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팝의 궤도

[롤리팝의 궤도] 김현중

새하얀 사각 틀 안에서
아버지 차는
비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비구름처럼 번진 잿빛 먼지가
세찬 빗줄기를 만날 때면
시커먼 몸통에서 흙탕물이 흘러내렸다

하늘에 드리운 암막 커튼이 걷히고
영롱한 조명이 내리쬐었다
사각 욕조 안 고인 물에 피어난 무지개

반사와 간섭이 빚어내는
일곱 빛깔의 소용돌이를
아버지 차는 롤리팝처럼 물고 있었다


아버지 소맷자락을 끌고
편의점에서 사 온 막대 사탕이
입 안에 빙글빙글 돌아갔다

별이 빛나는 밤이 지나고
메마른 아스팔트 위에는
녹아내린 무지개가 끈적했다

아버지 차는
낯선 사각 안에서
다시 비를 기다렸다



※ 글쓰기 모임에서 '아버지, 무지개, 비, 편의점' 이 4개의 단어가 들어가게 시/소설/에세이를 써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단어와 단어를 연결 짓다 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 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무지개처럼 보였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고단함과 아이의 천진난만함, 기름때의 더러움과 무지개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일상이기에 마냥 기쁘기도, 그리 서럽지도 않은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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