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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심한 아이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이유

소심한 아이 도와주기 프로젝트

by 팀클 세라


요즘은 아이들의 한 학급의 학생 수가 15~20명 남짓 되는 것 같다.


내가 다녔던 초, 중, 고등학교의 한 학급당 학생 수는 그 당시 보통 54~55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실 안에 50명이 넘는 아이들이 빽빽이 앉아있었다니 참 엄청났구나 싶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번호 순서대로 아이들을 앉히고 한 달 내내 이름을 외우시기도 하셨고, 어떤 선생님들은 반장과 몇몇 눈에 띄는 성격의 아이들 이름만 기억하셨다. 그리고 평범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번호로 불렸다. 마치 이름 대신 숫자로 기억되는 듯했다.


어렸을 때 나는 지극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였다.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내 이름이 불릴 일조차 만들지 않으려 했다. 어쩌다 내 이름이 호명되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온몸은 덜덜 떨렸고, 목소리는 거의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많은 친구들 앞에서 간단한 대답 한마디 하는 것조차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리고 얼떨결에 한 대답을 하루 종일 수십 번 되뇌며 후회하다가, 밤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초등 2학년 때, 1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 연말에, 담임 선생님이 문득 나를 보시더니 물으셨다.

"그런데 넌 이름이 뭐였더라?" 한 반에 50명이 넘는 인원이었으니 나 같은 학생에게까지 관심이 닿는 건 무리였을 듯싶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아이들 속에서 눈에 띄지 않고 묻힐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나는 가끔 어릴 때의 나 같은 성격의 아이들을 만나곤 한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아서 그 아이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두세 번씩 다시 묻고 확인해야 할 때도 많다. 혹시 감정이 다칠까 봐 되묻기를 자제할 때도 있다.


말수가 없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그룹에서 묻히기 쉽다. 의견을 말한다 하더라도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거나 지나쳐질 때가 많다. 어느 집단에서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용기나 말주변이 없어서 힘들어하고, 어쩌다 말을 내뱉고 나서도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후회를 거듭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아이를 보면 마치 어릴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더 마음이 간다.


이런 아이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보니 더 주의를 기울이며 지켜본다. 전체적으로 물으면 선뜻 대답을 잘하지 않기에 아이의 표정과 숙제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개인적으로 말을 건넨다. 영어를 공부하는 시간이기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읽게 하고 개별 스피치 발표도 자주 시킨다. 처음에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시선 처리도 불편해 보인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아이에게는 이러한 발표수업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해가 되고 내심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선생님이 시킨다고 이렇게 억지로 앞에서 나와서 자기가 쓴 것들을 읽어 주다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없다. 훌륭하게 잘했다고 무조건 폭풍 칭찬으로 마무리한다.


소리 내서 읽기도 많이 해야 하니 집에서 5번 읽기 연습 후 녹음해서 보내라는 숙제를 낸다. 아이 성격상 이런 숙제는 엄청 불편한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 영어는 반복과 훈련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열 번째, 스무 번째, 녹음 숙제를 들으면서 항상 응원과 긍정의 피드백으로 답해주었다. 웅얼거리기만 하던 아이의 영어 발음이 어느 순간 또렷해지고, 억양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빛을 내고 싶어 한다. 그룹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소심한 아이들이 내고 있는 빛은 적극적이고 활발한 아이들의 빛 아래로 항상 가려져서 이내 시들해 지곤 한다. 이런 아이들이 가능한 한 외부 자극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도와주고 싶다. 자신이 내고 있는 빛도 충분히 빛나고 있고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주고 싶다.


내 공부방의 한 클래스당 정원은 최대 6명이다. 모두가 내 시야에 쏙 들어온다. 수업을 이끌어 가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인원이다.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은 차츰 자기 목소리를 찾아간다. 극소심 성향의 친구들도 자신의 빛을 조금씩 밖으로 내보내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의 순간들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믿게 된다. 누구나 빛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진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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