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① 현재] 출근하기 싫어하는 성격

프리랜서 기획자 종이컵: 나는 어쩌다 끝내 회사에 남지 못했을까?

by 코코넛 노무사




이 책은 같은 회사에서 출발한

일곱 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1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이 서 있는 자리는 서로 다르다.


이제부터는 각자의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미래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대화를 기록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끝내 조직 밖을 선택하게 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들 잘 살고 있다는 말의 뜻>

첫 번째 인터뷰


프리랜서 기획자 종이컵

나는 어쩌다 끝내 회사에 남지 못했을까?

덕업일치 / 일의 유연성 / 될 것을 알아보는 감각






칠 년 차쯤 되면 워라밸을 찾기 마련이지만

종이컵은 경계를 세우는 데 관심이 없다.

취미와 덕질로 쌓인 1만 시간은 지금의 일로 이어졌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을

자신의 방식으로 택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 쌓는 커리어를 그려간다.

결혼식이라는 거대 프로젝트 런칭을 앞둔

종이컵에게 물었다.


출근하기 싫어하는 성격




*솔직한 인터뷰와 아직 첫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회사와 인물명은 닉네임으로 대체합니다*







코코넛: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종이컵: 안녕하세요. 종이컵입니다. 저는 콘텐츠 제작사에서 해외 배급과 리서치 마케팅 같은 일을 짧게나마 경험해 봤어요. 이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OTT 플랫폼(이하, ‘N사’)과 브랜드 SNS 채널(이하, ‘D사’)을 위한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흔히 짤방이나 숏폼 콘텐츠라고 부르는 것들이에요. 이미지든 영상이든 사람들이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코코넛: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종이컵: 그냥, 소셜미디어 마케팅 채널을 관리한다고 설명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쉽게 넘겨보는 짧은 영상이나 SNS에 올라가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코코넛: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인 성격과 잘 맞는다고 많이들 얘기할 것 같은데, 맞나요?

종이컵: 네 맞아요.



코코넛: 일할 때 즐거움이 큰 편인가요? 특별히 성취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종이컵: 제가 기획한 콘텐츠가 조회수 백만을 넘거나 예상대로 바이럴될 때 큰 희열을 느낍니다.

물론 일을 할 때 항상 즐거운 건 아니고 괴로울 때도 많아요. 제작 과정에서 잘 될 만한 콘텐츠는 딱 봐도 잘 될 게 느껴져요. 그런 콘텐츠가 실제 반응도 좋은 편이고, 업무 과정도 재밌어집니다. 의외의 경우로 생각보다 반응이 안 나올 때도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만든 콘텐츠 중에서는 기획 때부터 재밌는 것들이 어쨌든 제일 잘 되긴 해요.



코코넛: 일의 과정과 결과를 다 즐길 수도 있겠네요.

종이컵: 결과가 잘 나올 때만요. 반응이 없으면 오히려 괴로워요. 웃기는 게 목적인데, 재미없는 콘텐츠가 나와버리면 다른 방안이 없어서요. 오래 고민하는 것과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아이디어가 터지면 터지는 거고, 아니면 말 그대로 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과정은 쉽지 않고 머리를 많이 짜내야 해요.



코코넛: 잘 될 콘텐츠는 기획 단계에서 이미 느낌이 다른가요?

종이컵: 트렌드나 요즘 시류에 맞는 드립을 칠 수 있을 때는 예감이 돼요. 반대로 사회 분위기 안 좋은 상황에서는 콘텐츠를 만들 때 제약도 많고, 반응도 안 좋아요. SNS 콘텐츠에 있어서는 확실히 타이밍이 정말 중요해요

예를 들면, 저는 캐릭터 탈인형을 쓰는 일을 많이 했는데, 탈인형을 활용할 수 있는 트렌드가 있을 때는 빵 터질 수 있어요. 그런데 반대로 회사 브랜드와 연결될 수 없는 트렌드가 유행할 때는 자체 콘텐츠와 탈인형 본연의 캐릭터성으로 승부해야 해요. 그러면 반응이 잘 오질 않아요.



코코넛: 본인의 성격이나 특성이 일에 어떻게 반영이 되고 있나요?

종이컵: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집요한 성격이 일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상상력이 좋은 것도요. 어떻게 하면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는 성향이 일에 반영이 잘 돼요.



코코넛: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 특별한 원천이 있나요? 요즘은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이 있나요?

종이컵: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 틱톡, 쇼핑 콘텐츠 등에서 다양하게 많이 얻습니다. 지금은 결혼 준비 중이라 웨딩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요.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 웨딩 트렌드에 맞게 커스텀 웨딩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긴다면 웨딩 디렉터나 플래너처럼 이걸 제대로 해볼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제가 콘텐츠를 기획하면 제작하는 편집자가 있었을 때처럼요.



코코넛: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나요?

종이컵: 완전 극 초반! 이전에는 크게 고민 없이 즐기면서만 살아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느낌이에요. 이제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코코넛: 지금 일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요?

종이컵: 만족스러운 부분은,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한 덕분에 시야가 넓어진 거요. 한 회사만을 계속 참고 다녔다면 만족도 못 하고, 일에서 재미를 많이 못 느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순간순간 재밌는 걸 따라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가 온다는 걸 체감해서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사회 초년생 때는 공백기가 생기거나 다른 분야를 도전하는 과정이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고, 커리어가 끊기면 큰일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퇴사도 해보고 공백기도 겪어보니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 생기면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아쉬운 점은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지 못한 거예요. 첫 회사에서는 배급, 마케팅, 제작, 기획 그냥 이것저것 상황에 따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모두 투입됐어서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었어요. 만약 그때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도 해보고 “저는 이러한 방향의 커리어를 더 이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한 분야에라도 전문성이 생겼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시키는 일에 모두 “넵.”만 하다가 애매하게 되었어요. 여러 분야를 얕게만 경험하다보니 어디서 일을 하더라도 항상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게 아쉬워요. 취미나 덕질에는 1만 시간을 투자했지만, 경력에서는 한 분야로 1만 시간을 채우지 못했어요.



코코넛: 무슨 계기로 프리랜서로 전향했나요? 전향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종이컵: 출근하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강제적으로 프리랜서를 하게 됐어요. 첫 회사에서는 해외와 일을 많이 했고, 주로 해외 시간에 맞춰 업무를 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아까웠어요. 충분히 재택이 가능했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서도 일을 할 수 있는데 무조건 회사를 나오게 하는 게 이해가 잘 안됐어요. 코로나도 되게 컸던 것 같아. 코로나 때 재택하면서 몸이 너무 적응해 버렸어요.

전향에 도움 됐던 것은, 회사에서 비대면으로 눈앞에 사람을 두지 않고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배운 거요. 저연차 때 글로벌 기업 직원 여러 명과의 미팅 리드를 맡아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떻게 하면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고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신뢰를 줄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팅 전에 말할 내용을 미리 준비하고, 영어 발음도 연습해 보고, 이메일도 완벽하게 쓰려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 게 지금 커리어에 되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코코넛: 처음 프리랜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완두님의 소개 덕분이었죠. 어떻게 보면 이것도 전 회사 경험이 도움이 된 셈 아닌가요?

종이컵: 맞아요. 소개받았지만, 일은 저의 덕질 경험과 감각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다만, 첫 회사에서 익힌 협업 툴 사용이나 팀 단위로 일하는 조직 경험이 일 적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D사는 콘텐츠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첫 회사 일이 더 도움이 됐고요. 대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그걸 실무에 맞게 다듬고 실행하려면 회사 경험이 필요해요. 그런데 회사 경험이 있는 이삼 년 차는 정규직을 선호해서 또 프리랜서를 구하기 어려운 거죠. 저는 경험도 있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하다 보니 서로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D사 일을 할 땐, 첫 회사에서 콘텐츠 제작 경험과 N사에서의 소셜미디어 운영 경험이 시너지가 돼서 프리랜서지만 리더급 포지션을 제안받았어요. 하지만 직접 현장을 이끌어본 적은 없다 보니 방향은 제시해도 최종 결과물을 내기엔 부족했어요. 그래서 일이 커지기 전에 물러났습니다.



코코넛: 직책은 리더였지만, 실제로는 실무를 주도하기보다는 담당자에 가까웠네요.

종이컵: 맞아요. 프리랜서로서는 서포팅 역할이 한계라는 걸 느꼈습니다. 만일 촬영 현장 경험도 있었더라면 예산을 세우고 모델 구인해서 인력을 배치하는 것까지 모두 직접 리드할 수 있었을 거예요. 제 경험으로는 대략적인 방향만 제시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제가 일을 그만두고 3년 차 PD가 팀 리더가 되면서 일이 훨씬 더 매끄럽게 굴러갔다고 해요. PD는 모델 단가나 촬영 비용 같은 콘텐츠 제작 과정을 모두 잘 알고 있어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거든요. 콘텐츠 제작에서 중요한 건 기한 준수와 콘텐츠 퀄리티인데, 저는 비용 절감을 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느낀 건, 저는 리더보다는 기획·전략 쪽에 더 맞는 성향이라는 거예요. 즐기면서 한다면 짧은 영상 같은 소셜 콘텐츠 기획 보조 역할도 좋지만, 커리어로 삼는다면 관리와 세부 전략 설정이 제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코코넛: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일보다 작업 방향을 잡고 체계를 세우는 데서 더 큰 의미를 느낀다고 보면 될까요?

종이컵: 맞습니다. 지금의 저는 ‘기획자’라고 정의하는 게 가장 적절한 것 같아요. 관리도 결국 기획의 연장선이고, 실행은 다른 사람들이 맡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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