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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an 31. 2021

철저하게 '혼자' 생활해야 한다

고독이 주는 삶의 지혜

"외로움은 성장을 가져다준다"


"혼자 생활해야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다"


"굳이 무리 지어 다니지 말라"



'혼자(Alone)'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말하는 책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철저하게 고독을 유지하며 지내는 것이 개인에게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말이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초개인화가 드리워진 세상에서 '혼자 있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촌스러운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것과 '정신적으로 혼자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보통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생존력'이 높은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존력이란 '독립심'을 의미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은 삶에 풍파가 오더라도 잘 쓰러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버텨서 상황을 해결하고 전보다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지독하리 만큼 철저한 홀로서기


2015년 9월. 내가 군복학 후 다시 맞이한 대학생활을 할 때 삼은 모토였다. 이 시기는 친했던 친구 7명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직후였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혐오감, 분노, 회의감 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내 가족과 애인 그리고 끝까지 남은 내 사람 빼곤 '인간은 벌레만도 못하다'는 그릇된 생각이 가득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2학기를 오롯이 혼자서 생활했다. 물론 조별과제를 하거나 누군가와 꼭 대화를 나눠야 할 상황에선 평소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어느 누구와 말하지 않았다. 가족과 연인 그리고 끝까지 남은 내 사람들 하고만 연락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후배가 말하길, 당시의 나는 무슨 귀신 쓰인 사람처럼 무서웠다고 한다. 친절하게 웃지만 눈에 독기가 있었고 웃은 뒤 남은 옅은 무표정은 소름이 끼쳤을 정도라고.


내가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었다. 좋게 말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으니까. 사실 내 마음도 그렇게 편치 않았다.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얻은 상처를 다독이는 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인내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홀로 지내는 것이 외롭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왜 외롭지 않았겠는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뭔지 모를 감정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아마 어울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선뜻 그럴 수 없었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하길, 마음에 상처가 굉장히 깊은 사람들은 양면적 심리를 가진다고 한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 vs 그것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


이 두 심리가 힘겨루기를 하는데 대부분 후자를 선택한다고 한다. 그만큼 원하는 바를 무리 없이 하기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시의 내 상태로는 누군가와 어울려 봤자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경계심으로 어색한 인간관계만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 그 사람과의 사이가 또 틀어지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욱 부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영원히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고독한 생활을 선택한 것이 현명했다. 외로움과 답답함은 있었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는 환경은 만들진 않았으니까. 이때 나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통 수업을 듣다가 필기를 놓쳤거나, 복잡한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면 경험한 친구들한테 물어본다. 직접적으로 교수님에게 물어보거나 행정처에 전화하는 것보다 편하니까.


그러나 나는 교수님께 놓친 필기 부분에 대해 여쭤보며 배웠던 내용을 다시 질문하기도 했고, 학교 행정 업무에 어려움이 생기면 학생 복지처에 전화를 걸었다. 공모전이나 취업 설명회 정보가 필요할 땐 인터넷 커뮤니티나 관련 학교 부서에 들락거리면서 필요한 내용들을 알아냈다. 이 마저도 안될 땐 커피와 쿠키를 사들고 친한 교수님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땐 직접 부품을 사서 수리하기도 했고, 사고 싶은 옷이나 물건이 있으면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알아냈다. 누군가는 이러한 행동이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인 스스로가 독립성이 꽤나 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어떠한 일이 생길 때마다 혼자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친구나 아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해결책을 얻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선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해결하려는 의지'를 키우기에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근력 운동도 혼자서 무거운 무게를 이겨내고 동작을 완수해야 근육이 성장한다. 최대한 무게를 들어 올리되 힘이 부치는 구간에서 잠깐씩 누군가의 서포트를 받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문제가 정 안 풀릴 때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매회 서포트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근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내 힘으로 무게를 온전히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혼자서 지내는 것. 고독을 친구 삼아 외로움 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사람들은 '고난 근력'이 아주 뛰어나다. 왜냐하면 어려운 상황에서 겪는 삶의 무게를 혼자서 온전히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고자 이것저것 고민하고 알아본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경험들은 비슷한 상황이 또 닥쳤을 때 여유롭게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100kg을 다루는 사람이 70kg쯤은 큰 어려움 없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나 또한 대학생활을 하며 고난 근력을 키운 덕분에 졸업 이후에도 맞닥뜨리는 힘든 상황들을 제법 슬기롭게 대처하곤 한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적재적소에서 활약한 덕분이다. 예를 들어 진정성 있는 이메일 쓰기 등이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커뮤니티 관계자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을 청할 때 이메일을 자주 활용한다. 만약 그들이 이메일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SNS 계정으로 연락하기도 한다. 이때 쓰는 문장의 진정성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답변율이나 우호적 반응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많은 메일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에 내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프로 같은 완벽한 비즈니스 이메일 구성은 아니더라도 읽은 사람이 '답변해줘야겠다.'란 마음은 들게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100% 답변이 오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무조건 친구들이나 가까운 지인에게만 도움을 구하는 버릇이 있었다면 이런 능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내내 고독하게 홀로 지냈기 때문에 강한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다.






독립심.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험난한 삶을 버티게 만들어 주는 자양분 같은 존재가 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고독을 벗 삼아 독립심을 키우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회사 생활이 그렇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수에게 자꾸 물어보며 배워야 더 효율적이다. 사수를 괴롭혀야 내 실력이 는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러나 이것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업무적 능력이 성숙해질 때면 혼자서도 많이 고민하고 다양한 정보를 탐독할 때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현재 브랜드 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고, 계약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고, 작업물은 어느 시기에 보내는 것이 좋은지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하지만 과거에 만들었던 독립심을 활용하여 최대한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 방식, 저 방식 대입도 해보고 결괏값을 수정해가며 나만의 루틴을 완성시켜갔다.


정 모를 때면 중간에 친한 프리랜서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혼자서 고곤 분투하며 얻은 경험들이 훨씬 더 오래 기억 남았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

엄청난 잠재력들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그러니 한 번쯤 철저하게 혼자 생활해보자.

과정은 외롭고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두렵고 힘든 상황에서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심'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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