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예약하는 것이 식장이다. 인기많은 식장은 1년 전부터 골든타임을 예약해둬야 한다. 아니, 1년 전도 이미 예약이 차있는 경우가 많다. 주위르 둘러보면 결혼 준비 기간이 1년이 안되는 커플들도 많은데, 또 막상 결혼 준비를 해보면 1년이라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식장 예약을 하면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가격 문의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가격 문의를 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왜! 도대체 왜!! 중간 업체를 낀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일까? 게다가 한번 A라는 업체를 통해 가격 문의를 하고, 나중에 업체를 바꾸거나 개인적으로 다시 방문해 가격을 알아보면 이미 기입된 정보에 따라 제일 최초로 제시된 가격으로만 예식장 이용이 가능하다... 어떤 업체를 통해서 가격을 알아보는 것이 더 좋을지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무런 정보도 가질 수 없다. 정보가 너무나도 불평등하고 불투명했다.
사실 나는 야외결혼식을 하고 싶었는데, 우리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12월에서 2월 정도에 결혼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한 겨울에 야외결혼식은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는 예식장으로 둘러봤다. 사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팁으로는 굳이 한 유형만 고집하지 말고 여러 예식장을 많이 둘러보라고 했지만, 주말마다 세군데씩 예식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타이트하게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것이 싫은 분들을 위한 많은 대안도 생겼다. 용산 가족공원 같은 곳에서 야외 결혼식을 할 수도 있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예식을 치를 수 있다. 종교인이라면 교회나 성당에서도 많이 한다. 문제는 전문 예식장이 아닐 경우 피로연이 퀄리티가 낮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비쌀 수 있다.
주로 예식장을 고를 때 교통(주차)과 식사를 제일 크게 고려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객 입장에서 그 두 가지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기 때문이라고. 발품을 팔면서 결정하기 힘들었던 것은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결혼식장을 고를 것이냐, 하객들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의 결혼식장을 고를 것이냐였다. 내 경우에는 미리 예약해둔 예식장을 중간에 해약하고 조금 더 조건이 잘 맞는 예식장을 찾아 예약을 바꾸었다. 중간에 법이 바뀌어 3개월 전 무료 해약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6개월 전 무료 해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맞물리자 이 부분이 꽤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쉽게 취소도 못하고 마냥 미룰 수도 없기에. 예식장은 해당 지자체마다 조금씩 규제가 다르기도 하고, 예식장 자체의 규제도 있기 때문에 신랑과 신부는 거액의 돈을 쓰면서도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코로나 시기에 예비신랑신부들은 나름대로 오픈카톡방을 만들어 예식장의 대응을 서로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