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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금비씨 Apr 17. 2024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 뭐니 뭐니 해도 사무직이 최고지."

요즘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니

사는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중인 거 같다.

하루이틀 정도 지나면 흘러가는 시간은 붙잡고

내 의지대로 살 수 있을까.






그냥 재미있기만 했던 바리스타로서의 삶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면서 살아갈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거다 보니)


일단, 다시 돌아온 백조가 되었으니 이제 또

무얼 하면서 살아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직종변경을

위해, 내일 배움 카드를 발급받아 일종의 직업훈련을 받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저것 해야 되는 사전 과정도 많았지만,

그동안 내가 냈던  고용보험료로 이런 혜택을

주니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었다.


한 푼 안 내고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났을 뿐... 거기다 수료 후 이력서 코칭 및 취업연계까지 해준다니..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닌가!


직업훈련 과정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중에 하나를 딱 고르기도 힘들뿐더러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까지 겹쳐져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 재밌어하면서 관심 있어했던 게

뭐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 이거다" 싶었다.


그건 바로,

개인회생파산 및 채권관리법률 사무직 취업과정 (개인회생파산 실무, 채권관리 실무 교육), 법률사무관리직원 취업과정(민법

부동산 실전경매, 민형사 서면작성 실무)

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왜 저런 걸 배우나' 싶겠지만, 나는 원래부터 정치 및 법학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이미 다 늦은 거,

법률사무관리 직원이라도 되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 수업을 들으러 가니 내 또래로 보이는

듯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뿐이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은

수업을 듣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계시는

이모님도 계셨고, 자칭 타칭 부동산 및 경매

전문가 님들도 여럿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뭐 하나 배울 때마다 질문은 홍수를 이뤘고, 진도 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를 필두로 공인중개사 이모님, 그리고

다른 이모님 두 분과 친해져 같이 밥도 먹고

취업 후에도 꽤 연락을 주고받았더랬다.

(지금은 추억 속의 일들이 되어버렸지만)






이모님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취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개인회생파산 서류

작성 직원은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뽑는 거 같다면서 오히려 나이 어린 사람은 취업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셨다.


나도 송무직원보다는 개인회생파산 서류 작성

직원이 더 나을 거 같아서 이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모님들의 말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면접 볼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이모님들 말대로 나이 많은 사람을 선호하는

곳이 많아서 그런 건지 어쩐 건지, 이모님들이 나보다 먼저 취업에 성공했는데, 얘기를 들어

보니 정말 녹록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빚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은

'잘못한 거 하나 없어도 하루 종일 욕만 먹는 느낌이랄까.'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면접 기회가 왔다.

법원 근처에 사무실이 몰려있다 보니 교대까지

나가야 했다. 복장 점검을 하고 최대한 단정한

모습으로 시간 내 면접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똑같아 보였다. 일에 찌들어서 생기조차 없는

모습들..


그 사람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데다가 급여 조건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

었는데, 기관을 통해 소개받는 것이 제일 쉬우면서도 빠른 취업 방법이라 오늘 중으로

다시 연락 주겠다는 말만 듣고 나왔다. 합격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불합격도 아니고...






그렇게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여긴 OOO법무사사무소인데요,

혹시 취업하셨어요?"


"아니요, 방금 전에 다른 곳 면접 보고

나왔는 아직 결과는 안 나왔어요."


"아~그럼 지금 어디세요?"


"지금 교대역으로 가는 중인데요."


"그럼 지금 바로 면접 보러 오실 수 있으세요?

여기 교대역 O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건물 5층이거든요."


"아~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타이밍 좋게, 교대까지 나온 김에

두 번째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생각보다

더 좋은 사무실 환경에 근무하는 직원들

연령도 많이 비슷해 보이고, 처음 면접 본 곳

보다 급여조건도 좋았다.


무엇보다 더 좋았던 건 정말 시원시원한 여자 실장님과의 면접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몇 마디 나눴던 것뿐인데 바로 출근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 사무실에서 일하는 번듯한 직장인이다."


법무사 사무소에서 면접 보고 나오자마자

처음 면접 본 곳에도 바로 합격통지 전화가

왔는데, 누가 운이 나빴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법무사 사무소로 출근하기로 확정 지은

후라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드디어 백조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정말이지.. 처음으로 모님 에 드는 직업을

가졌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져 날아갈 듯 기뻤다.


"그래, 하려면 그런 일을 해야지. 얼마나 보기 좋아!"






이 일이 남들 보기 좋은 일이었는지 니었는

지는 다음 편에 이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법률사무원으로 일한 곳도 세 군데다 보니

총세편에 걸쳐 풀어나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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