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_마모사이드는 1인 헤어샵이에요. 제가 손님 예약부터 상담, 헤어 시술, 샴푸, 스타일링까지 전부 해요.
SS_혼자서 운영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경우_음, 제가 편안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3명 이상 저를 쳐다보거나 정신없는 공간에 있으면 긴장을 엄청 해요. 헤어샵에 있다 보면 저 같은 분들을 꽤 자주 볼 수 있어요. 스태프들이 다가오는 순간부터 긴장하시는 게 보이거든요. 염색하는데 창문 밖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때 느꼈어요. '내 방처럼 편안한 헤어샵을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마모사이드를 열었습니다(웃음).
인터뷰 wih 다. ⓒ다
SS_아 그래서 헤어샵 슬로건이 'A SNUG HAIR SHOP'이군요.
경우_맞아요. Snug에 ‘편안한, 안락한’ 이란 뜻이 있더라고요. 뜻도 좋고 발음도 부드러워서 골랐죠. 이렇게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인적이 드무니 조용하거든요. 대로변에 있으면 자동차나 행인이 많아서 편안한 느낌이 살진 않죠.
SS_멋지네요. 저도 다양한 헤어샵을 다녀봤거든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데 직원들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불편할 때가 있었어요.
경우_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걸 좋아하시는 손님들도 있어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내 주변에 사람이 모이면 불편한 분들이 있는 거죠.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1인 헤어샵을 연 것이기도 하고요.
SS_그럼 마모사이드는 어떤 방식으로 손님을 응대하나요?
경우_저희도 다른 샵처럼 손님이 오시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요(웃음). 짐이나 겉옷을 가져오신 경우, 보관함에 넣어 드리고요. 그리고 웰컴 드링크를 드리죠. 아! 저흰 맥주가 있어요.
SS_맥주요?
경우_네. 내 방에선 술도 막 마시잖아요. 전 정말 ‘편안한 헤어샵’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음료가 항상 커피와 차일 필요는 없잖아요? 이 두 가지는 기본으로 제공해드리고 맥주도 제공하는 거죠. 처음엔 손님들도 당황하셨는데 이제는 마모사이드가 맥주 맛집으로 알려졌답니다(웃음).
매장 안에는 기분 좋은 향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 누리는 편안함은 달콤하다. ⓒ다
샤워실 벽면에 붙어 있는 스티커. 마모사이드 특유의 매력이 근사하게 표현됐다. ⓒ다
SS_와 헤어샵에서 맥주를 주다니. 원장님만의 색깔이 확실하네요.
경우_그렇죠? 단골손님들은 예약 시간보다 빨리 오시면 알아서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서 드세요(웃음). 웰컴 드링크를 나눠드린 후 스타일링 상담을 하고 바로 헤어 시술에 들어가요. 음악은 재즈나 잔잔한 싱잉 랩 위주로 틀어요. 은은한 향초도 피워 놓고요.
SS_대화는 안 하세요? (웃음)
경우_당연히 하죠! 다만 억지로 하진 않아요. 대화 역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즐겨요.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여쭤볼 때도 있고, 손님이 말을 거시면 친절하게 답해드리고요.
SS_왠지 마모사이드에 오시는 손님들도 원장님이랑 성향이 비슷할 것 같아요.
경우_오! 정확해요. 보통 헤어 디자이너와 단골손님들은 닮았어요. 오시는 분들도 저랑 대체로 성향이 비슷해요. 격식보다는 자유분방한 걸 좋아하시고, 시끄러운 분위기보단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시죠. 말도 조곤조곤하게 하시고.
SS_그런 분들에게 마모사이드는 휴식처 같은 공간이겠어요.
경우_그래서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손님들이 정말 기분 좋게 헤어 스타일링 받으실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죠.
헤어 디자이너 류경우
SS_헤어 디자이너가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경우_제가 중학교 3학년 때 한창 샤기컷, 울프컷, 베컴 머리가 유행했어요. 지금 보면 좀 촌스러울 순 있는데(웃음), 그땐 그게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몰라요. 막내 고모가 헤어 디자이너셨거든요. 맨날 고모네 미용실에 놀러 가면 그런 머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는 거예요. 어느 순간 ‘나도 저렇게 멋진 머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헤어 디자이너란 꿈을 꿨어요.
SS_추억이군요. 저도 샤기컷을 자주 했었죠(웃음). 꿈을 굉장히 일찍 찾으셨네요.
경우_맞아요. 중학교 3학년 때 고모한테 미용을 배우다가 고1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SS_배우실 때 어떠셨어요?
경우_재미있었죠. 그런데 사실 오래 가진 못했어요. 어렸을 때라서 놀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거든요. 14시간, 15시간씩 주말에도 일하는 게 답답하더라고요. 힘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 방황을 좀 했어요.
SS_미용을 그만두셨던 거예요?
경우_20대 초에 잠깐 미용을 안 했어요. 대신 평소 좋아하던 패션 업계로 진로를 틀었죠.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SS_다시 미용업계로 돌아오신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경우_제가 20살 때 왼쪽 팔에 ‘가위 타투’를 했어요. 타투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한테 의미 있는 걸 하거든요. 저한테 가위가 그런 거였어요. 뭘 하든 쉽게 포기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근데 미용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예요. 이번엔 진짜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면서 가위를 새겼죠. 지울 수도 없잖아요. 미용을 그만둬도 타투가 계속 눈에 보이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류경우 원장 왼팔에 새겨진 가위 타투. 단순한 타투가 아닌 그의 열정이 담긴 훈장이다. ⓒ다
SS_어떻게 보면 가위 타투가 원장님의 마음을 돌린 거군요.
경우_그런 셈이죠. 팔에 가위 타투가 있으니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저보고 미용사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정작 마음은 미용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 나 미용하고 싶었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군대 전역하고 23살 때부터 다시 미용일을 시작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남들보다 더 오래 공부하고, 연습하고.
SS_그런 시기가 있었으니까 지금의 원장님이 계신 거 아닐까요?
경우_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벌써 타투를 한지도 13년이 흘렀네요. 이제는 한 몸이 된 기분이에요. 좋은 점이 있어요. 어디 가서 거창하게 절 소개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냥 왼쪽 팔만 보여줘도 다들 제가 누군지 알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위 타투를 한 건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친절함과 편안함
SS_마모사이드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경우_음, 친절함과 편안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SS_아, 친절함과 편안함. 비슷한 말 같지만 전혀 다른 말이죠.
경우_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마모사이드는 편안함을 추구해요. 그래서 불필요한 서비스를 하지 않아요. 그게 손님에게 되려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저의 방식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SS_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기존의 높은 서비스 톤에 익숙한 사람들이 그러지 않나요?
경우_맞아요. 전 그런 서비스를 잘 못해요. 그런 성격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제가 불친절하게 응대하는 건 아니에요. 상대가 기분 상하지 않을 정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 저는 그 정도의 친절함이면 충분하다고 봐요. 과한 친절함을 위해 쓸 에너지를 아껴서 손님 헤어 디자인에 더 투자하는 게 나아요.
SS_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경우_처음에는 직원을 고용해서 다른 샵처럼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천천히 고민해보니 그건 '마모사이드의 철학'과 어긋나는 거더라고요.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잖아요. 그래서 마모사이드를 찾는 분들에게 집중하기로 했어요. 본질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SS_정말 공감합니다. 맞아요.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어요. 계속 보완해도 그게 마음에 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또 나오길 마련이죠.
경우_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욕심부리면 기존 손님들이 실망하시겠더라고요. 그분들은 마모사이드의 지금 느낌을 좋아해서 오시는 분들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게 멀리 가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편안함
SS_요즘 계획하시는 일이 있나요?
경우_현재 아내와 새로운 헤어샵을 준비 중이에요. 아내도 헤어 디자이너거든요. 또 다른 공간에서 '편안함'이란 주제를 아내의 시선으로 전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마모사이드는 제가, 오픈할 곳은 아내가 운영할 예정입니다.
SS_왜 같이 운영하지 않으세요? 마모사이드에서 두 분이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데
경우_저희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1인 헤어샵’이라는 의미가 사라져요. 디자이너와 1:1로 한 공간에 있길 원하는 손님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고요. 각자 독립해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철학을 표현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요. 결국 ‘마모사이드의 길’을 걷는 게 맞더라고요. 아, 상호명도 다르게 할 거예요. '마모-'는 통일하되 뒤에는 다른 말을 쓸 거랍니다. 마모사이드는 저의 색깔이니까요. 새로운 곳은 아내의 색깔을 담아야죠.
SS_원장님의 강한 신념이 느껴지네요. 저 또한 두 분의 또 다른 시작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원장님.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꿈이 무엇인가요?
경우_음, 이루고 싶은 꿈이라. 저는 마모사이드를 지금보다 더욱 편안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손님 한 분 한 분 더 정성을 다하고요. 손님들이 마모사이드를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마모사이드가 그만큼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말이니까요.
류경우 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은, 그는 마모사이드의 철학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그의 언행에는 상대방을 위한 존중과 배려가 묻어 있었다. 기분 좋은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편안함을 건넸다. 헤어샵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어디에도 화려하거나 과한 것이 없다. 빛바랜 종이 그림, 아기자기한 피규어, 은은한 음악, 푹신한 미용 의자,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가 공간을 채울 뿐이었다.
만약 당신이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자유분방함을 사랑한다면. 느리게 흘러가는 여유를 선호한다면. 일상에서 벗어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당신만의 아늑한 아지트를 찾고 있다면. 마모사이드를 한 번 방문해보라. 이곳엔 당신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