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생애 첫차, 캐스퍼 일렉트릭 출고]
15년간 유통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퇴사한 지 2년이 지났다. 영업직 특성상 1만 개가 넘는 명함을 받았고, 2천 번이 넘는 미팅을 경험한 것 같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다.
여성복 사업을 하는 50대 아재 대표였는데,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여성복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졌고, 패션에 그리 민감하지도 않으며, 약삭빠르지 못한 성격이었다. 흙수저인 것도 같았다. 우직함 하나로 뒤통수 맞아가며 신뢰를 쌓아온 나와 대표는 서로 결이 통했다.
아차, 반전의 공통점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매출 1등’이라는 성과였다. 대표는 플랫폼 내 여성복 카테고리 1등 업체, 여성복 매니저인 나는 패션 사업부 전체 중 카테고리 성장률 1등 MD였다. 도무지 여성복과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1등이라니. 이 사실에 서로를 신묘하게 바라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패션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1등이 되었을까? 둘이 마주 앉아 한참 토론한 끝에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모르는 게 약’이었다. 나도 대표도 잘 모르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확신이 없었기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문가와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그렇기에 늘 시장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기적의 다이어트 약이라 불리는 ‘마운자로’ 보다 효과가 좋은 ‘모르는 게 약’은 어느 시장에나 통용된다고 생각한다. 중고차 시장이라고 다를까. 한 달에 한두 대밖에 못 팔던 내가 올해 1월에는 일곱 대를 팔았다. 모르니까 책과 유튜브로 공부하고, AI와 함께 고민하며 선배 딜러들을 통해 배우고 검증했다. 그걸 글로 풀어냈고, 글을 본 지인들의 문의가 늘어났다.
가장 빨리 배우는 길은 많이 물어보고, 직접 부딪쳐보는 것뿐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든 게 글감이고 콘텐츠다. 그런 면에서 ‘책 쓰는 중고차 딜러’로서의 삶이 즐거운 만큼 고되고, 고된 만큼 즐겁다. 대한민국 중고차 딜러 중에 나만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온리원이 되면 자동으로 넘버원이 될 수 있다.
퇴사 후엔 만난 적이 없는 대표에게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또 하나의 여성복 브랜드를 만들어 20대 딸을 대표로 앉혔는데, 딸은 사업이 재미없다며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히 딸의 출퇴근용 차를 의뢰하게 되었다고 했다.
“정말요? 만일 저한테 사장님 같은 아버지가 있었다면 매일 엎드려 절하고 업어드렸을 텐데…. 따님이 아주 젊으시네요. 하하하!”
대표도 내 말에 공감하는지 큰 소리로 따라 웃었다. 차를 의뢰받았다는 기쁨보다 사장의 자리를 때려치우고 직원을 택한 딸의 호기에 충격이 더 컸다. 그래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젊음이 멋져 보였다. 젊음의 특권은 마음껏 실패할 기회에 있는 거니까.
대표와 레이 전기차, 캐스퍼 전기차 매물을 놓고 한참 이야기했는데, 아무래도 생애 첫차이다 보니 딸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중간에서 대표도 지쳤는지 내게 직접 딸과 소통하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나는 핵심 질문을 던져서 선택지를 좁혀갔다.
“차를 사면 가족, 친구들과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인가요? 아니면 주로 출퇴근용인가요?”
“고속도로에서 옆에 화물차가 접근하는 것과 골목길 좁은 공간 주차 중 뭐가 더 두렵나요?”
“예산, 옵션, 하차감, 감가 방어, 유지비 등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나의 가치가 뭔가요?”
밤새 고민하던 딸은 나와 통화한 지 10분 만에 거짓말같이 차량을 정했다. 물론 그 뒤로도 세부적인 요구 사항을 맞추느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딸은 운명의 첫 짝을 정할 수 있었다.
현재 캐스퍼 전기차 신차는 약 2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중고차 가격에 P가 붙어서 보조금 적용한 신차 가격을 웃돌 정도다. 하지만 시간은 곧 돈이다. 아니,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20대 딸은 2025년식 1만km 신차급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택했고, 젊음의 시간을 샀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기에 나는 차량 내외부 점검부터 시운전, 정비소 리프트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서 딸에게 보내주었다. 셀프 촬영을 하면서 하나하나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딱딱 짚어서 설명하다 보니 유튜버가 된 것 같았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받아보며 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생애 첫차를 계약했다.
20대를 함께 할 캐스퍼와 즐겁고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취업도 출고도 축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