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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준 Dec 31. 2017

저녁의 소식

저녁의 소식

                            이경준


광진구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고 우리 형이 스마트폰을 내밀며 내게 말했을 때

아 누가

봤다는 목격자도 없다고 찌른 칼도 없다고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고 우리 형이 가족에게 말했을 때

오늘은 인터넷이 왜 이렇게 됐다가 안 됐다가

경찰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그 사람을 죽였는지 알 수가 없다고 기자가 말하는 뉴스를 보면서 아버지가 형에게

거 참, 뉴스 보고 있는데 시끄럽게

이문세의 '옛 사랑'이 끝나고 DJ가 죽은 사연을 읽으며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희망이 보일 거라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밥 다 차렸는데

1234567890을 이리저리 뒤섞고 지우고 헝클어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형과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나야―하고 입에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넣었다던가


<서정시학> 2014년 겨울호 신인상 수상작 中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던 중이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부두 어딘가에서 얼굴을 물 쪽으로 향하고 떠 있는 시체가 발견됐다. 뉴스의 초점은 익사체가 아니었다. 그 시체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며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뜨악함이 주제였다. 잔혹하거나 인식의 한계를 넘는 정보에 사람들은 정상적인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소식도 있었다. 주민번호가 유출되어서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뉴스에서는 매일 심각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평온했다. 직장인들의 술자리는 이어졌고, 취업 준비생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살인도, 주민번호도, 옛사랑도 이제는 보통의 날들로, 일상이 되는 것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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