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작은 병원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보호자님, 아이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산의 어느 소아과.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첫째가 영 기운이 없었다. 밤새 뒤척이며 칭얼거리더니 낮이 되자 열이 확 올랐다. 아내와 아이를 안고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다.
"지금 아이는 올림픽대로를 탔습니다. 경부 고속도로로 빠질지 아니면 그대로 갈지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 소아과 의사가 갑자기 교통방송을 할 리는 없고 우리 아이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듯했다. 우리 부부는 의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식과 한국식이 있는데요. 미국식은 교과서적으로 처방을 합니다. 해열제를 먹여보고 하루 이틀 더 지켜보는 거죠. 한국식은 당장 센 약을 처방해서 불안감을 없애는 겁니다." 우리 부부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의사의 입술을 응시했다.
"아이는 지금 코와 귀가 모두 깨끗해 중이염 증상은 안 보입니다. 아이가 만일 제 아들이라면 저는 미국식을 택할 겁니다. 한국식으로 센 약을 처방하면 저도 편하고 부모님도 덜 불안하실 수 있습니다." 의사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나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 한마디만 귀에서 메아리칠 뿐이었다. '아이가 만일 제 아들이라면…'
말로만 들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을 동네 작은 병원에서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전 세계 의료의 윤리적 지침을 마련했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제네바 선언>에서 채택된 내용이며 세부 항목은 다음과 같다.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히포크라테스 선서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밤새 보채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이의 열이 갑자기 확 오르는 바람에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온 우리 부부. 의사가 던진 따듯한 한마디에 놀란 가슴은 진정되었고 멍한 정신은 깨어났다.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우선 나를 사랑하라.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저서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그동안 801회의 행복 강연을 통해 이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의사가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진심을 담아 건넨 말 한마디가 바로 사랑이었다. ‘우리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다’라는 음식점에 손님이 몰리듯, 우리 부부가 찾은 동네 작은 병원에 왜 그렇게 많은 환자가 줄 서서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소중하듯이 남도 '또 다른 나'로서 소중히 여기는 것. 이것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첫걸음이다. 우리 부부의 선택은 당연히 의사가 권유한 처방이었다. 집에 와서 아이는 해열제를 먹고 잠들었다. 열이 조금 내려갔다. 처음 본 낯선 이웃의 사랑 안에서 아이는 한결 편해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