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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 Apr 03. 2022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타트업 이해하기(4)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입이 좀 있어서 남은 부분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순환 참조의 마법


 IR기업이 된 좀비 스타트업 중에는 이미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유명한 회사들 많다. 이들은 성장을 함께한 유능한 팀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금을 유치하여 성장해오면서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을 만난다. 다양한 협업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명성을 얻다. 그렇게 성장해가면서 다시 새로운 목표를 비저닝 한다.


-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투자해주세요.

- 우리는 좋은 투자자들에게 투자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합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알맹이"가 빠져있어도 이렇게 외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업이 파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기업 그 자체이다. 알맹이가 없는 상태에서도 팀, 네트워크, 비전의 순환 참조를 통해 밸류를 높여가며 사람들과 투자금을 빨아들이며 더욱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팀, 네트워크, 비전을 순환 참조하여 기업을 파는 것이다.


마법과 같은 순환참조


좀비로 살아남기


 성장기에서 안정기로 넘어가야 하는 좀비기업은 반드시 "매출"이라는 지표를 만들어야 기업의 존속이 가능하다. 알맹이가 없어도 이를 키워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1. 기업 매수 - 쓰레기 주식교환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서는 단연 M&A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다. 매출이 적어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매우 제한적다. 주로 "주식교환"을 주로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때 크게 2 부류 정도의 기업이 매수의 대상이 된다.


- 유사한 고객군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스타트업

- 매출은 크지만 영업이익이 작은 성숙 시장의 기업


 전자의 경우, 서비스 라인업 수유저수를 더욱 키우면서 아직 성장중임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후자의 경우, 이전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매출 규모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실제로는 양쪽 모두 가치가 거의 없어서 단순한 쓰레기 주식교환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가치평가 방법론에 따라 기업가치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성장기에서 안정기로 넘어가는 시그널로 활용됨과 동시에 수익성 지표를 비약적으로 향상다. 그 결과 존속 기간을 늘려주는 연료통을 장착하게 된다. 의미 없는 M&A로 재무지표를 향상하는 단순한 예시로 매출과 수익성 지표가 필요한 A기업이 성장 동력을 잃어 기업가치가 순자산가치에 근접한 B기업을 인수하는 Case를 살펴보자.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하는 Case]
→ A기업의 주식을 B기업의 인수 대가로 지급하여 매출과 수익성 지표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 A의 손익계산 : 매출 100억, 영업손실 100억
- A의 재무상태 : 500억, 부채 400억
- B의 손익계산 : 매출 800억, 영업이익 0
- B의 재무상태 : 자산 500억, 부채 400억
M&A를 통한 재무지표 상승


 실행능력과 관리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최상위 기업이 처치 곤란한 회사들을 쓰레기 주식교환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사모으면 거대한 쓰레기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시너지"라는 명분으로 멋지게 포장해서 보도자료가 만들어지고 몇 개의 인터넷 기사가 검색될 것이다. 유사한 말로는 "생태계", "공동체", "네트워크", "레버리지" 등이 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드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열정적으로 회사를 키워가는 꿈을 가진 대표들이 기업을 쉽사리 넘기게 되는 것일까?


"당신의 서비스가 유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와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금 조달을 잘합니다, 대표님은 사업에만 집중하세요."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참여할수록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갑니다. 나중은 늦습니다."

"EXIT까지 험난한 길을 끝까지 갈 자신 있나요? 같이 경제적 자유를 누립시다."

"대표님, 우리와 함께 갑시다."


 이런 말들을 대표의 공포심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에 굉장히 설득력 있다. 인수자에게 알맹가 없다는 것을 알고 들어도 넘어갈 법하다. 이들은 다단계 전략을 사용하는 고급 사기꾼이다. M&A 전략이 유효한 경우도 있고,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꿈꾸는 바를 이룰 것이라고 확신하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어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기에 더욱 무섭다. 정체된 어려움을 돌파한다면 정말 큰 보상을 가져가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여러모로 진실은 왜곡되어있다. 이미 이들은 이들의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증거를 가진 설득의 프로다.


 투자 또는 취업목적으로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있다면 M&A기사에는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진짜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재무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Value가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빨리 참여해서 더 많은 스톡옵션을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에 높은 보상을 제시하면 누구라도 쉽게 설득당할 것이며 투자자를 설득시키는 현란한 속임수에 당해낼 재간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구사했던 너무나 유명한 전례 노란색의 그 기업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현황정보 시스템(https://sminfo.mss.go.kr/)에서 재무제표를 찾아볼 수 있으니 현혹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라이선스 취득


 간혹 규제산업에 의도적으로 발을 들이는 스타트업이 있다. "핀테크"라는 명목으로 금융서비스를 위한 라이선스 취득에 목매다는 경우다.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서는 단순히 서류와 대관업무뿐 아니라 인프라, 보안 등 많은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개발 환경 악화와 개발자의 업무 부담이 급증하여 실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여 영업비용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충분한 수익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산업으로 진입하는 회사에서 특별한 계기를 맞지 않는 한, 최소 수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취업을 고려하고 계신 분이라면, 구체적인 예시로 "마이데이터"에 발을 들인 수익성 낮은 스타트업이라면 한 번쯤 필터링을 해보시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는 결코 수익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제도의 도입으로 시장의 기회를 발굴한 기업은 라이선스를 취득 회사가 아니라 이들에게 API를 통해 데이터를 공급해주는 업체들 뿐이었다. 불필요하게 그곳에 발을 들이는 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 만들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기업들의 말로가 썩 아름답지 않더라도, 특별히 횡령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창업자들은 오히려 탄탄대로를 걷게 될 확률이 높다. 도덕적 해이란 말 그대로 도덕적인 잣대일 뿐이지 법적으로는 문제 삼기 까다롭고, 이제는 스타트업을 실패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대해진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는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경제학에서 진짜 도덕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적 허용 정도로 양해 말씀을 드립니다.)


 게다가 허황된 꿈이나 거짓으로만 치부하였던 말들이 IPO, M&A 등을 통하여 EXIT을 하게 되면 이제 모든 것들이 실 하는 것으로 된다. "투자는 매출이고 손실은 이익이다" 편에서 언급했듯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버린 일정 시리즈를 넘어간 스타트업은 그 회사 자체가 존속하여야 하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 종착역이 폐업이라는 결론보다는, 샐러드를 잘 만드는 모 회사처럼 대기업에 투자 형식으로 인수되는 경우가 최악의 EXIT 케이스로 보인다.


 창업자들은 이미 이름을 떨친 이들은 많은 네트워크를 가진 성공 경험이 있는 사업가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며, 그간 쌓은 네트워크로 연쇄 창업가라는 타이틀로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그나마 끝까지 함께 한 직원들은 주식 처분, 이직 등의 기회를 갖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중간한 시기에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 합류하는 사회 초중년 생들은 자본 소득이 제한적일 것이고, 그 회사의 뻥 연봉과 뻥 경력이 실제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등 부작용이 더 커서 피해를 보게 될 확률이 높다.


 필자가 본 편에서 가장 호소하고 싶은 대상은 돈이 넘쳐나는 투자자들이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이직 의사결정의 순간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다. 세상에 누군가가 가는 길에 정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아서, 설령 좀비기업을 거치는 커리어라 할지라도 포지션(가령 회사를 포장하는 것이 업인 사람들, 기술적 경험이 중요한 사람들)에 따라서는 하나의 발판으로서 삼고,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 성과가 중요한 사람들이 굳이 아무런 실행능력이 없는 회사에서 잡일만 하거나 할 일이 없어서 손가락만 빨게 되는 경험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단순히 처우그 회사 누구와 잘 아는 관계 따위 보다 기업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파악하라고 말할 것이다. 본질적 가치란 즉, 핵심 서비스나 제품에서 창출되는 효용이며 이는 매출, 영업이익, 현금흐름으로 표현된다.


꿈과 희망, 사람, 네트워크는 기반일 뿐, 본질적 가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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