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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Oct 13. 2021

신혼여행 첫날밤에 꾼 악몽

새로운 인생의 ‘시발’점 - 코로나 시대의 결혼과 사랑

[프롤로그]



신부 입장 한 시간 전이었다. 아직 드레스를 고르지 못해 초조한 마음으로 신부 대기실에 들어갔더니 형형색색의 드레스가 걸려있었다. 이태원 의상 샵에서나 팔 것 같은 주황색과 옥색이 믹스매치된 비단 드레스, 어두운 보라색 벨벳으로 만들어진 드레스, 새빨간 원단에 금장으로 수놓아진 드레스. 알록달록 화려하고 눈에 띄는 특이한 드레스들이 수십벌 걸려있었다.


“아니, 결혼식이 코 앞인데 이딴 드레스 밖에 없다고??”


정말 울고 싶었지만 안내 방송으로 곧 결혼식이 시작된다고 알려주어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어쩔 수 없이 드레스를 고르고 나니 이젠 신발이 없었다. 드레스 샵에서 왜 신발은 안 보내 준거지? 난 유난히 발이 작아서 기성 사이즈에는 맞는 신발이 없으니 신경써달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왜 하나도 제대로 준비된 게 없는거야!!


절망하고 있는데, 예식장 직원이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신발이 준비되어 있으니 골라서 신으면 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더니 글쎄, 낭떠러지 같은 바위 더미 위로 신발만 백여 컬레가 쫙 펼쳐져 있었다.


“이 많은 구두 중에 뭘 골라야 되는 거야!”


게다가 신발은 사이즈 별로 정리된 것도 아니어서 하나 하나 신발을 들어 발 사이즈를 확인해보고 골라야 했다. 내 발에 맞는 사이즈, 220을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 그때 또 다시 들려오는 안내 방송. 신부 입장해달라는 방송이었다. 급한대로 나는 아무거나 골라 신고 다시 직원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면 신부 입장하는 길이죠?”


그때 직원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늘 위로 끝없이 솟아있는 계단들을…


나는 구두를 신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계단을 미친 듯이 올랐다. 그와중에 왜 결혼 준비 카페에서 읽었던 ‘헤어샵에서 시간이 지연된데다 한강 건너는 다리가 너무 막혀서 신부가 제 시간에 입장하지 못했다는 그 사연’이 자꾸 생각이 나는지. 신부 입장 하러 가는 그 험난한 길에 나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제발… 신부 입장만은 잘 해야되는데… 제발…



그러다가 잠에서 깼다.

통창 호텔에서 일출을 보려고 맞춰둔 알람소리에 깨고 나니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드레스와 구두도 잘 골라서 입고, 신부 입장에도 늦지 않게 도착했으며,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무시하 결혼식을 마치고,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와 첫째날이 지났던 것이다.


신혼여행 첫날밤 꾼 꿈이 결혼 준비 하는 꿈이라니. 이 지독한 악몽. 다시는 결혼 준비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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