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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남편이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by 팀클 세라

사실 요 며칠간은 참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내 삶에서 아직 달라진 상황은 그리 없는데, 남편의 소식으로 평온한 일상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갑자기 무너지는 듯했다.


월요일 아침,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 중, 갑자기 얼굴 한쪽의 감각 이상을 느꼈다고 한다. 아무래도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출근하는 길에 대학병원을 보자마자 차를 대고 응급실로 성킁성큼 들어갔다고 한다.


보통 응급실에는 들것에 실려서 누워 들어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응급실에 씩씩하게 문을 열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가니 병원 간호원들과 직원들이 일제히 자기를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상황을 설명하니 다행히 응급환자로 받아서 빠르게 CT와 MRI까지 속전속결로 진행을 해주었다고 했다. 응급실의 CT와 간이 MRI를 통해 뭔가 좀 이상한 소견이 보였기에, 남편은 그 즉시 입원을 하여 조영술을 이용한 정밀 MRI 검사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남편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빠른 판단을 했다는 점.

멀쩡하던 남편은 그렇게 입원한 채, 결과를 듣기까지 3일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단이 나왔다.

5번 뇌신경인 삼차신경, 얼굴의 감각과 일부 저작근을 담당하는 그 신경의 껍질에 1.53cm 크기의 종양이 있다는 것이었다. 삼차신경초종, 처음 들어보는 뇌종양의 이름.


방사선 치료는 양성종양에서는 그리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주위 신경을 건드릴 위험도 크다고 했다. 수술하기에도 종양 사이즈는 작고, 부위도 너무 까다로워 너무 어려운 수술이 될 거라는 소견이었다. 별다른 뾰족한 방법을 정하지 못한 채, 남편은 일단 그렇게 퇴원을 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평소 건강에 자신만만했던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주 1회 나와 함께 하는 PT 수업 하나로 운동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먹는 걸 워낙 즐기다 보니 인스턴트도 거리낌 없이 자주 먹던 그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뇌종양이란다. 이름도 난생처음 들어보는 삼차신경초종양.

순간,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상조차 못 했던 상황에 머리가 멍해졌다.


아침저녁으로 여기저기서 안부를 묻는 연락이 오고, 그때마다 상황을 직접 입으로 말할 때면 이 일이 현실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울고 또 울었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후에 아이들과 수업하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웃으면서 수업에 몰입하는 동안 잠시라도 그 두려움에서 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힘들고 막막하긴 해도 사실 난 혼자가 아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

생사를 주관하시고, 화. 복을 허락하시는 그분은 우리를 늘 선한 길로만 인도해 주실 것임을 믿기에. 분명 그분의 계획하에 우리를 향한 어떤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사할 것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아직은 종양 사이즈가 작다는 것. 위험성은 많지만 수술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이 수술이 끝나면 우리는 앞으로 운동과 식단에 더욱 주의하며 건강을 더 챙기며 살 거라는 것.

이 일을 통해 우리 가족은 몸도 마음도 신앙도 더한층 성숙해져 있을 거라는 기대도..


그리고 언젠가 이 시간을 잘 견뎌낸 후, 지금의 아픔과 두려움이 희미한 기억이 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때쯤 되면,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기야 우리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
“그래도 우린 잘 버텼고, 결국 잘 이겨냈어.”라고...


#뇌종양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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