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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ul 17. 2021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도약

('굿 파트너, 굿 브랜드'에 이어서)



팀원과 협업 대상을 정했다. 이제는 디테일을 챙겨야 할 때.

여자 친구와 나는 아래의 리스트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컨셉

팀명

홈페이지

서비스 종류

일하는 방식






1. 컨셉


글이라는 것은 작가의 성격이 투영된 작품이다. 같은 주제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그것이 글의 묘미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따라 브랜드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린 각자의 성향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면 다채로운 브랜딩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 Slow & Simple (SS)

나는 여유 있고 단순한 삶을 좋아한다. 마음이 급하면 실수가 잦고, 생각이 복잡하면 본질을 놓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도 나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할 것이다(Slow). 또한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브랜드의 근본을 명확하게 표현할 것이다(Simple). Slow & Simple을 따서 홈페이지 내에서 SS란 이름으로 집필할 것이다.


여자 친구 - Fast & Witty (FW)

여자 친구는 나와 반대다. 빠르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예능이나 트렌디한 콘텐츠를 자주 즐긴다. 이를 고려하여 여자 친구는 브랜드를 속도감 있고(Fast), 재치 있는 글로(Witty) 표현할 것이다. 내가 쓴 플롯이 본문이라면, 여자 친구의 플롯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부록이다. Fast & Witty를 따서 홈페이지 내에서 FW란 이름으로 집필할 것이다.




2. 팀명


우리는 팀 명을 '다(DA)'로 지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 두 사람이 함께하면 여유 있고 간결한 글, 빠르고 재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글의 굵직한 성격을 '다' 다룰 수 있다.


글을 다루는 사람들이기에 한글에서 영감을 얻고자 했다. 한글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서술어'에 주목했다. 서술어의 끝말은 '다'로 끝난다. 다는 문장에 안정감을 준다. 동시에 단단한 신뢰감을 준다. 우리 팀이 누군가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파트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가지 유형의 브랜드 텍스트를 '다' 제작할 수 있는 팀.

(서술어의 끝말 '다'처럼) 믿을 수 있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팀.


이렇게 '다(DA)'란 팀이 탄생했다. 누가 보면 우스울 수도 있다. 사실 우리도 팀명을 정할 때 진지하게 접근하진 않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나온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느낌이 괜찮았다. 심플한 1음절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제법 진지하다. 우리의 꿈과 열정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3. 홈페이지


처음에 여러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을 염두했다.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워드프레스부터, 미디엄, 윅스, 모두, 위블리, 제로보드 등 다양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워드프레스였으나 초기 제작 비용이 있고 다루기가 어려워서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나머지 프로그램도 뭔가 하나씩 아쉬웠다. 그런 와중에 '노션'을 발견했다.


직관적인 조작, 깔끔한 레이아웃, 손쉬운 편집, 무료 제작. 무엇보다 글을 작성하면 화면 양 옆에 아무것도 없어서 몰입도가 좋았다. '텍스트 전문 브랜딩 팀'이라는 것을 강조하기에 좋아 보였다. 이후 나는 유튜브로 사용법을 공부한 후 바로 제작했다.



우리의 컨셉대로 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린 디자이너가 아니기에 디자인적 요소는 제외했다. 괜히 어설프게 따라 해서 이상할 바에 안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와 여자 친구 모두 '단순함의 힘'을 믿는다. 필요한 글, 필요한 카테고리로만 채워서 홈페이지도 단순하게 만들었다. 마치 새하얀 한지에 검은 먹 하나 찍은 것처럼.




4. 텍스트 포맷


다는 디자인, 영상, 텍스트 중에서 '텍스트'로 브랜딩을 한다. 브랜드 창업자 혹은 관계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문장으로 기록한다. 브랜드 플롯을 포함하여 3 가지 포맷을 준비했다.


첫째, 브랜드 플롯

브랜드 플롯은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의 설립부터 미래까지 다룬 서사다. 단순히 브랜드의 이런저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가 걸어온 발자취를 기승전결로 구성하고, 그 사이사이에 브랜드의 진심과 열정을 채워 넣는다. 일반적인 브랜드 스토리보다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둘째, 전자책

브랜드 플롯이 '브랜드의 관점'에서 서술된 글이라면 전자책은 '창업자의 관점'에서 서술된 글이다. 서점에 가면 접할 수 있는 브랜드 북과 비슷하다. 스타벅스 전 CEO 하워드 슐츠가 기록한 '그라운드 업'이나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같은 책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브랜드 플롯보다 창업자의 개인적인 이야기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컨셉에 따라 팀원들이나 제품을 화자로 설정할 수도 있다.


셋째, 콘텐츠 기획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 제작기, 타 브랜드와의 협업 과정, 시즌별 프로모션 뉴스 등이 있다. 좀 더 괜찮은 문장으로 콘텐츠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다'가 하게 될 것이다.



계속 강조하는 하듯 우린 철저하게 '글'에 집중하기로 했다.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 확실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훗날 우리가 성장하여 디자인과 동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땐 그걸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다. 어벤져스도 각 분야별 뛰어난 영웅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던가. 나와 여자 친구는 '글'로 브랜딩을 잘하는 팀이 될 것이다.




5. 일하는 방식


내부

텍스트 포맷에 따라 제작 방식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굵직한 순서는 대체로 같다. 브랜드 플롯을 예로 들어보겠다.


<브랜드 컨택 - 킥오프 미팅 - 인터뷰 미팅 - 기획 및 제작 - 원고 확인 - (수정) - 최종 미팅  - 프로젝트 종료>


여기서 핵심 파트는 '인터뷰 미팅'과 '기획 및 제작'이다.


인터뷰 미팅.

다는 킥오프 미팅 때 알게 된 브랜드 정보를 바탕으로 사전 인터뷰지를 작성한다. 이를 인터뷰 미팅 이틀 전에 인터뷰이(브랜드 창업자)에게 보낸다. 이틀 전에 보내는 이유는 인터뷰이의 자연스러운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래야 브랜드만의 색깔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인터뷰이가 인터뷰를 너무 철저하게 준비하면 오히려 교과서적인 답을 할 가능성 있다. 인터뷰를 마친 후 플롯 컨셉을 정하고 자료 수령 날짜, 연락 방법 등을 의논한다.


기획 및 제작.

인터뷰 미팅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한다.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로깅(녹음한 인터뷰를 전부 기록하는 일)이다. 로깅은 필수다. 인터뷰에서 중요한 내용을 다시 한 번 파악하여 플롯을 탄탄하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인터뷰 미팅 때 정한 플롯 컨셉을 참고하면서 제작 방향성을 결정한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초고를 작성하고 브랜드와 공유한다. 수정 사항이 있으면 수정 미팅을 갖고 없으면 바로 최종 미팅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의 주요 역할은 무엇일까.


나 - 대외 업무

나는 굿 브랜드 컨택, 미팅 스케줄 조율, 인터뷰 진행, CS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할 것이다. 오랫동안 서비스 직에서 일을 해왔기에 대면 업무는 자신 있다.


여자 친구 - 기획, 카피, 편집

여자 친구는 소설 작가를 하기 전에 카피라이터와 광고 기획자로 활동했다. 그래서 카피를 쓰는 힘과 기획력이 뛰어나다. 또한 오랜 시간 글쓰기를 해왔기에 텍스트를 편집하는데도 능숙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다의 글을 정교하게 기획하고 구성하는 작업은 여자 친구에게 맡겼다.


공통 - 텍스트 제작

브랜드 플롯의 인트로, SS글, THE AND는 내가 작성한다.

브랜드 플롯의 카피 및 목차 구성, FW글, 플롯 편집은 여자 친구가 한다.


전자책과 콘텐츠 기획은 상황에 따라 각자 제작에 참여하는 비중을 조율할 것이다.



외부

굿 브랜드와 다는 '파트너'로서 상생한다. 브랜드에서 먼저 브랜딩을 의뢰하든, 우리가 먼저 제안하든 동등한 관계를 맺는다. 동등한 관계로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멋지게 협력해 나간다. 그렇게 브랜드도 다도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을 만든다. 협력이 무엇인가. '함께 힘을 쓰는 것'이다. 한쪽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적지 않은 브랜드가 '내가 돈을 냈으니 넌 이렇게 해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적 있다. 무의미한 기싸움과 갑질은 지저분한 결과를 만들 뿐이다. 협력 프로젝트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결과도 훌륭하다. 그렇다고 진지함을 잃는 것은 아니다. 진지하게 일에 임하되 그 과정에 '존중'과 '매너'와 '행복'을 한 스푼 넣자는 것이다. 기왕 일할 거 서로 기분 좋으면 더 좋은 것 아닌가.


다는 '클라이언트와 외주업체'란 의미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고개를 치켜세우며 우릴 누르려고 한다면 기꺼이 거절할 것이다.


다는 돈보다 '관계'를 우선시한다.

한번 일하고 끝이 아닌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한다.






이 밖에도 여러 세부적인 디테일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에 그때 가서 하나씩 기록할 것이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여기까지 정리하는데 수개월이 걸렸다. 남의 을 할 때는 아이디어도 잘 떠올랐는데, 막상 우리 을 하려니 잘 풀리지 않았다. 어찌 됐든 후련하다. 이제는 굿 브랜드와 만나는 일만 남았다. 현재 협업 중인 브랜드가 있다. 작업을 완성하는 대로 브런치와 홈페이지에 공유할 예정이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잘 될 수도 있고 얼마 못가 망할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망하면 다른 걸 찾아보면 된다. 난 아직 젊고 몸도 건강하다. 소중한 연인도 옆에 있다. 무엇이 걱정되겠나. 큰 욕심부리지 말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 괜찮을 것이다. 위대함은 결국 작은 성취가 모인 결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문학동네)' 서문을 인용하여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시 출발선이다. 다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실패해도 끝없이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처럼.

집중된 정신력으로, 세상의 정면을 향하여.



2021.07.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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