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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사과할 줄 아는 용기

아이들의 순수함이 때로는 어른보다 낫다.

by 팀클 세라

3~4학년 영어수업 시간이었어요.

4학년 여자아이가 오늘은 유독 표정이 울적해 보였어요.


(*제이는 학생의 가명입니다)

" 어? 우리 제이가 오늘 무슨 일일까?


샘이 보기에 우리 제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었구나"


제이는 이내 참았던 눈물이 나오기 직전이었어요.


더이상 수업 진행이 어렵겠다 싶어서 아이들에게 잠시 할 것들을 주고 제이만 데리고 나왔어요.


" 제이야? 무슨 일 있었니? 선생님한테 얘기해 줄래?"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에 제이를 잠시 꼭 안아주었어요.


사연인 즉,


제이와 함께 하고 있는 3학년 두 여자 친구 둘이 꼭 붙어서 언니인 자기를

자꾸 외면하고 소외시키고 있는 거 같다고 했어요.


영어 공부하는 건 좋은데 얘네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한테 "나 이제 영어학원 끊을 거야" 그랬더니

아이들 반응은 차갑고 냉정하게 "알빠노 (내 알 바 아님)" 그랬다는 거예요.


제이는 나름 나 좀 봐줘 나 외로워라는 몸부림의 표현이었을 텐데

그마저도 무시당한 느낌에 단단히 속상했던 거 같아요.

제이는 이 말을 한 아이에게서 사과를 받고 싶어 했습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수업이 끝나고 다시 얘기를 나누기로 했어요.


수업 후, 다른 친구들은 5분 일찍 보내고,

제이를 포함한 세 명의 여자 친구들을 남겼습니다.


제이에게 들은 상황들을 이야기하면서 3명일 때

자칫 잘못하면 한 명이 항상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요.


이 상황은 오늘은 내가 아니어도

다음날 내가 그 상황에 몰릴 수 있게 되는 거라고..

누군가 소외될 수 있는 상황에 늘 배려하고

서로 더 조심해서 챙기고 돌아봐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이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까지 표현했는데도

끝까지 반응이 그랬으니 더 심하게 무시당한 느낌에 힘들었을 거라고 했지요.


아이들은 깊이깊이 잘 들어주었고 상대의 감정들을 잘 헤아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제이 언니에게 그동안 살짝 섭섭했던 것도 지지 않고 이야기했지요.


본인이 잘못한 일도 충분히 인정하고 사과한 후

자신들이 섭섭했던 것들도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부분은 언니가 사과해 달라고 하더군요.

제이도 그건 미안했어 하면서 웃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다시 서로 카톡으로 사과의 대화를 하면서

그 동안의 묵은 감정들을 풀었다고 하네요.


우리 제이는 제게 오늘 잘 해결했다면서

한결 더 편안하고 행복한 메시지로 이렇게 내용들을 보여주었어요.


역시 저희 아이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마음도 참 건강하고 바르게 잘 성장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사과할 줄 알고 사과받을 줄 아는

우리 아이들의 용기와 지혜로움이 정말 예쁘고 멋졌어요.


오늘 하루는 이 작은 사건의 일로 몸과 마음의 피로가 다 풀렸네요.

아이들이지만 정말 어른스러웠네요.

멋지다 얘들아!


그리고 잘 대처해 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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