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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ul 09. 2021

'팀'을 꾸렸다

새로운 시작


브랜딩 팀을 만들었다. 팀명은 '다(DA)'.


우리는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 '브랜드 플롯(Brand Plot)'을 개발한다. 브랜드 설립 계기, 브랜드 철학, 성장 과정, 고난 극복, 앞으로의 꿈 등을 소설의 플롯처럼 기승전결에 맞게 배치하는 일이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 매거진은 다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어떻게 결성됐고, 누구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컨셉으로 운영되고, 어떤 철학을 갖고 있고, 누구와 협업하는지 등을 하나씩 기록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우리가 겪을 위기와 고민도 솔직하게 적을 것이다. 못난 순간도 남길 것이다. 항상 멋진 모습만을 보여주는 게 브랜딩이 아니다. 사소한 것도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동안 타 브랜드의 이야기를 썼는데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시작한 신생 팀이라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현재 전 세계를 누비는 유명 브랜드도 그 시작은 미미했다. 나는 우리의 흔적이 담긴 글을 담담하게 남기다 보면 훗날 좋은 기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 기운은 분명 '다'를 더 단단하고 멋진 팀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2020년 9월부터 나는 프리랜서 브랜드 라이터로 활동했다. 우연히 알게 된 '브랜딩'이란 개념에 매력을 느꼈고, 내가 좋아하는 글과 브랜딩을 잘 섞으면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재미있었다. 브랜드 창업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었다. 이를 문장으로 기록하여 한 편의 책처럼 제작했다. 브랜딩의 초석이라 볼 수 있는 '브랜드 이야기'를 글로 쓰고 만드는 일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성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관장하니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도, 필력도, 아이디어도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선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직원을 고용하기에는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좋은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협업한 브랜드가 유감스러울 때도 적지 않았다. 새벽에 전화를 하거나, 완성된 컨셉을 갑자기 철회하거나, 미팅에 참여한 팀원에게 짜증을 내거나,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에 신경 쓰지 않거나, 시도 때도 없이 수정을 요구하거나. 분명 첫 미팅이나 인터뷰 미팅 때는 괜찮았었는데 말이다.


어째서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일까. 심지어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곳도 다르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을 그럴싸하게 소개해놓곤 실상은 브랜드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곳도 있었다. 그들은 체계도 철학도 없었다. 함께하는 파트너에게 '존중'을 보일 여유 없었다.


속상한 경험들이 쌓이자 속된 말로 '현타'가 왔다. 흑빛으로 뒤덮인 브랜드를 아무리 멋지게 포장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들은 내 작업물에 만족했겠지만, 나는 내 이력에 먹칠하나 그어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쓸데없는 일에 우위를 점하려는 클라이언트가 못나 보였고, 그런 쓸데없는 갑질에 눈치 보는 나 자신도 한심했다.


성장의 한계. 클라이언트와의 갈등.

시간이 갈수록 나는 일에 대해 피로감을 느꼈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


2021년 1월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모두 올 스톱했다. 나와 합이 잘 맞았던 브랜드 외엔 그 누구와도 협업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지금 하는 일의 체질과 방식을 어떻게 더 괜찮게 바꿀 수 있을지 1부터 10까지 고민했다. 그렇지 않으면 즐겁게 시작한 일을 얼마 못 가 그만둘 것 같았다.


통장을 보니 1년 정도 버틸만한 돈이 있었다.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다. 당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그렇게 2월부터 나는 혼자서 조용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 송곳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중점으로 생각했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어떤 브랜드와 함께 할 것인가


내가 아무리 다양한 책과 콘텐츠를 섭렵해도, 성향상 나란 사람으로부터 발현될 수 있는 기획력과 문체는 정해져 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다. 브랜딩 텍스트만 놓고 봤을 때, 나는 미사여구 없이 단문으로 치고 빠지는 것에 능하다. 그리고 역사책처럼 서사가 있는 글을 잘 다루는 편이다. 장르로 따지면 비문학이나 다큐멘터리에 적합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반면 수려하고 감각적인 문장은 잘 다루지 못한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말을 활용하지 못하는 편이다. 반짝 인기 있는 트렌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나는 톡톡 튀고 재미를 유발하는 글에 있어선 능력치가 낮은 사람이다. 만약 이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전보다 다채로운 브랜드 플롯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브랜드와 함께 할 것인가. 브랜딩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바로 '이 세상에는 좋은 브랜드와 나쁜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다. 굳이 나쁜 브랜드 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이유가 있을까. 그것은 시장과 소비자 그리고 나를 속이는 기만이다. 오히려 세상에 알려져야 마땅한 곳과 함께하는 것이 보람찬 일 아닌가. 그렇다면 세상에 알려져야 마땅한 브랜드란 어떤 브랜드인가. 그들을 소개하여 이루고자 하는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아이디어 공책은 빼곡하게 채워졌다.

누구와 함께 해야 할지, 어떤 브랜드와 함께 해야 할 지.

뭔가 감이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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