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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에게, 오늘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오늘이 아니다. 달력 위의 날짜는 같지만, 하루를 대하는 마음은 분명 달라진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조차 우연처럼 느껴지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늘 죽음을 배경으로 놓고 살아가는 일에 가깝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산 뒤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종종 그것을 두려운 존재로만 여긴다.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이야기의 끝에서 끝으로, 끝끝내 밀어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한 번쯤 가까이에서 죽음을 마주한 사람은 안다. 그것이 단순한 공포로만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죽음은 삶을 급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또렷하게 만든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이 오히려 지금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미루던 말, 아끼던 표현, 언젠가 하겠다고 남겨둔 선택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으로 바뀐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유가 되고,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죽음을 성장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겁내기보다는 기억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삶 안으로 들여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음을 떠올릴수록 더 성실해진다. 관계 앞에서 덜 계산하고, 마음 앞에서 덜 인색해진다.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이 오늘을 더 진지하게 살도록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사소한 일에 덜 화를 내고, 지나가는 하루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저녁이 얼마나 귀한지 안다. 잃어본 사람만이 가지게 되는 태도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조용히 바꿔 놓는다.
결국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죽음이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삶에 들이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두려움으로만 남겨둘 수도 있고, 후회 없는 삶을 향한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오늘을 소중히 살아내는 일, 곁에 있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 그 모든 태도는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나를 지키는 또 하나의 단단함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