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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Oct 14. 2021

새로운 시작의 ‘시발’점 - 코로나 시대의 사랑과 결혼

팬대믹 시대에 결혼 준비를 한다는 건 정말 좇같았다.


저것도 말을 순화해서 한 것이다.


그냥 해도 힘든 결혼 준비를,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몇 명을 초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해서 치른다는 것은 곤욕이었다. 인생에서 축복 받아야 하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초대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고 남들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제일 괴로웠다.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예식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처음에는 직원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냐는 생각에 늘 상냥하고 조심스레 문의를 했더니 언젠가부터 직원은 내게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굴기 시작했다. 자기들도 모르는데 왜이렇게 보채냐는 것이었다. 적어도 천만원은 내 돈 내고 치르는 행사인데, 왜 내가 예식장 직원 눈치를 봐야하며 늘 애매모호한 답변만 받아야 하는지. 성격에 맞지 않게 정색을 하고 컴플레인을 걸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어차피 초대할 생각도 없었던 전 직장 과장놈은 별 것도 아닌 걸로 전화를 걸어서는 “이 시국에 결국 결혼을 하기로 했어? 왜? 뿌린게 아까워서 악착 같이 걷어야겠어?”라고 지껄였다… 악착 같이 그 새키한테는 계좌번호가 크게 적힌 청첩장을 보낼 걸 그랬나보다.


초대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정해져있다보니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가 큰 문제였다. 초대를 안해도 미안하고, 해도 미안하고. 결혼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어떻게 해야 좋을 지 감이 안왔다. 나라면 이런 시국에 굳이 안 일린다고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또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혼 준비를 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결혼 이야기에 더 쫑긋하게 된다. 누구는 몇년만에 연락와서 청첩장만 달랑 보내더라, 누구는 축가를 부탁하고 사례도 제대로 안하더라 등등. 결혼하면서 인간정리 된다는 말은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간 관계에서 가장 예의를 갖추고 타인을 대해야 하고 가장 조심스럽게 진행해야하는 예의범절 종합선물세트가 결혼이라는 행사 아닐까 싶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축의금 문화 때문에 그 문제가 더 예민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조심스러운 성향이 더 심했던 나는 오히려 조심한다는 이유로 초대를 매우 소극적으로 했고, 결과적으로 나도 모르게 준비 과정에서 누군가를 서운하게 했을 것이다. 결혼준비를 하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진심어린 축하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동반자, 함께 걸어갈 반려자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로 한 그 결심과 선언 앞에서 내 결혼식에 왔든 안 왔든, 나에게 알렸든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었든 최선을 다해 축하부터 해준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또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이래서 결혼하면 철든다는 거다' 하신다. 그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것들을 많이 깨닫게 하는 경험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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