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묻는다,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어?”]
이번 ‘독토글’(독서토론+글쓰기)은 중고차 단지 내 1층 할리스커피에서 진행했다. 커피 향 속에서도 문장의 여운이 오래 남는 자리였다. 맹반장은 바쁜 일정 탓에 시작할 때 잠시 얼굴만 비추고 떠났다. 남은 오뉴와 조나단, 무진 세 사람이 쏟아낸 이야기는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촘촘하고 강렬했다.
첫 주자 조나단은 맑은 동심과 애잔한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 두 편으로 포문을 열었다. 동시 같은 <구름 빵>에서 “뭉게뭉게 / 하얗고 탐스런 / 생크림 가득 / 구름 빵이 부푼다”라는 대목은 읽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정화시켰다. 이어진 ‘발전평’(합평)에서는 백희나 작가의 저작권 분쟁 이슈까지 다뤄지며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조나단의 또 다른 시 <그 이름>에서는 “오늘도 / 저 노을 속에 / 속절없이 썼다가 지웠다가...”라며 어른의 절절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조나단은 최근 몇 주간 안정적인 필력을 선보였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높이 올라선 만큼 더 높은 기준이 따르는 법. 우리는 조나단에게 완숙함이 익숙함에 머물지 않으면 좋겠다는 압박도 살짝 넣었다.
오뉴는 '아버지, 비, 무지개, 편의점'이라는 네 개의 단어 미션을 수행하며 시 <롤리팝의 궤도>를 가져왔다. 비 오는 날 아버지 차 밑으로 흘러나온 기름때가 영롱한 무지개 무늬를 만들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길어 올린 시다. “일곱 빛깔의 소용돌이를 / 아버지 차는 롤리팝처럼 물고 있었다”라는 비유가 중고차 딜러라는 화자의 정체성과 맞아떨어져 참신하다는 평을 받았다. 다만 ‘롤리팝’과 ‘궤도’ 같은 단어들이 50대인 조나단과 무진에게는 다소 생경하거나 어렵게 느껴졌다고 했다. 또한, 시가 설명적이니 덜어내 보라는 무진의 날카로운 지적은 따끔하면서도 고마운 자극이 되었다.
이날 모임의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단연 무진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4 - 각성>과 그 뒤에 숨은 AI 이야기였다. 아재가 전지현으로 환생했다는 설정으로 쓰기 시작한 시리즈인데, 무진은 이번 편을 완성하기 위해 생성형 AI ‘클로드’를 십분 활용했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클로드 유료 버전은 단순히 답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숙고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글의 완성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무진은 새벽 2시까지 클로드와 씨름하며 세부 가이드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어느 지점에서 클로드는 네 가지 선택지까지 제안하며 든든한 작업 파트너가 되어주었다고 했다. 유능한 AI와 밤새워 글을 쓰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는 무진의 이야기에 AI 담론이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한편 오뉴의 날카로운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전지현이 무명의 신인 시절로 환생하지 않아 발생하는 설정상의 개연성 문제를 짚어내며 극의 논리를 다듬었다. 하지만 이번 편의 하이라이트인 연기 장면만큼은 모두를 잠시 말 없게 만들었다.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어...?”라는 대사를 뱉으며 전생의 아내에게 50년간 전하지 못한 미안함과 100년 치 눈물을 쏟아내는 대목은 압권이었다. “연기란 이미 있는 감정의 뚜껑을 여는 용기”라는 무진의 통찰은, AI의 초안 위에 인간의 감성을 직접 눌러 담아 완성한 이번 작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AI가 사람을 대신해 쇼핑하고 결제까지 하는 시대가 열렸다. 무서울 정도로 진화하는 AI의 학습 능력과 숙고 기능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동시에 기계가 내놓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결국 가장 아픈 문장을 골라내고, 인간의 진심에 닿게 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독토글은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거친 중고차 시장의 현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세상은 AI가 대신 쇼핑도 하고 글까지 써주는 시대로 변하고 있지만, 함께 모여 서로의 문장에 솔직한 말을 건네는 이 시간만큼은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기계의 숙고와 인간의 감성이 뜨겁게 만난 이번 모임처럼, 우리의 글쓰기도 날마다 조금씩 깊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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