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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무안 겨울
by
이경준
Jan 04. 2025
"호텔 로비에서는 체크아웃 시간이 오후 11시까지임을 알려드립니다."
짐이 무겁그만, 이제 다 쌌는가
방에 두고 가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시게
저 달빛만은 가져가고 싶그만
마을이 다 잠들었을 시간이그만
저 불빛 보쇼, 꼭 목포항 새벽배네잉
서둘러야 허는디, 가슴이 울렁거리네
"제주항공 7C2216편 탑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시간에도 공항이 부산허네
어머님 선물은 저쪽에서 사야 쓰겄소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당께
다리는 부풀어 오르고 시간은 더디 가고
쉬었다 가믄 쓰겄는디 자리가 없네잉
달빛에 싣는 마음이 바쁘네
"곧 탑승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탑승권과 여권을 미리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늘길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인생이네
밤이 가는가, 들어서는가... 시간이 멈춘 것 같그만
어둠 속에서 익어가는 우리집 내음
저 불빛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쇼
이제 곧 집이여... 여행도 끝이 보이네잉
저 빛줄기 따라 가슴앓이도 날아가는갑소
"안녕하십니까, 제주항공 7C2216편 기장입니다. 방콕 수완나품에서 무안까지 약 5시간 4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름이 꼭 진도 울돌목 물결이네잉
저 별들도 고향 하늘서 본 별들이겄제
이 하늘도 이제 전라도 말을 배웠그만
까만 하늘인가, 까만 바닷물인가
달빛 한 자락, 이게 음풍농월이제
"잠시 후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구름 사이로 새벽별이 숨었다 나왔다허는디
저기 우리 동네 달뜨는 자리가 있을 텐디
밤이 새면 아침이 오는 것이 세상 이치제
오빠, 저 분홍빛 구름 좀 봐
고향 하늘이 저리 가깝게 다가오네
"곧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현재 기상은..."
저 아래 우리 동네가 보이는가
아침 이슬이 방금 내린 것 같그만
들녘에 안개가 피어나네
"Mayday! Mayday! Mayday!"
저
...
하늘과 땅 사이
시간이 멈춘 자리
백칠십 아홉 개의 숨결이
겨울 안개 되어
무안 겨울 하늘
꿈길
남도의 하늘을 떠도는디
정은 이미 넘칠 듯이 고여서
기어코 겨울꽃으로만 그라고
피어둘라요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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