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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ul Jul 17. 2024

아기가 생기기 전 아기 양말을 사다.

포장을 풀 날이 올까

이번달도 어김없이 홍양이 찾아올 때의 느낌과 같은 걸 보니 또 꽝인 것 같다.

임신이라는 게 잘 될만한 사람도 오래 걸리고, 잘 안될 것 같던 사람도 어느 순간 되는 거라서 

생물학적으로 본 높고 낮은 확률들은 있지만 운과 매우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된다 50%, 안 된다 50%. 

내겐 이렇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을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던 중 아기 양말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임신이 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참나, 이젠 이런 거에까지 혹하네.' 


나는 이미 검색창에 뱀띠 아기 양말을 검색하고 있었다.

머리와 다르게 이미 나의 눈은 당장 내일 배송될 수 있는 아기 양말을 찾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렇게 빨리 배송되는 것은 없어서 적당한 것 하나를 골라 주문했다.

침대 위 아기 양말을 보고 임신 발표인 줄 알고 혹시 감동할까 봐 미리 남편에게  


'아기 양말을 침대 머리맡에 두면 임신이 잘 된대.'라고 연막 아닌 연막을 쳐두었다.

남편은 별 말없이 황당함이 섞인 웃음을 지은 후 이내 잠이 들었다.

오늘 퇴근 후에 집에 와서 보면 '결국 샀군.' 하며 웃을 것이다.


이틀 후인 오늘 배송이 왔고 포장을 딱 저 사진까지만 풀어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포장을 풀고 만져보고 싶기도 했고 양말 자체만 침대 머리맡에 둘까 했는데

때가 탈 것 같아서 포장 채로 올려두었다.

아이가 찾아와서 양말 신길일이 있을 때 나머지 포장을 벗겨도 의미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이 언제 올까? 내게도 올까?


아기 용품은 임신 전에 살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임신도 안 됐는데 용품만 갖다 놓는 것 자체가 더 속상하기만 할 것 같았고 진짜 임신 후

필요한 걸 구매하면서 아기가 찾아온 기쁨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아기가 찾아오면 어차피 쓸 물건을 산 정당성이 생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속설을 믿고 산 충동 구매가 될 뿐이다.

아무렴 어때.


좋은 소식을 기리는 좋은 마음으로 샀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맘 그대로 두고 보면 될 일이다.

살다 보니 참.

별 걸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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