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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ul 10. 2021

굿 파트너, 굿 브랜드

조금씩 앞으로


('팀을 꾸렸다'에 이어서)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여자 친구는 내 고민을 듣더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같이 하자고 말했다. 뜻밖의 대답이라 놀랐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여자 친구 소개를 잠깐 하자면, 그녀는 소설 작가다. 내가 전 글에서 말한 수려하고 감각적인 글, 트렌디한 글을 잘 쓴다. 대학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고 소설을 쓰기 전 마케터, 카피라이터, 광고 기획자 등을 경험했다. 완벽한 프로다.


사실 내심 기대한 것도 있었지만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걱정했었다. 다행히 그건 기우였다. 여자 친구는 브랜딩을 하면서 겪을 경험들이 작가로서 식견을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그녀가 나의 파트너이자 연인이라는 것이 행운이었다.



어떤 브랜드와 함께할 것인가


우리는 '세상에 알려져야 마땅한 브랜드'와 협업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그런 곳이 과연 어디인가.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철학이 있다

본질에 충실한다

윤리적이다



1) 철학

철학이 없는 브랜드는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없다. 성장한다고 해도 그 기간이 길지 않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모르기 때문에 '악수(惡手)'를 두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이런 브랜드는 프로젝트를 일관성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A를 지향한다고 해놓고 B에 집착하거나, C를 지양한다고 해놓고 대중의 말에 휩쓸려 어느 순간 C를 '지향'하는 브랜드로 전락한다. 중심이 없기에 운영이 번잡하다.


브랜드라면 작더라도 의미 있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활동해야 고객에게, 더 나아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선한 영향력이 넓게 퍼질수록 브랜드는 진정한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 판매만 주력하면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아니, 외면받는다. 이미 그런 시대가 됐다. 그렇기에 철학은 브랜드에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다.


2) 본질

본질이란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적다. 한탕주의에 빠져 조악한 물건을 값비싸게 팔거나, 더 이상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 또한 서비스 구매, 고객 CS, A/S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늦장 대응한다.


제품과 서비스는 브랜드의 본질이다. 본질이 잘 지켜졌을 때 철학도 의미 있는 법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의 수준은 매우 높다. 어떤 것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것인지 단번에 알아본다. 아무리 광고가 멋져도, 아무리 이미지가 좋아도, 아무리 아이디어가 신박해도. 품질이 형편없으면 소용없다.


3) 윤리

간혹 뉴스를 보면 직원과 고객에게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브랜드가 있다. 횡령하거나, 파트너사를 압박하거나, 직원에게 폭언하거나, 외주 업체를 노예 취급하거나,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런 브랜드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뿐이다.


완벽한 브랜드가 어디 있겠는가. 100%의 순백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돈사람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면 안 된다. 벌어들이는 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직원과 파트너와 고객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잘못된 언행으로 인한 결과는 돌아오길 마련이다. 윤리와 거리가 먼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자체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각 요소별로 5점 만점에 3점 이상 받은 곳을 '굿 브랜드'라 부를 것이다. 규모는 상관없다. 작은 구멍가게라도 남다른 철학을 갖고, 본질에 충실하고, 윤리적으로 활동한다면 그곳 역시 '굿 브랜드'다.


이로써 우리 팀의 철학이 완성됐다. 나와 여자 친구는


굿 브랜드를 세상에 알린다


라는 원칙 하에 움직일 것이다. 세상에는 순수한 꿈을 가진 브랜드가 많다. 그들은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당장의 열매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 찾아오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근본에 충실한다. 행여나 자신들에 의해 누군가 상처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한다.


굿 브랜드가 알려질수록 소비자들은 범람하는 브랜드 시장 속에서 보석 같은 곳을 알게 된다. 브랜드는 자신들을 진정으로 응원해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진심을 담아 굿 브랜드의 찬란함을 '글'로 기록할 것이다.



함께 할 사람과 함께 할 브랜드를 결정했다.

다음은 조금 더 세부적인 것들을 고민해야 했다.

팀 명은 어떻게 할지, 어떤 컨셉으로 브랜드 플롯을 개발할지, 홈페이지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오랜만에 우리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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