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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Dec 22. 2021

어느덧 6개월

연결


지금까지 6곳의 굿 브랜드를 만났다. 7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으니 한 달에 하나의 브랜드를 만난 셈이다. 철학이 있고, 기본에 충실하고, 윤리적인 브랜드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겉으로만 그럴싸하지 실상은 아쉬운 곳이 허다했다. 나는 그런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시장 속에서 옥석을 가려야 했다. 단골 브랜드 대표님들에게 연락도 돌려보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눈에 띄는 브랜드를 관찰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괜찮은 브랜드를 아는지 수소문도 했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브랜딩 작업을 했다.


사실 내 작업물을 보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광고성 글 작성을 부탁하거나 자신들을 굿 브랜드로 포장해줄 수 있는지 간을 보았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굿 브랜드가 아닌 곳과는 일하지 않는다'이다. 나는 누가 뭐라 하건 간에 높은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별하고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사전 미팅 때 대표가 천박한 언행을 보이면 다이어리를 덮고 사무실에서 나온다. 미팅은 잘해놓고 인터뷰는 비협조적이면 녹음기를 끈다. 나는 이렇게 일한다.


친구가 물었다. 너 그러다가 굶어 죽는다. 나는 답했다. 상관없다. 나는 진심으로 깊은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 그런 곳들이 많아야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다. 색깔 없이 유행에 조급히 반응하면서 의미 없는 상업 행위만 전개하는 곳들은 넘치다 못해 고였다. 대부분의 업계가 겪는 문제가 무엇인가. A가 유행하면 다 따라 한다는 것이다. 레트로가 유행하니 너도 나도 누런 색으로 뒤덮은 물건을 내놓는다. 콜라보가 유행하니까 맥락 없는 콜라보 상품을 만든다. 그런 물건들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도 정성도 없다. 그냥 시류에 떠밀려 만든 것이다.


크든 작든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는 브랜드는 자신들의 결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기에 근본 없는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 대중이 이렇다고 해서, 무엇이 유행한다고 해서 거기로 우르르 몰려가지 않는다.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한다. 내가 7월부터 12월까지 만난 브랜드가 모두 이러한 곳이다. 그들의 색깔은 각각 개별적인 것이어서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그들은 직접 유행을 선도한다. 그 덕에 창업의 마의 고비라는 1년과 3년을 넘겼다. 든든한 팬덤은 덤이다.



고객의 기분 좋은 경험을 위해 아늑한 공간을 추구하는 헤어 디자이너

깨끗하고 맛있는 커피를 위해 기본에 충실하는 바리스타

누군가의 세월을 함께할 구두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두 편집샵 대표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옷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는 남성복 브랜드 대표

고객의 건강한 선택을 위해 의약 공부에 매진하는 약국 국장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질 좋은 물건을 찾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편집샵 대표



나는 이들과 6개월을 함께 했다. 행복했고 즐거웠다. 180일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수줍게 만나 명함을 교환하고 인터뷰를 하고 기획을 하고 글을 쓰고 교정을 하고 컨설팅을 하고 내일을 그려가면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추억으로 남을 만큼 값졌다. 나의 부족함에도 그들은 만족했고 내가 이 업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은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릴 예정이다. 집필진과 콘텐츠 구성에 변화를 주고 업체도 더욱 다채롭게 선정하려고 한다. 기획이 완성되는 대로 다시 이 매거진에 기록할 것이다. 아마 내년 1월 초나 중순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글의 수준을 높이고자 현재 독서와 필사를 병행하는 중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늘 하는 고민일 것이다. 여러 방법을 살펴보았는데 결국 가장 고전적이고 아날로그 한 방식이 답이었다. 답은 언제나 단순 명료해서 고민만 거듭하는 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2022년에는 더 많은 굿 브랜드를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 조바심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보석처럼 숨어 있는 굿 브랜드와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사람들을 '글'로 연결하는 일. 나는 나의 일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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