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지오 Aug 05. 2021

'기본'에 충실한 카페

동편 마을 카페, 위크 인 더 라이프


'Week In The Life'의 문은 화사한 오렌지 컬러다.

그 느낌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깥세상과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위크 인 더 라이프


SS_대표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찬호_네 안녕하세요. 저는 안양시 동편 마을에서 'Week In The Life' 카페를 운영 중인 '윤찬호'라고 합니다.

 

SS_가게 이름이 예쁘네요. 특별한 뜻이 있을까요?


찬호_'인생의 일주일만이라도 여기에서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지었어요. 그만큼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위크 인 더 라이프 대표 '윤찬호 바리스타'. ⓒ다


SS_저 역시 위크 인 더 라이프의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찬호_제가 이 카페를 열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에요.


SS_카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보네요.


찬호_제가 위크 인 더 라이프를 열기 전에 일본에서 커피 여행을 했어요. 한 1년 정도 도쿄를 돌아다녔거든요. 일본 카페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어요. 트렌드와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브랜드 컨셉은 확실하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때 카페에서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답니다.


Week In The Life의 내부 전경. ⓒ다


SS_대표님도 이 카페에 개성을 담으셨나요(웃음).


찬호_네, 맞아요(웃음). 보시다시피 오렌지 컬러랑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줬어요. 이걸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이라고 불러요. 약간 톤 다운된 바탕에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거죠. 제가 주황색이랑 파란색을 좋아해요. 특유의 쨍한 색감이 예쁘더라고요.


SS_원색은 계속 보면 눈이 피곤하잖아요. 여기는 신기하게도 그렇지 않아서 좋요.


찬호_중간중간에 식물과 무채색 인테리어 소품들을 배치했어요. 이런 색상을 섞으면 원색의 느낌을 살리면서 시각적인 피로도는 줄일 수 있어요.



경쾌함과 차분함이 조화를 이룬다. ⓒ다


SS_소품도 그렇고 내부 디자인도 그렇고 대표님의 색깔이 묻어 있요. 혹시 이런 게 대표님의 철학과도 연결될까요?


찬호_'카페에서 일어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철학이에요. 인테리어, 내부 벽지, 소품, 조명, 포스터, 음료 모두 카페 안에 존재하는 것들이잖아요. 이런 것들을 제대로 갖춰야 저도 고객도 만족할 수 있거든요. 내실이 좋은 카페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SS_중요한 부분이죠. 기본에 충실하는 것.


찬호_맞아요. 작가님도 글을 쓰실 때 꼭 지키는 원칙들이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위크 인 더 라이프는 고객 만족을 위해서 항상 기본을 살핍니다.



SS_그중에서도 대표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찬호_사실 다 중요하긴 한데(웃음). 저는 화장실과 바 청소를 정말 열심히 해요. 아무리 음료가 맛있고 공간이 좋아도 위생이 별로면 소용없잖아요. 내가 방문하고 소비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깨끗하게 청소해요. 특히 바는 오픈형이라 커피 가루가 날리지 않게 늘 조심합니다.


SS_그래서 이렇게 손님들이 많은 거군요(웃음)


찬호_아직 갈 길이 멀어요(웃음). 제 스스로가 떳떳한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고객님들에게 값어치 이상을 드리려고 노력해요. 그게 요식업의 기본이니까요.






바리스타 윤찬호


위크 인 더 라이프가 걸어온 세월. 그 세월을 담은 에스프레소 머신. ⓒ다


SS_원래 계속 커피 업계에 종사하셨던 건가요?


찬호_아, 제가 자동차학과를 나왔거든요.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다가 카페를 열게 됐어요.


SS_그렇군요. 어떤 계기로 진로를 바꾸신 건가요?


찬호_단순하게 생각하면 커피를 좋아해서 그랬어요. 제 취미가 산책인데요. 돌아다니다가 멋진 카페가 있으면 가서 커피를 마셨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멋진 공간을 가진 나만의 카페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카페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SS_살다 보면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찬호_공감해요. 왠지 모르게 커피를 하고 싶더라고요. 정말 멋진 카페를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SS_커피 공부 안 힘드셨어요? 자동차랑 전혀 다른 분야인데.


찬호_새로운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정비사를 그만두고 스타벅스에서 1년 정도 일했고 그 뒤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에서 커피 여행을 했죠. 이 기간에 많은 걸 공부했어요. 커피가 단순히 맛만 좋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중요하고, 고객을 대하는 방식이 중요하고, 더 좋은 커피를 찾는 도전 정신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SS_전부 위크 인 더 라이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네요(웃음).


찬호_그렇게 됐네요(웃음). 카페는 운영하는 사람을 담고 있죠. Week In The Life가 곧 제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곳곳에 저의 생각과 감정이 묻어 있거든요.


SS_지양하시려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찬호_음, 처음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자주 들었거든요. 그런데 적당히 흘려들을 줄도 알아야겠더라고요.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으니까요.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중심을 잡고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요.



SS_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네요.


찬호_근데 경험해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요.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는 게 남는 일이더라고요. 저만의 카페를 운영하려면 제가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버터스카치라떼. 향긋한 커피 향을 부드러운 크림이 감싼다. ⓒ다


SS_혹시 추천하시고 싶은 시그니처 메뉴가 있을까요?


찬호_'버터스카치라떼'입니다. 스카치 캔디 아시죠? 그 맛이 나는 라떼에요. 직접 개발한 크림을 넣어 만든 음료랍니다. 단맛과 커피 맛이 균형을 이루는 메뉴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 균형을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크림과 커피 비율을 계속 수정하면서 최적의 맛을 찾으려고 고생 좀 했죠. 다행히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찾고 계세요. 고객님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납니다(웃음).






외로움에서 배운 교훈


SS_이번에 코로나로 요식업계가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찬호_맞아요. 쉽지 않았어요. 제가 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처음 경험한 위기였어요.


SS_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찬호_'외로움'이더라고요. 올해 6월에 코로나로 '매장 내 취식 금지 조치'가 취해졌을 때, 하루에 두세 잔 판 적도 있어요. 그것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 상황을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심적으로 많이 지쳤었죠.



SS_힘들 때 의지할 곳이 없다는 건 답답한 일이죠.


찬호_맞아요. 1인 매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께선 공감하실 거예요. 이게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이거든요. 카페가 멀리서 보면 멋있어 보여요. 냉난방 잘 되는 곳에서 우아하게 커피도 뽑고 음악도 듣고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거기에서 오는 모든 일들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죠. 그 과정을 견뎌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고요.


SS_대표님께서는 어떻게 그 고난을 이겨내셨나요?


찬호_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바로 '카페'였죠. 매장 내 취식이 안되는데도, 단골손님들이 자주 오셨어요. 그때마다 따뜻한 응원을 건네셨는데요. 그때 느꼈어요.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카페에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있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공간, 커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위크 인 더 라이프를 찾아와 주시네요.



SS_어떻게 보면 '위크 인 더 라이프의 철학'에서 답을 찾으셨군요.


찬호_카페 내면을 들여다보니 해결책이 있었어요. 전 자꾸 밖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거든요. 그게 아니었어요. 뭔가 안 풀리는 것 같고, 모든 게 부족해 보여도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내 안을 천천히 살펴보면 그동안 놓쳤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발걸음


SS_이제 어떻게 활동하실 예정인가요?


찬호_Week In The Life를 지금보다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오래가는 카페들의 공통점이 뭐인지 아시나요? 바로 저마다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거예요. 업을 반복하며 깊이를 더하고, 개성은 더욱 살리고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Week In The Life에 더욱 깊은 매력과 저만의 색을 채우고자 합니다.


SS_더 확장할 계획도 있으신 가요?


찬호_우선 지금에 집중하려고요. 상황이 안정되면 Week In The Life랑 다른 컨셉으로 카페를 하나 더 운영할 계획이에요. 컨셉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을 것 같아요. 기본기를 탄탄하게 챙기고, 나 자신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찾는 것.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카페를 만드는 것. 이것이 제가 늘 잊지 않으려는 다짐이에요.





카페라는 공간 특성상, 겉으로 보이는 퍼포먼스도 중요하다. 예쁜 음료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소비자들이 카페를 선택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맛'이 있어야 카페도 의미가 있다. '편안하고 깨끗한' 인테리어야 사람들이 자주 방문한다. 맥락 없는 겉치장은 순간에 불과하다.


Week In The Life는 내면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카페다. 제대로 된 결과를 위해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 하나하나가 카페의 개성을 높인다. 개성은 카페에 매력을 더하고, 그 매력은 고객을 팬으로 만든다. 맛과 공간이 확실한 카페를 찾고 있다면, Week In The Life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Week In The Life'의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알고 싶은 1인 미용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