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③ 미래] 정말 칠 년 뒤에도 나는 똑같을까?

프리랜서 기획자 종이컵: 나는 어쩌다 끝내 회사에 남지 못했을까?

by 코코넛 노무사

*솔직한 인터뷰와 아직 첫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회사와 인물명은 닉네임으로 대체합니다*







코코넛: 이제 미래에 관해서 얘기해 볼게요. 결혼을 앞두고 있죠. 결혼 이후 삶과 커리어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나요?

종이컵: 솔직히 결혼한다고 아직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제 커리어는 고정적이지가 않으니까요. 이제는 홑몸이 아니니까 즐기지 말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어요.



코코넛: 결혼에 관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나요?

종이컵: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다 의문이긴 한데⋯⋯,

결혼 학교에서 듣고 생각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었는데, 어떤 아내가 될지 생각을 너무 안 하고 살았어요. 저는 ‘결혼한다’를 식장에 들어가기까지의 준비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걸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는 생각에만 포커싱이 맞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결혼 학교에서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대다수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다’에만 목표를 두고 있다. 앞에 남아 있는 세월이 육십 년이라면 앞으로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어떤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고 싶은지 그 육십 년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왜 신혼여행, 신혼집 같은 지금 당장 앞에 결혼 준비 일 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였어요.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고, 마음에 와닿았어요.



코코넛: 인생에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종이컵: 그냥 부모님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 굶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솔직히 미래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살아서요. 너무 즐기고 미래 생각을 안 해서 노후에 너무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최종 목표예요. 쥐어 짜냈네요. 진짜 아무 생각 없어서.

근데 저는 누군가 목표를 설정해서 제게 일을 시키면 그걸 위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차라리 남편이 목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남편이 사업을 하고 싶다거나 집안 사업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저는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협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미래 포지셔닝을. 제가 사장이 돼서 내 프로젝트를 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이러한 목표치를 가지고 이런 사업을 하고 싶다’라고 의뢰하면, 그걸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코코넛: 관련해서, 지금 특별히 도전하고 있는 일이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종이컵: 결혼식을 남들과 다르게 제대로 기억에 남을 만한 걸 하고 싶어서 제 경험과 스킬을 열심히 쏟고 있어요. 저는 어쨌든 프리랜서고 포지션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결혼식도 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제 기획력과 정보력이 돋보이는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결혼식을 하면, 제게도 이게 또 어떤 기회가 될지 모르니까요. 결혼식이 유니크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코코넛: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커리어는 어떻게 작용할 것 같나요?

종이컵: 개인 커리어는 안 쌓여도 돼요. 엄청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고 내가 이름을 알리고 싶다. 이런 목표는 없어요. 지금은 남편과 내가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간 관리자 역할로 우리 가정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게 내조의 개념이라기보단 제가 사장이 될 성향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차라리 사업체를 잘 운영할 것 같은 성격의 남편을 서포트하면서 커리어를 같이 쌓고 싶어요. 항상 들었던 말이 “너의 스킬과 능력은 대단한데 왜 이걸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였어요. 그런데 이제 저를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제 스킬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제 능력을 크게 불릴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커리어를 같이 쌓고 싶어요. 혼자 쌓는 커리어가 아니라 같이 쌓는 커리어.



코코넛: 혹시 프리랜서를 더 일찍 해야 했다고 생각할 때도 있나요?

종이컵: 아니요. 프리랜서는 본인의 스킬이 쌓이고 전문 분야가 쌓인 다음에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애초에 디자이너처럼 포트폴리오가 있거나 스킬이 있는 상황에서는 처음부터 하는 게 맞는데, 아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게, 사회 초년생이 프리랜서를 하려면 본인이 시간 관리도 알아서 해야 하고, 계약서도 볼 줄 알아야 하고, 인맥도 생겨야 하고, 조율할 게 많은데 그 능력이 없어요. 커리어가 안 끊기고 먹고 살 정도의 잘나가는 프리랜서가 될 거면 십 년 이상은 경력을 쌓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저같이 프로젝트성 일을 하더라도 적어도 칠 년 이상은 일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코코넛: 진짜 1만 시간은 일해봐야겠네요.

종이컵: 맞아요. 그렇지 않으면 프리랜서가 아니라 단순 아르바이트가 될 것 같아요.



코코넛: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면 무슨 일이 하고 싶으세요?

종이컵: 식물원이나 꽃집 사장님요. 식물이랑 화분을 진짜 잘 키우거든요. 식물 원가가 비싸지 않으니까 되게 감각적이고 예쁜 식물을 키워서, SNS 마케팅으로 온라인 바이럴 타고 싶어요. 그리고 포지션이랑 상관없이 한류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일은 꼭 해보고 싶어요. 아까 커리어가 지금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만약에 기회가 있으면 이거는 진짜 덥석 잡고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코코넛: 지난 1만 시간 동안 우리 업무 환경이 정말 많이 바뀌었잖아요. 미래에는 무엇에 새로 적응해야 할 것 같아요?

종이컵: 모르겠네. 조금 더 심화한 키오스크 외에는 특별히 떠오르지 않아요. AI 도구나 로봇 활용도 너무 당연히 올 변화라서 이미 받아들이고 있고요. 빨리 로봇 가정부 갖고 싶어요. 육아도 너무 당연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 모르겠고. 지금 단계로는 솔직히 다 예상 범위 안에 있어요.

다만, 환경이나 건강 관련 외부 요인은 예측이 어렵겠죠. 그거는 좀 바뀔 수 있겠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서 방독면을 쓰고 다닌다든지 코로나 같은 게 한 번 더 온다든지 그런 거는 벌어질 것 같아요.



코코넛: 미래를 계획할 때 가장 큰 걸림돌과 추진력이 무엇인가요?

종이컵: 걸림돌은 실패 가능성을 따진다고 실행을 못 하는 거. 자꾸 효율이나 결과물의 투자 대비 이익, ROI를 걱정한다고 실행을 못 해요.

추진력은 ROI가 확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늦은 만큼 그때부터 미친 듯이 추진해요. 근데 또 무모하게 추진하지는 못해요. 겁이 많아서 자꾸 따지고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요. 확정이 된 순간부터는 불도저인데 그 불도저가 예열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차라리 일찍 시작하면 실행하는 시간이 많이 주어질 텐데, 그래서 항상 예열하는 데 시간을 오래 쓰고 남은 짧은 시간 동안 그걸 해내려고 엄청 압축적으로 일을 해서 힘들어요.



코코넛: 앞으로 1만 시간 뒤의 본인에게 미리 한마디를 전한다면 뭐라고 할 거예요?

종이컵: 아까 1만 시간 전의 저에게 “일희일비하지 말고, 진득하게 살고, 참을 필요는 없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진중하게 버티고 돈을 모아놨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어요. 칠 년 뒤에도 저는 똑같을 테니까 똑같은 말을 계속해 주고 싶어요. 리마인드. 전 그것만 고치면 되는 것 같아요.



코코넛: 이미 본인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전제로 가지고 가는군요. 혹시 오늘 인터뷰에 대한 소감 한마디 들을 수 있을까요?

종이컵: 저에 대해서 추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을 말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평소 자아 성찰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요즘에 결혼 준비가 바빠서 오늘 그냥 나왔는데, 이렇게 말을 술술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인터뷰하면서도 모순되는 부분이 있으면 정정했잖아요. 그런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결혼을 앞둔 시점에 이걸 한 게 되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미래에 대해서도, 내가 현재 이런 사람이고 과거에도 이랬으니까, 앞으로도 이럴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 확 깨달았어. 난 계속 똑같은 사람일 거니까. 아까 말한 포인트를 앞으로도 조심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이게 시점이 딱 좋았다! 결혼 전에.



코코넛: 오케이 땡큐. 고생하셨습니다.






이 선택이 하나의 답이라면,

다음 장은 또 다른 선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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