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마케터 완두: 커리어 전환은 언제 도망이 아닌 선택이 될까?
<다들 잘 살고 있다는 말의 뜻>
두 번째 인터뷰
시민단체 마케터 완두
커리어 전환은 언제 도망이 아닌 선택이 될까?
프로이직러 / 안정과 도전 사이 / 연결과 균형
콘텐츠 산업에서 보낸 1만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완두를 만났다.
완두는 이제 배움의 축적을 넘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한다.
누구보다 일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일이
전생처럼 느껴진다.
완두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향하고 싶은 방향을
따라가 보았다.
*솔직한 인터뷰와 아직 첫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회사와 인물명은 닉네임으로 대체합니다*
코코넛: 안녕하세요, 완두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완두: 갑자기 떨리네요. 편하게 얘기하다가 시작하니까 약간 손에 땀도 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완두라고 합니다. 지금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는 육칠 년 정도 되었고, 코코넛이랑은 저의 첫 회사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나 이번 인터뷰까지 하게 됐어요.
또, 취미 같은 걸 얘기해야 할까요? 지금은 일과 다른 삶의 균형 맞추는 것을 연습하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가를 하고, 여름에는 서핑도 가끔 하는 사람입니다.
코코넛: 영화 보는 걸 되게 좋아했던 걸로 기억해요. 여전히 영화 감상이 취미인가요?
완두: 영화를 모두 챙겨본다기보다는 영화제 갈 때만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에 영화제 스태프로 일한 다음부터 아직도 매년 부산에 가요. 스스로 ‘영화보다는 영화제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으면 보는 편이에요.
코코넛: 왠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준비해 왔을 것 같아요. 본인을 영화로 소개한다면 어떤 영화를 고를 건가요?
완두: 맞아요.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작년에 『녹색 광선』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봤어요. 이 녹색 광선이 무엇이냐 하면 해가 질 때 녹색 빛 파장이 길어서 잠깐 반짝 나타나는 광선이에요. 일몰을 엄청 자세히 보고 있으면 삼 초 정도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데, 영화 전체가 그런 순간에 관한 내용이에요. 주인공이 영화 내내 녹색 광선을 계속 찾아 헤매는데 그런 모습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주인공이 좀 피곤한 면이 있어 보여 저한테 엄청난 호감은 아니었는데 저도 스스로 뭔가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순간을 계속 찾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간관계에서도 그렇고요. 인생이 항상 그런 순간이 있는 게 아닌데 그런 걸 계속 바라는 모습이 비슷해 보였어요. 영화 재밌습니다. 근데 웃겨요.
코코넛: 채식 시작했다는 말을 인터뷰 시작 전에 하셨어요. 채식 외에 최근에 새로 생긴 다른 관심사가 또 있나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완두: 최근 일이 년 사이에,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그래서 동물의 복지랑 권리, 그리고 동물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자연다큐도 많이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재작년에 강아지를 구출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여러 가지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서 동물 보호 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코코넛: 혹시 이것도 이직 결정에 영향을 미쳤나요?
완두: 약간은요. 지금 일하는 회사는 동물보다는 환경·에너지 이런 분야이긴 해요. 그래도 계기를 거슬러 가보면 그런 일이 있어서 관심이 넓어진 것 같아요.
코코넛: 남들이 잘 모르는 본인에 대한 사실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 어떤 것을 소개할 건가요?
완두: 잘 모르는 거라⋯⋯, 커리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갑자기 너무 어렵네요. 전 삼 남매 중 첫째인데 혹시 알고 있었나요?
코코넛: 전 알고 있었죠.
완두: 장녀 안 같고 둘째 같다는 말을 되게 많이 듣긴 해요. 절 아는 밀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볍게 만난 사람들은 진짜 첫째 안 같다는 말을 많이 해요. 제가 눈치를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중간에서 모두를 조율해야 한다는 둘째 같은 눈치요.
코코넛: 최근에 이직하셨죠. 정확한 회사명과 직무, 팀명 언급 안 하고 간단하게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완두: 저는 환경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고, 연구도 하고 참여 활동도 하고 정책 제안도 하는 단체에요. 저는 후원팀에 있고, 팀이 시작 단계라 지금은 어떤 메시지에 사람들이 설득되고 관심을 가질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어요. 이직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어요.
코코넛: 이번 이직 전까지는 계속 비슷한 산업의 회사만 다녔잖아요. 이번에는 무슨 계기로, 어떤 심경의 변화로 환경 단체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완두: 첫 회사를 선택했을 때도 저는 흥미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었고 스스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보통 신입 때는 중공업이나 보험업처럼 대규모 공개 채용을 하는 기업에 지원을 많이 하지만 저는 그때도 지원 서류를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다음 이직할 때도 항상 한두 군데 기업에만 밀도 있게 지원했어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성향이라 그때 관심 있었던 콘텐츠 산업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직무는 생각했던 거랑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었지만 산업은 항상 그렇게 선택했어요.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그간 제 라이프 스타일과 관심사가 많이 변하면서 최근에는 환경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텐츠 외 조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코코넛: 이번 이직하면서 직무랑 산업 둘 다 바꾼 건가요?
완두: 직무는 생각보다는 비슷해요. 직전 회사에서는 구독 서비스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이 직무도 결국 회원이랑 고객을 모으는 거잖아요. 조금 제도권에서 벗어나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번 이직 사유 중 하나는 이거였어요. 물건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점점 더 어린 연령 타겟으로 “이 나이에는 이걸 해야 한다! 골든 타임!” 이런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보내게 되더라고요. 제가 일을 하면 할수록 불안감 조성을 심화시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리가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곳에서 일하게 되면 제가 열심히 일할 때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게 되지 않을까? 이런 조금은 뻔한 생각으로 이직을 한 것도 있어요.
코코넛: 일하는 환경도, 방식도 크게 변했을 텐데요. 콘텐츠 산업에서 일했던 게 여전히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나요?
완두: 완전요. 특히 마케팅 방법론적인 부분은 많이 도움이 돼요. 분야는 다르지만, 첫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었어요. 다음 회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어떤 서비스 이용을 장려하는 프로그램 같은 걸 많이 기획했으니까요. 지금 일도 후원자들이 우리 단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하는 거라 도움이 많이 돼요. 또 콘텐츠 산업에서 오래 일했다 보니, 아이가 있는 부모나 양육자를 타겟팅하거나 책 같은 매체를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해볼까? 이런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실제로 해 보지는 않았지만요.
코코넛: 개인적으로는 완두님이 지금까지 점핑 이직을 굉장히 잘 해왔다고 생각해서 항상 부러웠어요. 적당한 타이밍에 원하는 곳에 잘 이직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예요?
완두: 운이 좋았어요. 장난이고요. 저는 이직할 때 엄청 관심이 가는 회사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회사에만 지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원서를 한두 군데만 썼고, 성격상 완전히 준비될 때까지 조금 텀을 두고 제가 이 일을 정말 할 수 있겠다고 느낄 때 이직해요. 오래 고민하고 이직하다 보니 회사랑 산업에 대한 오랜 관심을 어필할 수 있었어요. 커리어로써 생긴 관심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관련해서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직무랑 가까워지기도 하고요. 그간 타이밍도 잘 맞아왔고, 솔직히 제가 붙을 것 같다, 완전히 내 포지션에 맞다 이렇게 생각되는 곳만 지원한 것도 있어요. 이게 이직에 되게 좋은 점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제가 그동안 너무 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살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지금 커리어 전환 자체에는 굉장히 만족해요. 처음 막연하게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하나도 모르는 분였어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거나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것과 일로써 하는 것은 다를 것 같아 여러 단체에서 시민 참여 같은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우리 단체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 활동했었는데 되게 재밌었거든요, 그랬던 게 지금 도움이 많이 돼요. 제가 시민으로서 참여했던 활동을 지금은 제가 주최하는 입장이 되었으니까요.
코코넛: 한마디로 완두님은 정말 매번 진심으로 이직했네요.
완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서 두 개 이상은 쓰지도 못하겠어요. 그래서 자동으로 선택과 집중이 돼요.
코코넛: 어쨌든 이제 사회생활 칠 년 차가 됐잖아요. 지금이 삶에서 어느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완두: 저한테는 지금이 뭔가 새로운 도전 단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계속 같은 분야에서 일했으면 이미 숙달자가 되었겠지만, 지금은 새로 배워야 하는 게 많아요. 환경 문제 같은 게 생각보다 분야가 많고 산업도 많이 연결되어 있어서 모르는 주제도 되게 많거든요. 모든 주제를 다 완벽하게 깊게 알 수는 없겠지만 후원 업무 특성상 조금씩 다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새로 배우는 게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요.
코코넛: 아까 지금 굉장히 만족한다고 했잖아요. 꼭 일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완두: 백 프로는 아니어도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만족해요.
코코넛: 우리 중 이직을 비교적 많이 경험한 편이에요. 아까 이번 회사는 오래 다닐 거라고 하셨죠. 완두님 성향에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과 여러 회사에 다녀보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잘 맞나요?
완두: 성향만 생각했을 때는 여러 회사 다니는 게 더 잘 맞아요. 근데 이건 이미 여러 회사에 다녀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다만, 자꾸 이직하다 보니 아직도 항상 팀장님이나 사수에게 도움받고 배우는 막내 입장이에요. 막내도 좋지만, 또 이직하면 제가 쌓은 노하우나 스킬을 나눌 기회가 없이, 계속 배우는 처지만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오래 다니고 싶어요.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선 제 목표는 그래요.
코코넛: 이직하고 난 뒤 어떤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완두: 제 생각이랑 가치관과 하는 일이 다르지 않은 거요.
또 직전 회사 문화는 좀 보수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회사 규모도 크고 영리 기업이다 보니 의사결정 방식도 하향식일 수밖에 없었고요. 지금 회사는 면접 때부터 일할 때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는 편인지, 논의가 길어지게 될 때 어떻게 할 건지와 같은 질문을 물어봤어요. 그래서 의사결정 구조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은 했어요. 그런데 입사하고 나니, 정말로 의사결정 방향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고, 목표 결정도 위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었어요. 제가 1차로 설정한 뒤에 이걸 전사에 발표하면 구성원들이 질문하고, 저는 질문들을 바탕으로 해서 방향을 다시 수정하고 이런 게 정말 신기해요. 아직 입사한 지 두 달밖에 안 되었고, 아직은 알지 못하는 이 회사만의 단점이 언젠가는 보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이제 처음 입사한 사람으로서는 이런 의사결정 방식이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팀 규모가 작아서 다 같이 뽀짝뽀짝 이런 걸 해보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도 좋고요.
코코넛: 첫 회사 때랑 약간 비슷한 느낌인데, 맞나요?
완두: 첫 회사도 그랬던 편이었죠. 첫 회사도 초기 단계였고, 팀 규모도 작으니까, 지금과 비슷한 느낌으로 재밌게 일했었거든요. 그러다 이직해서 규모가 큰 곳에 가니 좀 안 맞는 부분도 있었고, 큰 회사와 작은 회사를 다 경험해 보니 제가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회사에 더 잘 맞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