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çais 6개월차, Oui, Bien Sûr
1. 취미로써의 외국어 배우기
웬만한 것은 돈으로 가지거나 흉내낼 수 있다. 만 원주고 보던 영화를, 한 번쯤은 삼 만원짜리 골드클래스에서 한껏 기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즐거움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가진 것도 마찬가지이겠지. 돈이란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거니, 언제까지고 내 곁에서 충성하란 법이 없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지식'을 배양할 수 있다면, 누구도 그것을 빼앗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한 번 배우고 안 쓰는 동안 희미해질지 몰라도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두뇌 어딘가 몸 어딘가 장기저장소에 차곡차곡 쌓여져, 나중에 필요할 때 그것을 '찾는' 노력만 더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고 온전한 내 자산이다. 언제나 그렇듯, 무형은 유형을 초월하고, 신념은 물질을 지배한다.
무언가 노력해서 체득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치있고 보람있는 행위다. 먹고 자고 일하는 반복되는 일상 이상으로 나 자신을 나 답게 만들어주는 행위라 볼 수 있다. 다만, 일정 수준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마음을 쏟는 만큼 얻어갈 수 있다. 상호교감 하는 사람간의 관계도 그러한데, 나를 알아줄 리 없는 능력이나 지식이 알아서 내 몸속으로 들어와 줄 리가 없지 않은가.
나의 경우, 달리기가 그랬고, 외국어 배우기가 그랬다. 초기 장벽이 무척 높고, 나와는 다른 굉장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영역처럼 보였다. 42.195킬로미터를 뛰어낸다니 이게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했었나 싶었는데, 오랜 시간 조금씩 조금씩 공을 들여 결국 해 낸다. 외국어도 마찬가지. 내일모레 당장 완벽해지고 싶다면 과욕이다. 길게 보고 적당한 목표를 설정하면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모두가 서브쓰리(풀코스를 세 시간안에 완주함을 뜻함)를 지향할 필요가 없는 듯, 외국어를 시작했다고 현지인처럼 유창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욕심은 의욕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간의 단위를 좀 더 길게 잡으면 된다. 한 두달 몰아치듯 하다가 지쳐 평생 흥미를 잃기보다는 일 년, 수 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차근차근 내 몸으로 체득해 가는 것이 진정한 내 자산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정상이다. 어렵기에 가치있고 더욱 보람있는 것이 아닌가. 나 자신을 더욱 나 답게 만드는 일이란 무엇인가.
본문은 2016년 6월 30일 작성된 원문으로부터, 별도 내용 수정없이 게재되었습니다. 이후 연재될 본 게시글 이전의 'prologue' 로써 참조 부탁 드립니다.
2. 왜 프랑스어인가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차, 프랑스란 나라의 '일반적' 이미지란, '문화대국', '듣기 좋은 프랑스어', '예술, '패션'등의 키워드로 연결된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깊숙히 침투해 있는 문화강국이다. 또한 의미를 알지 못해도 불어를 듣고 있으면 특유의 억양으로 인해 한껏 고상해지는 기분이다.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그냥 느낌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왜 좋은지, 진짜 좋은건지 나쁜건지, 왜 보편적으로 이토록 많은 문화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번역어플이나 (대부분 영어를 거쳤을)2차번역물의 정보가 아닌, 내가 직접 소통하고 또 이해해보고 싶었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직접 상호교감을 하는 것과, 기계나 사람을 거쳐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는 정말 큰 차이점이 있다. 기존에 다른 몇 가지 언어를 배우는 동안, 언어학습에도 대략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 만큼, 한번 부딪혀볼만한 용기가 생겼다.
다행히도 올해(2016)는 '한불수교 130주년의 해'로, 양국에서 다양한 교류행사가 열린다. 양국정부가 내가 불어와 프랑스문화를 잘 배울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세계를 둘러봐도, 프랑스만큼 자국의 언어와 문화홍보에 열을 올리는 나라도 드물다. 노래, 문학, 영화, 각종 컨텐츠, 배울 수 있는 소스들이 정말 많다.(이전 독일어 배울 때 고전했던 부분)
3. 불어 학습 중, TIP, 그리고 6개월차에 맞이한 변화점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가늠해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훈련이 부족함을 느끼는 지금. 다시금 내 목표를 되짚어 본다.(그냥 간단한 의사교환 하는데에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불어공부는 이 두 권의 책으로 압축된다. 진도를 정해놓고, 출퇴근길에는 가볍게(?) EBS강의를 듣고, 주말이나 시간 남을때는 종종 DELF문제를 풀면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 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 안된다. 나름 생업이 우선인 직장인인 관계로.
사전도 여러가지를 사용했었으나, 요즘에는 이거 딱 하나로 통일.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아무래도 뉘앙스나 자료측면에서는 영불쪽이 이해도가 낫다. 기초어휘이기 때문에 영어도 크게 어려운 어휘가 없으므로, 가능한 영불-불영 사전을 추천.
시제로 접어들면서 동사변형이라는 산을 넘아야 되었다. 어느 언어에나 마찬가지이듯 생초보 윗단계로 넘어가는데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한글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듯) 역시 여러가지 어플이 나와있지만, 디자인이 깔끔하고 광고없는 요 어플을 이용중
휴~ 혼자서만 했으면 여기까지 못왔지 싶다. 올해 1월부터 달리기 하는 친구들 중에 불어 관심있는 인원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스터디나 러닝(을 빙자한 먹방일지도..)을 하고 있다.
나름 진도표도 만들어 놓다보니, 은근히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집에서도 시간날 때 가끔 프랑스 TV를 본다. 다른 IPTV는 잘 모르나, Btv의 경우, 최하보다 한 단계?정도 상급이면 TV5MONDE채널을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 문화와 언어 보급하고자 '작정'하고 만든 채널인 만큼, 다양한 문화/언어 섭취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원어방송이나, 때로 자막방송을 하기도.
TV5MONDE같이 '어려운' 방송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일반 TV에서 나오는 프랑스 관련 어휘나, 문화 프로그램이 나오면 반갑다. 초보인 주제에 심지어 아는 단어도 종종 보인다!
알고 나면 눈에 보인다고 했나. 전에는 어렴풋이만 알았던 프랑스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큰 의미없이 지나쳤던 모네의 그림과 일생이 한층 가깝게 느껴지고, 미술관에서도 혹여 원어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을 읽고나면 웬지모르게 뿌듯하고 보람차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이다 싶다. 굳이 몰라도 먹고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영역. 하지만, 알고 또 이해의 깊이를 더하면,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또 교류할 수 있다.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가는 것이 삶 아닌가.
종종 들여다보는 아이폰, 페이스북에서도 불어를 만날 수 있다. 어줍잖게 배운 단어로 이해 가능한 문장들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Le printemps est arrivé!" 봄이 왔어요!~
또 하나의 사랑하는 취미인 달리기에 대한 불어도 자주 접하며, 또 배움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지구 저 편에도 있다는 사실은 언제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가 사랑하는 서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특히 이렇게 외서 코너에 프랑스어 부문이 잘 꾸며져 있다. 근처에 프랑스어 교재도 있으니 꼭 가볼 것.
영풍문고 종각점의 경우는, 이렇게 프랑스 섹션이 별도로 있어, 프랑스 문화에 대해 탐독하기에 편리하다.
시중에 여러가지 책이 나와 있지만, 추천하고픈 책은 저 두 권이다. '봉주르프랑스'는 일종의 백서 형식으로 프랑스 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고루 알 수 있어 좋고, '세계를 읽다 프랑스'는, 실제 현지에서 살아본 저자(미국인)가 쓴 책이어서 일상이 와닿는다. 잠깐의 여행이나 맛집, 카페소개의 사진으로 가득 채워진 사진집 같은 책도 때로는 도움이 되지만, 깊이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이 두 권을 추천한다.
먼나라 이웃나라 보급판이 나왔다. 책 사이즈도 가벼워지고 내용도 보강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소장하고픈 책
올해는 한불수교130주년이 해라서 그런지 프랑스 관련 문화나 책이 특히 더 많은 듯 하다. 마주칠때마다 내 일처럼 반갑다.
좀 더 즐겁기 위해서는 한번은 넘어야 할 산 들. 화이팅!
프랑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자국문화 홍보하고자 만든 프랑스문화원은, 서울 남대문 옆 태평로우체국 빌딩에 있다.
http://www.institutfrancais-seoul.com/
와우 무려 토요일에도 오픈이다.
내부는 대략 이런 느낌. 주로 평일에 가서 그런지, 조용하고 또 깔끔한 느낌이다.
한쪽에는 이렇게 멋드러진 책상들도.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은지, 한 쪽에 아예 이렇게 어린이 코너가 있다.
프랑스 영화들을 마음껏 감상하고 (회원가입 이후) 또 대여도 가능하다.
다만.. 연회비가 6만원인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독일문화원은 무료).. 다만, 알리앙스프랑세즈 학원 수강생이나 청년?까지는 50%할인하여 3만원.
꽤 많은 양질의 도서와 CD들을 대여할 수 있다.
특히 CLE출판사에서 나온 참고서 시리즈는, 한국인의 편집을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의 사용빈도가 높은 표현이나 어휘들이 많아 무척 맘에 든다.
재미있는 영상도 찾아보면 많다. Paris의 대표풍경들을 2분동안 고화질로 즐기는 영상
프랑스 관광에 대하여 더욱 궁금한 사항은 이곳을 두드려보자. 이름도 얼마나 쉽고 멋진지! "랑데뷰인프랑스(헝데부 엉프헝스?)"
와우!! 독일어 공부할 때 재밌게 봤던 시트콤이 동일한 내용으로 프랑스버젼이 있는 것을 알게 됨. 영어버젼도 있는 것 같은데, 잘만 활용하면 무척 참고가 될 듯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EaNqp4FXh-s
에피소드 자체가, 프랑스에 놀러온(?) 미국 학생의 이야기 중심이므로, 언어 배우는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위 사진은 둘 다 프랑스인)
그 외에도 유투브에 프랑스 시험이나 언어 콘텐츠를 영어나 한글로 검색해보면 무수히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NzprwnUHiU
프랑스에서 프랑스 문화를 알리겠다고 '작정'하고 네이버와 만는 동영상 채널이다. 짤막짤막하게 문화소개 영상이 많아서 재미있음
http://tvcast.naver.com/frenchcast
TV광고는 15초 30초 이내에 집중적으로 멧세지를 전달하기에, 활용빈도가 높은 어휘가 많이 쓰인다. 쉽고 재미있어서 더욱 도움이 되는데, 역시 유투브에서 많은 소스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재미와 공부를 동시에 잡기!
favourite french CM!
https://www.youtube.com/watch?v=wEPcqa-CYkI
아이폰에서 얘기해주는 프렌치 요일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프랑스는 또 얼마나 많은가. (단, 프랑스식 진지 코미디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음)
얼마전 열린 서욱국제도서전. 전체적인 규모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프랑스 코너는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예전엔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던 책들이,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언젠가.. 원서의 뉘앙스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우리나라도 가볍게 지니기 좋은 페이퍼백의 확판이 절실합니다!)
히유~ 말이 많았다. 거두절미 하고, 이렇게 보람있고 즐거운 취미도 얼마 없다. 여행처럼 결과만큼 과정이 즐거운 취미. 하루하루 변해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 이상의 선물이 어디 있을까. 다음번 포스팅 즈음에는 아무쪼록 '드디어' A2합격의 기쁨을 나누는 글을 쓰고 있길 바라며..
Bon courage!!
본문작성일: 2016. 6. 30 @http://blog.naver.com/jjjunsik/220750450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