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베이글과 아재 딜러들

[뉴욕 베이글과 아재 딜러들]


벌써 네 번째 ‘독토글’(독서토론&글쓰기) 모임을 했어요. 고객님들 일정이 늘 변동하듯, 저희 중고차 딜러들도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이번엔 아예 점심시간을 활용해 햄버거나 김밥으로 간단히 때우며 모이자고 제안했는데….


세상에, 맹반장이 ‘베이글 맛집’을 제안한 거예요! 아재 중고차 딜러 네 명이 글쓰기 모임을 하러 뉴욕 감성 뿜뿜하는 베이글 가게에 간다니! 뭔가 갈수록 파격적인 모임이 되어가는 것 같지 않나요? 그만큼 저희가 감수성 높은, '글 쓰는 딜러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자부합니다. (아쉽게도 막내 '토스트'는 고객 응대로 불참했어요.)



가게에 들어선 순간, 마치 뉴욕 맨해튼으로 (가보진 않았지만)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이었어요. 연말 분위기에 딱 맞는 인테리어와 휘황찬란한 베이글의 조합은 환상적이었죠. 뉴욕 감성 덕분인지 사진 때깔부터 다르더군요. 분위기와 베이글에 매료되어 잠시 글쓰기는 잊은 채 주린 배부터 든든히 채웠습니다.


글쓰기 발전평 첫 번째 순서는 오뉴의 글이었습니다. 모임이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저는 '네가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라는 시를 제출했어요. "사진이 주는 공간의 힘까지 더해져 시가 더 감동적으로 와 닿았다", "질문이 아닌 독백으로 시작했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등 진지하면서도 다양한 발전평을 받았습니다. 시를 나눈 건 처음인데, 다들 어색함 없이 깊은 나눔이 가능해서 놀라웠어요.


다음은 '문학 천재'가 되어가는 '조나단'의 순서였습니다. 통화 중 무심결에 고속버스표를 발권해 주머니에 넣었다가 벌어진 에피소드였어요. 표를 찾지 못해 매표소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던 좌충우돌을 특유의 맛깔난 필력으로 요리해왔더라고요.


표가 없다고 우기는 "무언의 판토마임 배우" 조나단과 "사막의 바람처럼 건조하고 무심"한 직원의 대비가 흥미로웠죠. 그러다 다시 손을 넣어 주머니에서 슬로모션처럼 꺼낸 구겨진 버스표! 조나단은 이 일을 통해 "때로는 나의 확신이 오류나 거짓 위에 세워진 썩은 나무다리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는데, 이 한 문장이 주는 여운이 컸습니다.



매주 몇 계단씩 월반하는 맹반장의 성장은 이번에도 대박이었습니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구성은 기본, 이번엔 스릴러 장르를 넘나드는 소재 선택과 묘사가 돋보였죠. 새 차처럼 잘 관리된 SM5를 지인 딜러가 매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범죄에 연루된 장물이었다는 섬뜩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고차 딜러에게는 땡큐인 '상품화'가 이미 완벽하게 되어 있는 차였는데, 진실을 알고 나니 머리가 쭈뼛 섰다고 하더군요. 특히 "날씨는 여전히 화창했다"라는 글의 마무리는 섬뜩함을 극대화했습니다. 저는 맹반장의 글이 더욱 큰 발전을 이루도록 사소한 맞춤법, 오탈자 등 글의 '상품화'에도 정성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피드백했어요. 흥미롭게 읽었던 책 <헌책방 기담 수집가>처럼 맹반장의 다음 글에는 또 어떤 차와 고객이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무진의 첫 글은 또 하나의 반전이었어요. 시니컬하고 철학적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완전히 가벼운 환생 스낵 콘텐츠를 들고 왔거든요. 저승사자에게 아내의 재혼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 한 남자가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승이었고, 거울에는 전지현이 서 있었다는 엽편소설! "염라대왕 땡큐~!!!"를 외치는 결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는 대번에 이 글이 조나단을 위한 헌정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조나단의 이전 글들을 절묘하게 오마주한 마법 같은 글이었죠. 다만 조나단은 무진의 세계관이 디테일하지 못하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답니다. 톰과 제리처럼 조나단과 무진의 케미가 모임의 즐거움을 더해줬죠.



이번 모임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수미상관'이었습니다. 내용물을 위와 아래 빵으로 잘 감싸주는 햄버거처럼, 글도 앞뒤를 잘 감싸주어야 풍미를 더욱 즐길 수 있다는 의견과 오히려 제거해야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2:2로 팽팽하게 갈렸죠. 취향의 차이일 수도, 우리의 실력이 아직 부족한 탓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속이 꽉 찬 베이글을 먹으며, 이런 문학적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뜻깊었습니다.


매주 번갈아 진행되는 독서 토론과 글쓰기. 다음 주는 독서 토론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광교 경기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신비한 일들이 저희를 기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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