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XX
어느 5월의 저녁밤 길을 걸으며 던졌던 물음표들은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렇게 어느새 한 바퀴 돌아 다시 마주한 5월의 초여름밤. 난 또다시 길을 나섰다. '뭐 또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내 어린 어느 날의 소원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는데,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1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난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냈을 뿐, 나의 그 어떠한 것도 흘려보내지 못하고 아직 손아귀 가득 무언갈 쥐고 있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 처음으로 글을 쓰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에너지는 오래가지 못했고, 어느덧 브런치에서는 작가님의 꾸준함이... 라며 빨리 글을 써내라고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쓰고 있던 단편의 구상은 아주 가끔 하는 편인데 심도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가끔 들어와서 메모장으로 쓰거나 맞춤법검사는 애용했다.
갑자기 다시 글을 쓴 이유는 언젠가 봤던 한 글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잠들기 전 봤던 SNS에 올라온 친구의 한 사진에서.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몇 장의 사진들과 짧게 쓰인 소개글.
'맨날 나 괴롭히는 내 베프이자 보호자이자 내 짝꿍'
그냥 여느 다정한 연인들의 사진들 중 하나로 생각하곤 의미 없이 넘겼는데 불현듯 어느 순간부터 저 문장이 생각나더니 보호자라는 표현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이들이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느껴지는 저 문장에서 나는 오히려 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저 문장이 너무 좋아 뭐든 쓰고 싶은 이 오월의 밤을 기억하기 위해 쓰는 나의 오월의 일기. #고마워COCO
5월을 지칭하는 단어나 수식어는 유난히 많은 것 같다. 계절의 여왕, 가족의 달, 5월의 신부등등. 이 생명력 가득한 찬란한 달에 나는 무엇을 했나. 오월은 나의 생일이 있었다. 올해 생일엔 유난히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 누구에도 말하지 않았지만 새삼 눈물이 났던 날이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엔 생일날 인사를 단 한 명에게도 못 받았었는데 사실 생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불과 1여 년 사이 많이 달라진 생일날에 좀 많이 당황했고 의외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진주에 사는 친구의 집들이를 다녀오기도 했고, 사촌누나의 결혼식에도 참여했다. 누나의 부탁으로 부케를 받기도 했다. 6개월 안에 결혼은 무슨 연애도 못할 거 같은데 부탁하길래 받았다. 받기 전까지는 좀 고민을 많이 했으나, 막상 받고 나니 아무것도 없어서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다. 장미가 아름답게 피는 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일하는 현장에는 유난히 장미가 아름답게 폈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지 꽃들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저런 분을 만나고 있다. 이번 주말에 처음 만나기로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은 두렵고 설렌다. 이런저런 일들이 묻은 나의 알록달록한 오월을 이제 보내주려 한다. 고마웠어요 나의 오월.
-그리고 당신의 오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