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XX
달에 한번 쓰는 이 일기의 첫 시작말은 대게 근래의 날씨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곤 자연스레 이어지는 근황. 한 달에 한 번씩 쓰다 보니 내가 나름 정한 이 포맷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 어떻게 썼더라? 하고 지난달 일기를 보았다. 유월의 시작에서 '매일매일이 사투와도 같다'라고 하였지만 그것이 사투였다면 칠월에 지금의 난'이미 죽은 뒤 지옥에 있는 것만 같다'라고 이 달을 표현하고 싶다. 매일같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멍하니 저편을 바라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가 보다. 여긴 지옥의 어딘가 형벌을 받는 중이고 난 성실히 복무를 마치고 모범수로 다음생을 누리겠다고.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오월만 하더라도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난무했었는데 저번달부터 이벤트가 확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더워지다 보니 아예 나갈 생각조차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달도 저번달과 다름없이 쑥쑥 없이 지나갔는데, 퇴근하고 나면 아무런 기운이 없어서 그냥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거나 멍하니 유튜브만 뒤적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환승연애 시즌1'을 보게 되었는데 칠월은 거의 이것만 보다 한 달을 보낸 것만 같다.
여느 리얼리티연애예능과는 조금 다른 결. 그저 몽글몽글한 새로운 만남이 있는 것이 아닌 옛 연인이 있는 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는 예능. 처음엔 경악을 하면서 봤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전해지는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와 당시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한 몸이 되어 같이 눈물 흘리고 웃고 있었다. 덕분에 이제는 있었는지도 모를 나의 옛 X들을 모두 소환해내보기도 했다.
이제 시즌2를 봐야 하는데 생각보다 심적소모가 커서 무더위가 지나면 볼 생각이다. 요즘 개인적으로 '서사'에 감동하는 것 같다. 그들의 하루하루가 무심한 듯 쌓여온 지나간 시간들의 한편을 보고 지금에 그들을 보게 되었을 때의 감동이란. 오늘도 이렇게 허투루 하루를 보낸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 허튼 시간마저도 나의 서사인 것이라 생각하면 또 마음 한편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긴 장마는 끝이 났고 이제 마지막 무더위의 시작이다. 한 보름정도만 버텨내면 이제 이 계절도 끝나는 길에 접어들지 않을까? 난 요새 그런 염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