라곤 1도 없이 쌓여 올려지는 추억이라는 이름에 모래성 같은 시간. 그래, 나의 바다는 그런 모래들이 모여 만들어진 백사장으로 가득 차있었지. 그 반짝이는 모래알들이 모여 나의 바다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그 들이 얼마나 내게 있어 반짝이는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