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이란

균형

by 코지오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이 주변 사람들과의 질 좋은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는 75년간 성인 남성 724명을 추적하며 그들의 삶의 질을 관찰했다. 그 결과 늘 외롭고 갈등에 시달리는 사람은 남들보다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어 평균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에 가족, 친구, 사회 공동체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일수록 심신이 튼튼하고 기억력이 잘 유지되며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은 부와 명예로 얻을 수 없다고, 로버트는 덧붙였다.






로버트의 말은 맞는가.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로버트의 결론은 대체로 맞되 경우에 따라 다르다. 아직 노년까지 살아본 적은 없기에 나의 판단이 오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와 내 지인들 모두 인간관계가 좋다고 해서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 내 지인의 지인도 그러했고 미디어에서 자기 인생을 들려주는 사람들도 그러했다.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한쪽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관계와 부와 명예의 균형을 중시한다. 나는 이들의 말이 더 합리적으로 들린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대기업에 취직 후 2년이 지난 때였다. 당시 나는 돈을 제법 벌었다.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을 보면 재미있었다. 모은 월급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가정에 보태고, 사랑하는 연인을 챙겼는데 나는 이 풍족함이 만족스러웠다. 궁핍으로 골골대던 대학생 때와는 달랐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무탈했다. 다들 매너가 훌륭해서 서로 선을 지켰다. 친구들은 중학교 동창 4명과 대학교 동기 3명 하고만 연락했다. 의미 없는 인맥을 정리하고 남은 진국들이었다. 이들은 내가 아를 외치면 어를 외칠 줄 아는 자들이다. 나의 명함은 대기업이었고 나의 경제력은 평균 이상이었으며 나의 인간관계는 알짜의 집합이었다. 당시에 나는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았다. 나날이 즐거웠다.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누군가 현재 잘 지내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홀로서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리를 완벽히 잡지 못했다. 그래서 벌이가 목표치에 못 미친다. 다만 인간관계는 세월이 흐른 만큼 성숙해져서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일에 관련된 사람들 역시 경우 없이 굴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일은 적성에 맞는 편이다. 정신적 성취는 이뤘지만 물질적 성취는 갈 길이 멀다. 나의 위치가 조금 더 오르고 버는 돈이 늘어나면, 오히려 대기업을 다닐 때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듯하다. 작업 공간의 선택이 자유롭고, 성격에 맞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없는데 여기에 유명해지고 돈까지 풍족히 벌면 이 얼마나 유토피아적인가. 이것은 세속적인 바람이다. 이 바람을 천하게 여길 필요는 없지 않겠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니까 말이다.






한 건강 프로그램을 봤다. 내과 전문의가 말하길, 허기는 영양 불균형에 의해서도 생긴다고 한다. 한 끼 식사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고르지 않으면 먹어도 배가 금방 고프다는 것이다. 빵이나 면류 혹은 닭가슴살만 먹으면 두어 시간이 안 되어서 배가 고픈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포만감은 균형 잡힌 식단이 완성시킨다.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도 같다고 본다. 적어도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이라면, 부와 명예는 어느 정도 확보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사회 공동체의 구축으로는 부족하다. 돈이 없으면 친구들과 즐기는 커피 한 잔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일이, 부모님의 생신이 부담이 된다. 명예가 없으면 특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처지로 속앓이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네 인생은 짧은데 팍팍하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논리 따위로 에두를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자 개인의 성향이다.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에 관한 정의는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나는 그 인생이 편안한 인간관계와 적당한 부와 준수한 명예가 균등할 때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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