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독토글', 신호등이 켜지다]
지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베이글 가게에서 새해 첫 독토글(독서토론+글쓰기)을 열었다. 벌써 다섯 번째 모임이다. 이번엔 다들 어떤 글을 들고 왔을까?
조나단과 오뉴는 글을 적었지만, 다른 멤버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들 연말연초에 바빴을 텐데, 그래도 두 개의 글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열었다.
조나단은 브로드카 연말 시상식 때 '밥상' 타이틀 수상을 위트 있게 풀어냈다. 조나단은 '인간 메뉴판'으로써 늘 점심 메뉴 추천을 담당해 왔다. "모두들 귀찮아서 밀쳐 두는 그 짐이 슬금슬금 어느새 내 등위에 올라와 있었다."라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조나단은 "허기진다고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것은, 동물이 사료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는 문장을 인용해 글에 무게감을 살짝 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좋은 글이었다. 역시 브로드카의 문학 천재!
나는 합평이라 쓰고 발전평이라 부르는 피드백을 할 때, 글에 신호등 색으로 밑줄을 긋는다. 좋았던 부분에 초록불, 궁금증이 생긴 곳에 노란불, 개선할 점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런데 이번 조나단의 글에서는 초록불이 많았고, 빨간불은 약간, 노란불은 아예 없었다.
나의 신호등 발전평을 들은 조나단의 훤한 얼굴에 밝은 빛이 들어왔다. 이제는 감을 잡은 듯한 조나단, 그는 또 어떤 글을 쓸까? 점심 메뉴를 책임지는 조나단의 노고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오뉴는 A4로 9쪽에 달하는 에세이를 썼다. 지난해에 있었던 일을 한 번은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고비 넘기고 숨 고르기를 하며 쓴 글이라, 호흡이 들쭉날쭉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무진, 조나단, 맹반장 모두 깊이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고 평을 해주었다. 무진은 이수역에서 수원역까지 1시간 넘게 글을 읽고 음미했단다. 조나단은 글을 읽다가 수원역을 지나쳐 병점역까지 갔다고 했다.
공통적으로 초록불은 '좋은 표현', 노란불은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함', 빨간불은 '혼재된 문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소설로 각색해 공모전에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글인데 진심을 다해 읽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웠다.
글 속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현실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사오십대 남자 중고차 딜러 네 명의 삶은 다른 듯 닮아있었다. 문득 결혼이 중고차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스펙이 화려하고 외관이 멀쩡해 보여도, 중고차의 특성상 작은 흠이 없을 수 없다. 그 흠은 살짝 시운전만 해봐서는 알 수 없다. 긴 시간을 경험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흔히 차량 출고를 '뽑기 운'이라고 하지 않는가. 신차도 예외는 아니다. 출고해서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 있기에, 문제가 없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또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 정비가 중요하다. 차는 최소 세 가지만 신경 써도 안전하게 오래 탄다. 엔진 오일 교체, 연료 가득 주유, 타이어 상태 체크다. 만일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수리 가능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고, 신중하게 숙고하여 결정해야 한다. 수리해서 회복되면 다행이지만, 어떤 경우는 부품을 해체해서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할 수도 있다. 같은 인간이라도 각자 다른 사람이듯, 같은 차종이라도 모든 차가 다르다.
부부에게도 세 가지가 중요하다. 돈과 밥, 그리고 성이다. 셋 중에 하나라도 만족하면 그것이 노란불이 되어 초록불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나 하나도 통하지 않으면 동맥경화로 이어져 결국 빨간불이 켜진다.
"이런 이야기는 낮에 베이글과 커피를 먹으며 할 게 아니라, 밤에 찌개랑 소주와 함께 하시죠!"
칼 같은 무진의 한 마디에 우리의 수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차 안에 앉아 가게를 바라보니 노란 전구가 빛나고 있었다. 초록불이 켜졌고 액셀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