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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한량 Jun 28. 2023

유월

2023.06.XX

이제는 매일매일이 사투와도 같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온갖 표정을 찡그리지만 슬프게도 이제야 무더위의 시작이라는 게 애석해서 그 순간만에라도 당장 퇴근을 하고 싶어 진다. 난 아마도 이 문장을 내일 점심때쯤 또 읊조릴 것이란 생각에 잠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날이 더워지니 자연스레 방에서 에어컨만 켜놓고 뒹굴거린 기억밖에 없는 나의 유월.


이번달은 큰 이벤트 없이 시간이 쑥쑥 지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는 했는데, 결과는 다음 달에 나오니 그냥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여러모로 나를 꽤나 괴롭히던 시험이라서 언젠가 이것에 대해선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그저 그런 카페'의 친구들을 만났다. 우연하게도 그 카페의 다른 옛 동료를 같은 술집에서 만났다. 세상은 참 좁구나.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날도 새벽을 보내고 아침이 올 때까지 술을 마셨다. 옛 이야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내가 알게 된 누군가의 서사를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감격적인 일이다. 함께 지냈던 시간이 아님에도 그때부터 혹은 그 순간들부터 내가 당신을 응원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랄까? 그 기나긴 시간을 우리 버텨내고 이렇게 돌고 돌아 마주했구나. 나도 모르는 당신의 오랜 팬이 된 거 같아 그 모든 순간을 이겨낸 당신에게 감격스러웠나 보다.


뭐든 찬사를 건네고 싶어서 현재 쓰고 있었던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결국 너로 향할 거라고 사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애초에 내가 뭘 쓰고 싶은지 몰랐기에 처음 생각해 둔 갈래는 그러했다. 하지만 다음날 숙취로 괴로워하며 전날일을 곱씹다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 갈래의 다음은 어디로 향할지를. 거진 1여 년 만에 그 긴 이야기의 끝까지 생각했다. 아마 이 여름밤이 끝나고 이젠 춥다며 옷깃을 여밀 때쯤엔 그 이야기가 다 끝났을 거라 생각해 본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음날 유민에 대한 꿈을 꾸었다. 대체로 모든 글을 바로바로 써서 올리지는 않고 임시저장을 해두거나 다른 곳에 어느 정도 써두었다가 마무리를 하는데, 오랜만에 꿈에서 유민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무심코 또 연락할 뻔했던 것을, 그 몇 번을 다 잘 참아냈다.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그리곤 취한 채 또 글을 써 내려갔다. 유월, 당신의 얼굴이 밤하늘에 떠있다. 달이 참 밝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의 미소도 참 밝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언젠간 그 여름이라고 말할 이 여름의 앞에서. 아니면 여름이었다.로 찍힐 마침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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