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을 돕는 사람인가

기버 Giver

by 코지오


조직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기버(Giver)가 성공하는 사회를 꿈꾼다. 기버들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어려운 임무는 함께 수행한다. 좌절하는 이를 일으켜 세우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먼저 해결한다. 그들에 의해 조직의 사기는 높아지고, 높아진 사기는 성과로 이어진다. 기업을 비롯하여 학교, 연구실, 주민 사회, 온라인 커뮤니티도 기버들이 있는 곳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애덤 그랜트는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남을 위하는 기버들이 많을 때 세상은 나아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6년 전,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의 경험이다. 나는 어느 수업에서 팀 과제의 조장을 맡았다. 우리 팀에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바로 기버였다. 그의 역할은 발표용 PPT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는 거기에 멈추지 않았다. 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다른 팀원들과 자료 조사를 했다. 우리가 자료를 찾다가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그것들을 취합해서 담당 교수한테 물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의견 차이로 팀원들끼리 시비가 붙으면 직접 갈등을 조율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다이어리에 회의 내용을 정리한 후 나에게 전달해주었다. 당시 내가 발표자였는데 발표 3일 전에, 나에게 스크립트가 필요한지, 발표하면서 마실 생수를 원하는지도 물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그 친구는 나서서 했다. 처음에는 나나 나머지 팀원들이나 그가 낯설었다. 그렇게까지 남을 챙기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그에게 동화되었다. 학기 말에 팀 점수가 공개되었다. 우리 팀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어느 날 동기와 커피를 마시다가 그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유명인사였다. 마더 테레사가 환생한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학과에서 떠돈다고 동기가 말했다.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다음 학기 때 그와 다시 같은 과목을 수강했다. 그의 행동과 태도는 여전했다. 그는 항상 도움이 필요한 사람 옆에 있었다. 필기를 못한 친구에게 자신의 공책을 기꺼이 보여주었고, 토익 공부를 시작하는 후배에게 좋은 학원과 교재를 추천했다. 그의 기운은 수업 분위기를 돋우었고, 학우들은 그 분위기에 빠져들면서 학업에 열중했다. 나는 그가 조건 없이 돕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학기 내내 지켜본 결과,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선의를 받기만 하거나 그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이들에게는 냉정했다. 소위 테이커(Taker)들이 다가오면 웃으면서 거절했고, 빈정거릴 때는 정숙하게 받아쳤다. 거리를 둠으로써 그는 자기를 감정 소모로부터 보호했다. 그는 실속을 차릴 줄 알았다.


졸업 후 그를 본 적이 없다. 생사가 궁금할 찰나에, 친한 동기로부터 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는 현재 MICE 기업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MICE는 전시, 컨벤션, 국제회의, 세미나 등을 주최하는 산업이다. 기업별로 특화 분야가 있는데, 대체로 행사를 기획하고, 인사를 초청하고, 국가 기관과 협력하고, 행사 인력을 채용하고, 배포 자료를 만들고, 의전을 준비하는 일을 한다. 그는 동료들을 도우며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택한 듯하다.






기버를 멸시하는 요즘이다. 혹자는 그들이 오지랖을 부리느냐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족속이라고 폄하한다.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하는 데는 기버들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우려는 그들이 있었기에, 좌절과 실패가 들이닥쳐도 인간은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자기를 희생하여 타인을 지키려는 그들이 있었기에, 인간은 후대에게 선대의 문화를 전할 수 있었다. 소외된 자를 볕으로 이끌어 자생할 수 있도록 한 그들이 있었기에, 사회가 건강해지고 나아가 국가가 번성할 수 있었다.


남을 짓밟고 승기를 거머쥔 자들의 과거가 무용담처럼 전해진다.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심보가 지혜로 둔갑된 오늘날이다. 착한 심성보다 약은 심성이 인생을 사는데 좋다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친다.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만 세상에 있으면, 그 세상은 무너진다. 썩은 귤 몇 개가 귤 더미 전체를 썩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버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오길 나는 바란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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