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토글이란? 수원 SK V1 모터스 브로드카 4050 아재 중고차 딜러들이 격주로 진행하는 독서 토론(독토)과 글쓰기(글) 모임
베이글 카페에 이어 *독토글을 진행할 새로운 성지를 찾았다. 어제는 오래된 국순당 화성 양조장을 리뉴얼해 카페로 만든 박봉담을 찾았다. 아무래도 베이글보다는 막걸리가 아재 감성에 찰떡인 듯.
낡은 건물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흡사 성수동의 핫플 같았다. 외관은 다소 낡았지만, 소년의 마음을 품은 아재들은 성수동 런웨이에 선 것처럼 걸었다. 볏짚 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는 낯선 친밀감에 한번, 풍겨오는 막걸리에 달큼함에 또 한 번 취했다.
무진의 정보력과 섬세함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를 가져온 맹반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와인잔에 담긴 오늘의 막걸리를 주문했다. 계산은 깔끔하게 '뿜빠이'가 원칙이었지만, 1월에 예기치 않게 대통이 터졌던 오뉴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카드를 내밀었다.
어른들이 마시는 쌀 음료의 새콤한 향과 진한 단맛을 느낀 후, 조나단의 글로 모임을 열었다. 조나단은 언제나 1등으로 글을 제출하는 모범생이자 맛깔난 표현력을 소유한 문학 천재이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에세이 같은 시를 써왔다.
제목은 <카페 에세이>였는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노트에 글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시로 그려냈다. 특히 글씨를 좌에서 우로 쓰는 모습을 '펜 뚜껑이 까딱거리는 게걸음'에, 글을 썼다 지우는 행위를 '서투른 화장 고침'에 비유하여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다만 시가 처음이다 보니 시각과 청각에만 국한된 감각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해 보고, 낭독하면서 리듬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퇴고하면 좋겠다는 '발전평'(글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것)이 나왔다.
다음 글도 시였다. 오뉴는 지난주 교회에서 발표했던 '잔치'라는 시를 제출했다. 특히 마지막 연 "지금 나는 빛에서 어둠으로 / 나는 지금 어둠에서 빛으로 / 이 잔치를 즐기려네"가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고난이 아닌 잔치로 삶의 전반을 그려낸 시라는 극찬이 쏟아진 가운데 무진의 날카로운 발전평이 있었다. 성경적인 단어가 포함된 시라 주석이 필요하고, 분량이 길어서 구성을 다시 해보라는 것이었다. 소중한 의견에 고마움을 느꼈다.
공교롭게도 맹반장 역시 시를 써왔다. 그는 얼마 전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보라카이를 노래했다. 특히 "이 좋은 곳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품을 수 없다고." / '미안해, 보라카이.'"로 끝나는 시에서 진한 여운이 남았다. 맹반장은 보라카이라는 작은 섬에 인간이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하는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20년 넘게 중고차 판매를 해왔다니, 그 고객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지만 처음 쓴 시라 맹반장의 진심이 전달되려면 한 두 연 정도 내용이 더 필요해 보였다. 이번 시는 마치 짝사랑에게 뜬금없이 고백한 느낌이랄까? 다들 마음을 담아 맹반장에게 발전평을 해주었고, 맹반장은 다시 고백을 준비하는 표정으로 경청했다.
마지막 글은 무진의 환생 스토리 3편이었다. 2편은 전지현으로 환생한 남자가 배수지로 '환생 A/S'를 요청했다가 저승사자에게 반려당한 내용이었다. 3편에서는 어떠 내용이 이어질까 기대했는데, 본격적으로 전지현으로 살아가는 적응기가 펼쳐졌다. 퀴노아 샐러드를 먹고, 화보 촬영으로 12cm 킬 힐을 신으며, 발연기로 대본을 읽는 연예인의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져 순식간에 몰입이 되었다. 다들 지금까지 3편이 가장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며 무진에게 쌍따봉을 날렸다.
다만, 100년 만에 태블릿을 처음 봤다는 설정인데 "매니저가 차 안에서 태블릿을 내밀었다"라고 표현한 게 어색했다. 태블릿이 뭔지 모르니 차라리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큰 네모난 박스' 정도로 표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발전평이 있었다. 무진은 3편을 쓰기 위해 본격적으로 AI와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고, AI 유료결제까지 했다고 말했다. 일반 남성으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여성 연예인의 삶에 대해 AI가 자료를 조사해주고, 업계 전문 용어를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단다. 그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마음이 가라앉은 오뉴였기에 이번 독토글은 더욱 특별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글의 세계를 탐험하니, 마치 모험과 신비의 나라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오뉴에게는 1월의 큰 행운과 함께 큰 위기도 닥쳤다. 꼼꼼하게 점검 후, 정비소에서 전문가 진단까지 마치고 알선 판매한 올드카에 엔진 문제가 터진 것이다. 고객은 원차주에게 환불을 요구하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출고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한 고객은 다행히 오뉴를 신뢰하고 있지만, 오뉴는 중간에서 알선을 했기에 양쪽에 끼어버린 상황이다.
오뉴의 올드카 이야기는 단편 소설 분량이 나올 것 같다. 글 쓰는 이에게 고난만큼 좋은 소재가 또 있을까. 잘 마무리되어 독토글에서 글로 나누게 될 날을 기대한다. 그땐 웃으면서 추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