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 그리고 실용성
이 로고만 봐도 가슴이 웅장 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라고 불리는 샤넬(CHANEL).
샤넬이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아함 그리고 실용성
(Elegance & Practicality)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이 추구하던 철학이었다. 그녀가 샤넬을 열었던 1910년대는 여성들의 패션이 대체로 비슷했다.
허리를 옥죄는 코르셋
지나치게 화려한 장식
불편한 디자인
겉으로 봤을 땐 여성스러운 옷이었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옷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밝고 화사한 컬러는 오염되기 쉬웠고, 과도한 장식은 떨어지기 일쑤였으며, 지나치게 타이트한 옷은 움직임을 불편하게 했다.
코코(가브리엘 샤넬의 별칭)는 그런 모습이 여성의 우아함과 자유로운 활동을 빼앗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Women are always too dressed up,
but never elegant enough.
여성들은 항상 과하게 입어요.
근데 그런 모습은 전혀 우아하지 않죠.
여성의 우아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불편하고 화려한 옷을 심플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이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심플하게 디자인된 옷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기 때문에 편안하다. 그래서 실용성이 좋다.
우아함을 추구하니 실용성까지 따라온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아함과 실용성'은 샤넬의 핵심 철학이 되었고 이후 이 철학을 바탕으로 레전드 아이템들이 만들어졌다.
지금이야 이런 향수 디자인이 보편화됐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 그때는 여성 향수라면 길고 잘록하고 데코가 들어간 병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샤넬은 다르게 생각했다. 앞서 말한 '우아함 그리고 실용성'을 통해 디자인의 선입견을 넘어선 것이다.
미니멀 하지만 군데군데 각진 쉐입이 들어가며 우아함을 놓치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쉽게 집어서 쓸 수 있었고 집 어딘가에 아무렇게 두어도 은은한 매력을 뽐냈다. 대단한 것은 이 디자인이 '100 년'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여성 향수 = 샤넬 넘버 파이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나의 상징이 됐다. 여성의 향기가 담긴 진정한 여성 향수를 만들기 위해 샤넬은 향부터 디자인 그리고 실용성까지 브랜드 철학을 집요하게 적용했다.
샤넬 하면 떠오르는 패션이 있다. 바로 '트위드 자켓'과 '리틀 블랙 드레스'다. 향수를 넘어 옷까지 생산하며 코코는 자신의 철학을 확고하게 다져갔다. 앞서 말한 'too much dressed up'에 반기를 들어 심플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컬렉션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트위드 자켓 경우는 남성 자켓에서 영감을 받은 옷이다. 스코틀랜드 남성들이 자주 사용했던 옷감인 '트위드(여러 개의 굵은 실이 엮여 있는 원단)'을 여성용 옷에 도입했다.
각진 어깨, 포인트 단추, 균형감 있는 주머니, 깔끔한 스티치 장식이 우아함을
숏한 기장감, 적당한 품, 튼튼한 내구성이 실용성을
보여줬다.
리틀 블랙 드레스도 마찬가지이다. 상복으로 쓰이는 블랙 컬러를 일상복으로 재탄생시켰다. 어두운 컬러여서 관리가 용이하고 코디의 활용성이 좋았다. 다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드레스가 아니라서 얼마든지 평상복처럼 즐길 수 있었다. 이 역시. 우아함과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이었다.
현대에 들어서 여러 디테일과 소재들이 추가되었는데, 맨 처음 코코가 의도했던 자켓과 드레스의 이미지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오래가는 명품 브랜드는
브랜드 철학을
철저하게 지킨다
혼수 가방, 프로포즈 가방, 기념일 가방 등.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샤넬의 스테디셀러 '사첼백'.
명품에 무지한 남자들도 샤넬의 이 가방은 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아이템이다.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직사각형의 미니멀함을 유지한 실용성과 과하지 않은 장식으로 여성의 우아함을 끌어올렸다.
남자인 내가 봐도 샤넬 가방들은 대체로 예쁘다. 로고 플레이(브랜드 이름을 제품에서 눈에 띄게 한 것)를 하거나 필요 이상의 장식들이 들어간 가방들에 비해 점잖다. 특히 이 가방을 든 여성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이 있다. 언제든지 편하게 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자인 덕분에, 사람과 가방이 따로 놀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어떤 사람을 보면 가방이 사람을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크기가 너무 크거나 색이 오색찬란할 때 그렇다. 샤넬 사첼백은 그런 것이 없다.
딱. 필요할 것만 취한 '우아하고 현실적인 가방'이다.
깔끔한 옷이든 화려한 옷이든 가방이 전부 받아낸다. 요즘은 트레이닝 복에 사첼백을 매는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그만큼 실용성이 좋다는 의미이다. 트레이닝복에 입어도 여성의 우아함은 떨어지지 않는다.
왜. 샤넬의 브랜드 철학을 아이템 디자인과 소재에 대입했기 때문이다.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브랜드 철학(혹은 메시지)은 해당 브랜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등대' 역할을 한다. 무수히 많은 결정을 해야 할 때 옳고 그름을 빠르게 판단해주는 매뉴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샤넬은 단순히 아이템으로만 자신들의 철학을 보여주지 않았다.
유튜브에 브랜드 스토리를 'Inside Chanel'이라는 시리즈로 보여줬다.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와 앞서 말한 샤넬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의 탄생 배경, 수석 재단사의 열정, 컬렉션 패션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샤넬스럽게 풀어낸다.
핵심만 깔끔하게
품격 있는 영상미로(우아함)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실용성)
소비자들이 브랜드가 성장하는 히스토리를 보게 되면 함께 성장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BTS의 아미가 엄청난 결집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맨 처음 BTS의 무명시절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모두 지켜본 사람들이기에 누구보다 BTS를 잘 안다. 반대로 BTS도 아미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안다. 그들은 같이 성장했고 늘 서로를 위해 지지한다.
샤넬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럭셔리 브랜드이지만 시작은 동네 모자 가게에 불과했다. 가진 것이 없었던 가브리엘 샤넬이 일궈냈으며, 무수한 노력과 실험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아이템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소비자들은 샤넬이 주는 철학과 느낌을 무엇인지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
그렇게 샤넬은 '샤넬'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단번에 '아하'라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이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피드의 영상이며 사진이며 우아하고 실용성 있다.
영상은 여유가 느껴지게.
색 구성과 글은 필요한 것들만.
그래서 보기 편하게.
정신 사나운 피드 배열이나 색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샤넬의 메인 컬러인 블랙과 화이트를 중점으로 가독성 있게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SNS 채널로 활동 범위를 확장할 때 이상한 콘셉트를 잡을 때가 있다. 점잖은 브랜드인데 조회수를 위해 갑자기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 한 예이다.
온오프라인 모두 동일한 브랜드 느낌을 줘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물방울이 바위 위로 계속 떨어지면 그 바위는 언젠가 모양이 바뀐다. 브랜딩은 이런 것이다.
계속.
끊임없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전달해야 한다.
샤넬은 최고의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샤넬의 성공을 '우아함과 실용성'이란 브랜드 철학만 가지고 논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인기 제품 물량 조절, 가격 인상, 노이즈 마케팅 등. 여러 요인들이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이 주장했던 여성의 우아함과 그들을 위한 실용성 있는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을 한 세기 이상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그 정도를 더하기도 하고 감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한 일관된 노력이 변화 무쌍한 패션 시장에서 샤넬이 중심을 잡아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Always remove, never add.
항상 덜어내세요. 더하지 말고요.
우아함과 실용성. 가브리엘 샤넬이 추구했던 철학이다. 불필요한 디테일은 무시했다. 단순하지만 핵심이 담긴 철학이 브랜드 깊숙이 담겨 있다. 그 철학을 변함없이 전달했기에 샤넬은 명품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샤넬은 샤넬답게 행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