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을 기억하는 방법 2
여름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과일이 있다. 납작복숭아다. 포르투갈에서도 여름이면 많이 판다. 포르투갈은 과일이 대체로 워낙 달고 맛있지만 납작복숭아도 정말 당도가 높고 부드럽다. 다만 단점이라면 까기 힘들고 씨는 커서 막상 과육은 얼마 안되는, 손 많이 가는 과일이랄까.
우리나라 사람에겐 유럽 과일로 알려져 있는 이 복숭아의 포르투갈식 이름은 “파라과이 복숭아”이다. 원산지가 파라과이인가 해서 살펴보면 또 원산지는 스페인이다. 이름이 왜 파라과이 복숭아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이런 불가사의한 이름들이 있다. 영어로 ‘터키(turkey)’라고 불리는 칠면조가 포르투갈에서는 ‘페루(peru)’다. 칠면조는 알고있을까? 자기들이 이렇게 나라 이름들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현재 터키는 국호를 튀르키예즈로 바꿨지만 말이다.)
리스본에서 남쪽으로 가면 가장 더운 행정구역으로 유명한 알렌테주 지역 해안가에 복숭아나무섬이라는 이름의 해변이 있다(Praia da Ilha do Pessegueiro). 탁트인 대서양 해변을 따라 넓게 펼쳐진 알렌테쥬의 해변은 어디를 가나 아름답지만, 복숭아나무라는 이름 때문인지 더욱 낙원처럼 느껴졌다. 내게 이 해변을 소개해준 포르투갈 친구에게 “무릉도원”이라는 표현을 알려주었다. 옛날 중국인들은 현인들만 갈 수 있는 이데아와 같이 아름다운 곳에 복숭아 나무가 심겨져 있다고 상상했다고.
원래는 배를 타고 섬까지 들어갈 수 있었으나 8월의 여름 날, 뱃사공도 휴가를 갔는지 찾아 볼 수 없었다. 섬에 들어가면 윈드서핑이나 스노클링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고대 로마인들이 살며 그들이 어업을 했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한 역사 깊은 곳이다. 정말 그 섬에 복숭아나무가 심겨져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 수 없다. 칠면조와 터키와 페루와 아무 상관 없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